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사당 숲 정신과, 최강록 전문의]

 

 

 

'습관을 길러라.'

 

이 말을 들어본 적이나 어디선가 본 적이 있지 않은가? 세상의 많은 부모는 자녀에게 습관 만들어주기 위해 애쓴다. 특히 공부에 관해서라면 더더욱. '오후 6시부터 8시까지 책상에 앉는 것부터 시작해, 공부는 습관이야.'와 같이 말이다. 서점에 깔린 수많은 자기계발 또한 대부분 '습관'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생활습관, 운동습관, 식습관 등등. 그 수많은 책을 보고 있자면, 습관이란 사람의 삶이 형성되기 위해 필수적인 것처럼 느껴진다.

습관을 만들라는 말에 신물이 난 사람이라도 작은 습관이 큰 변화를 가져온다거나, 긍정적인 습관 형성이 우리의 일상을 꾸리는데 도움 된다는 사실은 누구나 동의할 것이다. 문제는 습관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있는 것과 습관을 형성하는 것은 별개라는 점이다.

 

습관을 형성하기란 너무나도 어렵다. '습관'이라는 단어를 생각하면 꾸역꾸역 하루 이틀 지키다가 포기하고 말았던 초등학생 시절의 여름방학 계획표가 떠오른다. 막상 습관이 되면 별 생각 없이 말 그대로 습관적으로 하면서, 왜 일부러 습관을 만드는 건 이렇게 어렵고 힘든 걸까?

그 이유는 감정에 있다. 습관을 만들어 갈 때는 수많은 감정이 유발되기 때문이다. 아침에 일어나 양치할 때, 세수할 때 당신은 어떠한 감정이 드는가? 아마 별 생각도 감정도 없이 그냥 할 것이다. 이처럼 습관이 들여진 행동을 할 때는 감정이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버스나 지하철에서 내려 집까지 걸어갈 때, 우리는 방향을 찾아 헤매지 않는다. 습관적으로 발을 옮긴다. ‘오늘은 다른 길로 가볼까?’ 생각했을 때는 이미 색다른 길로 가보고 싶은 의도를 일으키는 감정이 발생한 것이다. ‘오늘 기분도 울적한데 산책로와 연결되는 길로 가볼까?’와 같이.

사진_freepik
사진_freepik

 

Southern California 대학의 Neuroimaging and Informatics 연구소에서 습관과 감정에 대해 한 연구를 실시했다. 대학생들에게 일정 시간마다 알람이 울리는 시계를 주고 일상생활을 하면서, 행동과 감정일지를 작성하게 했다. 이를 바탕으로 행동과 생각을 분석하여 수치화하였다. 그 결과, 안정적인 맥락에서 반복되는 행동을 하는 습관을 수행할 경우, 자신의 행동에 대해 생각하는 양이 적게 나타났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우리가 정해진 시간에 양치할 때는 양치하는 행동에 대해 별다른 생각을 하지 않다. 반대로 새로운 행동을 하는 비습관적인 행동을 수행할 때는, 습관적인 수행을 할 때보다 많은 생각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습관적인 행동을 할 때는 비습관적인 행동을 할 때에 비해 생각이 50%로 줄어든 것이다.

우리가 일부러 습관을 만들려고 할 때 가장 힘든 점은 무엇일까? 취업 전 평소 새벽 2시가 넘어서야 잠들고 아침 10시에 일어나던 사람이 취업을 한 후, 오전 6시 반에 일어나야 한다고 가정해보자. 그 사람은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습관을 만들기 위해, 자신의 일과를 하나하나 신경 써야 할 것이다. 또한 의식적으로 해야 한다는 강박에 스트레스를 받는다. 습관은 한 번에 형성되지 않는다. ‘나는 왜 건강한 습관을 못 지키는 것일까’와 같은 생각에 빠져 스스로 한심하게 여기기도 한다.

 

‘APA(미국 심리학 학회지)’에 실린 논문에서는 인간은 단 하나의 행동을 할 때도 수많은 생각을 한다고 한다. 책을 읽을 때, 고양이나 저녁식사 등 책 읽는 행위에서 벗어난 생각도 함께 한다는 것이다. 이런 행동과 일관되지 않은 생각은, 자신이 스스로를 통제하지 못 한다고 느끼게 만든다. 수학문제를 풀다가 어제 본 드라마 장면을 떠올리면 수학문제에 집중하기 어렵게 때문에, 사람들은 ‘자기조절력이 결손’되었다고 생각되는 것과 같다.

그러니 아직 습관이 되지 않은 행동을 습관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스트레스, 통제력 상실, 좌절감, 무력감 등을 느끼는 것에 대해 괴로워하지 않아도 된다.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다.

 

습관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때는 자신의 행동과 행동을 할 때 일어나는 생각들을 평가하고 의식한다. 하지만 습관적 행동을 할 때는 자신의 행동과 생각에 대해 평가를 덜하고, 심지어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평가를 덜 할수록 갈등이 적고 감정이 덜 일어나기 때문에 수행하기가 수월하다. 결국 습관을 들인다는 것은 실패여부와 상관없이 자신이 하는 행동을 판단하지 않고 계속 행동할 때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는 실패로 오는 좌절감 같은 감정에 끌려가지 않아야 함을 의미한다.

우선 의식하고 노력하여 습관이 한 번 만들어지면, 행동을 의식적으로 관찰하거나 판단할 필요가 없어져 스트레스가 적어진다.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며 지속하는 행동은 습관을 만드는 선순환으로 이어진다. 여기서 바로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습관의 힘이 발생하는 것이다.

 

습관이 된다는 것은 곧 익숙해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떤 것들은 습관이 되어버려 재미가 없어지기도 한다. AI 로봇 아티스트를 생각해보자. 퓰리처상을 수상한 미술 평론가 Jerry Saltz는 "The Butcher's Son"(AI 로봇이 그린 그림)을 포함하여 AI 아티스트가 제작한 예술이 지루하고 둔하다고 평했다. AI 로봇의 작품에는 감정이 반영된 의도 없이 습관적인 기술만 있기 때문이다.

미학 심리학자들은 예술작품에서 복잡성, 모호함, 기이함, 놀람 등을 찾을 수 있을 때 가장 강력한 자극을 준다고 이야기한다. 이는 불안정하고 갈등을 일으키는 요소들이다. 습관을 만들어갈 때 우리가 겪는 감정과 비슷하다.

 

우리는 로봇이 아니라 사람이다. 멋진 습관을 가진다는 게 대단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습관을 형성하기 위해 많은 감정을 겪는다는 걸 모두 알기 때문일 것이다. 당신은 어떤 습관을 만들려고 한 적이 있는가? 습관을 형성하는 데 있어서 좌절하고 수행의 어려움을 겪어본 적 있는가? 너무 크게 좌절하지 말자. 이야말로 당신이 생명을 가지고 있는 인간이라는 증거다. 우리는 인간이기 때문에 좌절 후에 스스로 일어날 힘을 지니고 있다. 애써 얻은 습관일수록 단단하게 형성되지 않을까?

최강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당숲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한양대 의과대학 학사, 석사
(전)의료법인 삼정의료재단 삼정병원 대표원장
한양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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