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사당 숲 정신과, 최강록 전문의]

 

 

 

침대에 눕고 나서 바로 잠이 온다면 참 좋을 텐데 잠에 빨리 들어야 하거나, 잠을 자야 한다고 생각하면 오히려 눈이 말똥말똥 떠지는 경험을 다들 해본 적 있을 것이다. 이상하게 낮에는 떠오르지 않던 고민거리가 불을 끄고 누웠을 때 밀려든다. 자려고 눕기만 하면 걱정이 시작되어 쉽사리 잠들지 못하며, 마음이 무거워지기도 한다. 문제는 생각이란 곰팡이처럼 조용하지만 전이가 빨라, 나도 모르는 새에 생각에서 또 다른 생각으로 끊이지 않고 생성된다는 점이다.

당신은 잠을 잘 자기 위한 본인만의 비법을 갖고 있는가? 효과가 바로 나타나고 부작용이 없는 방법이라면 세계평화를 위해 널리 퍼뜨려주길 바란다. 잠자리에 누운 지 별로 안 되어 깊은 잠자리에 드는 것은 누군가에게 세계평화만큼 어려우며 간절한 일이다.

세상에는 잠 못 드는 이가 많은 듯하다. 잠을 잘 자기 위한 방법을 검색하면 추천 방법이 수두룩하게 뜬다. 양을 한 마리씩 천천히 센다거나, 족욕 하기, 아로마 오일 목 뒤에 바르기, 국어사전 정독하기 등등. 하지만 따뜻한 우유를 두 잔이나 먹어도 잠은 쉽사리 오지 않는다. 잠을 자려고 애쓸수록, 더욱 의식되기만 할 뿐이다. 많은 방법 가운데 마음을 안정시켜 수면 효과가 좋다는 ASMR은 어떨까? 정말 효과가 있을까?

사진_freepik
사진_freepik

 

‘ASMR(자율 감각 쾌락 반응)’은 편안하고 기분 좋은 감각을 안정적으로 이끌어내는 지각 상태를 말한다. 처음에는 머리와 목 부위에 국한되지만, 이차적으로 신체의 다른 부위에 퍼질 수 있다. ASMR 유발 요인은 사람마다 다르며 본질적으로 청각, 시각, 촉각에 의한다.

유튜브에 ASMR을 검색하면 수많은 영상이 뜬다. 장작이 모닥불에 타는 소리, 비 내리는 소리 등의 백색소음에서부터 과자 먹는 소리, 책 넘기는 소리, 네일 혹은 화장, 언박싱 등 그 종류도 다양하다. 듣고 있다 보면 사부작거리는 소박한 소리에 귀가 간질거리는 느낌이 드는 것도 같다. 생각보다 다양한 종류와 수많은 채널에 신기하면서도, 이만큼 수면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증명한다는 점에서 씁쓸하기도 하다.

 

Connecticut 대학의 Marisa A는 성인 580명을 대상으로 ASMR과 심리적 특성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ASMR을 사용하는 사람들 가운데는 민감도와 수용성이 높은 경우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ASMR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뇌는 휴식 상태에 들어가며, 뇌 네트워크 영역 간의 연결이 감소한다고도 하였다. 이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지는 생각을 끊어내는 것과 관련이 있다.

인체의 자율신경계는 생각에 집중하면 각성되고 교감신경이 항진된다. 반대로 생각을 분산시키고 끊어내면 부교감신경을 활성화하는 데 도움을 준다. 잠을 자기 위해서는 교감신경이 아닌 부교감신경이 활성화되어야 한다. 즉, 우리 생각이 분산되어야 하는 것이다.

 

생각이 흐트러져야지만 잠을 자는 데 도움이 된다. 누운 채로 이런저런 고민에 집중하게 되면, 생각은 순식간에 다른 생각을 끌고 와 잠에 들 수 없다. ASMR은 우리의 신체를 이완하여 뇌가 생각에 집중하지 않도록 그 고리를 끊어주어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이다.

ASMR이 수면에 무조건 도움이 된다고 말할 수는 없다. 중요한 점은 일상의 고민거리를 잠자리에 가져가지 않는 것, 생각이 또 다른 생각으로 퍼지지 않도록 머릿속 생각을 분산하는 것이다. 잠에 드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ASMR을 들어보자. 그래도 줄줄이 따라오는 걱정과 고민, 생각이 분산되지 않는다면 올바른 수면습관을 갖추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잠을 잘 잘 수 있을까?

 

1. 잠자리에서 나오기.

위에서 말했듯 가장 중요한 것은 생각의 고리를 끊고, 생각을 분산시키는 것이다. 이때 누워서 생각을 분산하려고 하면 안 된다. 우리가 이미 한 가지 생각에 꽂히면 거기서 헤어 나오기 어렵다. 일단 잠자리에 나와 밖에서 생각을 분산해야 한다. 눈을 감고 누워있다가, 막상 자리에서 일어나면 수많은 걱정과 생각이 풀리는 것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2. 자려고 노력하지 않기.

잠에 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그 자체로 잠에 들기 위해 집중한다는 뜻이다. 집중은 의식을 깨어 잠을 방해한다. 일부러 자려고 애쓰지 말고 차라리 청소하거나, 물건의 배치를 바꾸거나, 설거지를 하는 등 간단한 일을 해보자. 소일거리가 끝난 뒤 나른함이 찾아오면 자시 잠자리에 들어가자.

 

3. 일상 생각 접어두기.

자려고 누웠을 때는 생각을 일상이 아닌 공상으로 가져가는 게 좋다. 일상생활에 관한 생각은 계속 집중할 거리가 생기기 때문이다. 초능력이 생겼다거나, 로또에 당첨되었다는 식의 기분 좋은 공상은 현실적이지 않아 생각이 분산될 수밖에 없다.

잠에 들지 못하는 생각은 대부분 고민과 걱정거리다. 우리가 잠에 들지 못하는 이유는 너무나도 많다. 걱정할 거리가 차고 넘치기 때문이다. 걱정 없이 숙면에 들고 싶다는 소망은 어쩌면 삶의 고민을 내려놓고 싶다는 말일지도 모른다. 걱정은 또 다른 걱정거리를 몰고 온다. 고된 일상에서 잠시 벗어난다면 오늘 밤 숙면에 들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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