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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 IQ는 얼마일까?”

내 아이의 지능에 대한 궁금증은, 아마 거의 모든 부모님께서 가지고 계실 것입니다. 지능을 측정하기 위한 대표적인 검사가 바로 웩슬러 검사입니다. 웩슬러 검사는 2세 6개월부터 69세까지, 실로 광범위한 연령에서 시행 가능한 검사인데요. 측정대상의 연령에 따라, 2세 6개월~7세 7개월은 윕시(K-WPPSI), 6세~16세는 위스크(K-WISC), 16세~69세는 웨이즈(K-WAIS)라는 이름의 도구를 통해 평가합니다. 즉, 윕시, 위스크, 웨이즈는 모두 웩슬러 검사에 해당하는 것이지요. 이 중, 윕시와 웨이즈는 2022년 1월 현재 4판이 가장 최신판이구요, 위스크의 경우 5판이 가장 최신판입니다. 그러니 5판이 무조건 최신판 웩슬러 검사는 아닙니다. 자녀의 연령이 7세 7개월 미만이거나, 16세 이상인 경우 4판 검사가 가장 최신판 검사이거든요.

 

웩슬러검사를 시행하고 나면 부모님들께서 가장 궁금해 하시는 것은 바로 아동의 전체 평균 IQ 입니다. 그런데 전체 평균 IQ를 알려드리고 나면, 부모님들의 마음이 흔들려 그 다음 설명드리곤 하는 각 소검사의 결과값과, 소검사간 편차, 그리고 그것이 의미 하는 바에 대한 설명에 주의를 잘 기울이시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곤 합니다. 하지만요, 사실 의사 입장에서는 전체 평균 IQ만큼이나 그 값을 이루어 낸 소검사 값들이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예를 들어 자녀의 시험 성적 평균이 80이라고 했을 때, 영어, 수학이 각각 80점을 받은 학생과, 영어는 100점, 수학은 60점을 받아 평균값이 80이 나온 학생들의 추후 학습방향 설정은 완전히 다른 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잖아요? IQ검사의 결과도 이 같은 맥락으로 이해하시는 것이 옳습니다. 똑 같은 평균 IQ를 가진 아동이라도, 소검사의 결과값에 따라, 앞으로 이 아이의 인지적 강점을 강화하고, 약점을 보완하기 위한 계획은 완전히 다르게 수립됩니다.

 

따라서 웩슬러 검사결과는 총점이 얼마다, 이런 것 보다는 그 값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즉 결과값에 대한 정확한 해석이 무척이나 중요합니다. 인지역량이라고 하는 것은요, 생각보다 후천적 학습상태를 상당히 반영하며, 또한 환경 및 정서상태와 밀접한 관련을 가집니다. 즉, 현재 보여주고 있는 웩슬러의 결과 값은 타고난 지적 능력 뿐만이 아닌, 현재까지 우리 아이가 얼마만큼의 학습과 경험을 어느 정도의 효율성을 갖추고 습득해 왔는지를 반영합니다. 따라서 타고난 머리가 좋다고 할지라도, 학습과 경험의 정도가 부족하다면 IQ는 점진적으로 떨어질 수 있습니다. 타고난 머리가 좋지 않다 할지라도, 학습과 경험을 통해 IQ의 향상을 충분히 도모해 볼 수 있는 것이고요. 

 

면접관 앞에 가면 머리가 하얗게 질려 알고 있던 것도 대답을 못했던 경험들이 있지요? 이와 같이 정서는 인지역량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데요. 소아청소년이 우울증에 걸리는 경우, 성적저하가 흔히 일어나며, 증상의 개선을 통해 다시금 성적의 향상이 이루어지는 것 역시 정서와 인지역량의 상관관계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완벽주의적 성향, 좌절취약성, 타인으로부터의 평가에 민감함 등의 성격적 요인들도 웩슬러 검사결과에 영향을 미치지요. 

 

정신과를 통해 웩슬러 검사를 하는 경우 아동청소년의 정서와 환경적 상호작용들을 충분히 고려한 결과 값의 해석과, 강점을 강화시키고, 약점을 보완하기 위한 방법제안을, 아동 개개인에 내적, 환경적 특성을 고려하여 설명드리고자 노력합니다. 인간은 기계가 아니니까요. IQ는 변화할 수 있는 것이니까요.   

 

“IQ가 100밖에 안 된다고요? 옆 집 민호는 상위 0.5%가 나왔다던데요? 유진이는 153이라고 그러던데…”

웩슬러 검사 결과 값은 ‘키’와 유사하게 이해하는 것이 쉽습니다. 우리 나라 남자성인 평균키가 대략 175cm라고 합니다. 전반적으로 많이 커졌지요? 그러나 여전히, 190cm 가 넘는 신장은 보기 드뭅니다. 주위 아이들의 IQ가 다들 높아 보이지만, IQ는 키와 같이 평균분포를 따르므로, 0.5%에 해당하는 아이들은 전체 인구의 0.5%에 불과하며 대부분의 아이들은 100 주위에 분포하고 있습니다. 주위 아이들이 전부 웩슬러 상위 1%대라는 것은 주위 아이들이 모두 190cm 이상의 신장을 가지고 있다는 것과 같은 맥락일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175cm 가 작나요? 전혀 아니지요? IQ 100도 전혀 낮은 값이 아닙니다. 공부하는데 어려움을 줄 수 있는 수치가 단연코 아닙니다. 다만 위에도 언급했다시피 같은 100이라고 할지라도, 소검사간 편차에 따라 현재 보이고 있는 기능수준의 차이는 보일 수 있습니다.

 

 “정서가 IQ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해서 마음 편할 때 가서 해볼까 해요”

네. 정서는 IQ에 미치는 영향이 크므로, 최적의 컨디션에서 가장 좋은 결과 값이 나올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일상에서 맞이하는 상황은 대부분 최적의 컨디션에서 맞이하는 것이 아니잖아요. 부모님께서 자녀의 웩슬러 검사를 하고자 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현재 우리 아이의 상태 파악과, 추후 양육 방향의 설정인데, 그렇다면 컨디션과 관계 없는 상황에서의 결과 값은 어떻게 도출되는지를 살펴 보고, 어떠한 점들이 결과에 영향을 미쳤는지 확인하는 것이 오히려 자녀의 강점을 파악하고 약점을 보완하는 것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IQ는 단지 공부와 관련된 역량을 보여주는 것이 결코 아닙니다. 상황에 직면하였을 때, 얼마나 기민하게 반응할 수 있는지, 여러 변수를 맞닥뜨렸을 때 내게 가장 유리한 방법을 선택하여 순차적으로 해결해 나갈 수 있는지, 내가 계획한 것이 원하는 결과를 도출하지 않은 경우, 이를 알아차리고 계획 수정을 용이하게 할 수 있는지, 타인과의 소통이 유리한 방법으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등등과 같은 인간생활의 전반에 걸친 행동 및 인지양식과 관련이 있습니다. 이 부분이 어쩌면, 정신과 의사들이 생각하는 IQ검사의 가장 큰 의의입니다.

 

그래서 웩슬러 검사 결과가 마치 아이의 혈액형별 성격처럼, 혹은 운명과 같이 해석되고 이해되어서는 안 됩니다. 이과적, 혹은 문과적 두뇌라고 칭할 수 있는 영역 중, ‘현재’ 어떤 영역이 조금 더 발달 해 있는지 알려줄 수 있을 뿐, 이과형입니다, 문과형입니다 이렇게 확고하게 안내드릴 수 있는 검사도 아닙니다. 웩슬러 검사의 가장 큰 목표는 어쩌면, 사랑하는 내 아이를 보다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잠재력은 최대한 끌어올리고 약점은 최대한 보완함으로써 아이의 정서적 인지적 성장의 촉매제로 이용하기 위함일 것입니다. 신뢰도 있는 정확한 평가와 다각적 상황 파악을 통한 개개인의 특성에 맞는 결과해석으로써, 자녀의 삶이 보다 수월하고, 노력에 합당한 삶이 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도구로써 지능검사가 사용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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