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광화문 숲 정신과, 김인수 전문의] 

 

<1편에서 이어지는 글입니다.>

 

1편에서 우리는 “중독은 의지의 문제일까?”라는 질문으로 시작하여, 중독은 보상체계와 연관이 깊고, 보상체계는 뇌 속에서 도파민 경로의 형태로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을 살펴보았다. 중독이 의지박약보다는 바로 이 보상체계가 망가진 “뇌질환”이라고 하였는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망가지는지 알아볼 것이다. 

 

그에 앞서 중독과 관련이 깊은 개념들을 소개하겠다. 중독과 관련된 주요 개념들에는 의존, 금단, 내성, 남용이 있다.

 

‘의존(dependence)’은 중독과 관련된 약물이 계속적으로 “필요한” 심리적/신체적 상태를 말한다. 심리적 의존은 약물을 줄이거나 중단했을 경우 약물을 지속하고 싶은 ‘욕구’가 강하게 나타나는 것이고, 신체적 의존은 약물을 줄이거나 중단했을 시에 ‘금단증상’이라는 신체적 불편함이 나타나는 것이다. 금단증상에는 피로감, 근육통, 경련, 식은땀, 구토, 불면 등이 있다.

 

‘내성(tolerance)’은 약물을 반복적으로 사용하면서 점차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으로, 같은 효과를 얻기 위해 더 높은 용량을 필요로 하거나, 같은 용량을 투여했을 때 그 전보다 효과가 떨어지는 현상을 말한다.  

 

‘남용(abuse)’이란 원래의 의학적 목적과 무관하게 약물을 자주 사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원래는 시술 전 마취 목적으로 사용되는 프로포폴을 수면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남용의 예시이다. 

 

어떤 물질에 “의존(dependence)”이 생겼다고 하는 경우, 이런 금단 증상과 내성을 경험하는 경우를 말하는 것이다. 중독(addiction)은, 물질을 사용하는 것이 본인과 주변인에게 유해한 영향을 미치며, 이 유해한 결과가 충분히 예상되면서도 반복적으로 물질을 사용하는 경우를 말한다. 엄밀히 말하면 의존과 중독은 서로 다른 개념이나, 두 가지가 동시에 발생하는 경우가 잦으며 중독자의 경우 대부분 내성, 금단을 특징으로 하는 의존을 경험하다고 할 수 있다.

 

 

중독의 뇌과학 2: 보상체계의 파괴

도파민 경로가 정상적으로 작동할 때는, 우리의 각성, 동기 등을 조절하며 자연스러운 행위들에 대하여 적절한 보상을 준다. 하지만, 중독을 일으키는 거의 모든 물질들은, 뇌의 보상체계를 도파민으로 넘쳐나게 만들어 도파민 경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즉, 중독성 물질들은 이 경로를 과도하게 자극함으로써, 약물 사용을 반복적으로 할 수밖에 없는 상태로 우리의 도파민 경로를 바꾸어놓는다. 도파민 경로가 과도하게 자극되었을 때 결과적으로 도파민 뉴런들의 전반적 전기생리학적 활성도가 떨어지게 되며(아래 그림 참고), 측좌핵에서 분비되는 도파민의 양도 줄어들게 된다. 그럼으로써 도파민이 만성적으로 결핍된 뇌의 상태를 만들어놓는다. 그래서 중독자들은 만성적으로 무기력하고, 의욕이 없는 상태로 살게 되는 것이다. 이들은 이미 뇌의 도파민 경로가 망가졌기에 의지를 낼 수가 없는 상태가 되어버린 것이다. 중독성 약물들은 과도한 도파민 분비를 일으켜 순간적으로 강력한 쾌감을 주지만, 곧 뒤이어 만성적으로 도파민이 결핍된 상태를 초래하여 삶의 활력을 앗아가는 것이다. 약물을 하지 않을 때 이런 무기력한 상태가 지속되기에 중독자는 더더욱 약물이 주는 쾌감에 매달릴 수밖에 없으며 약물에 대한 의존과 내성이 생기게 된다. 그리고 악순환이 지속되면서 약물 투여량이 늘고 중독에 늪에 더 깊숙이 빠지는 것이다. 단 한 번의 약물 경험이 뇌를 망가뜨려 남은 인생을 망치는 결과로 이어지는 것이다.

 

사진_inspiremalibu
사진_inspiremalibu

 

중독 치료: CBT, 약물, 입원

 

이제 중독은 의지력이 약해서 생긴 문제가 아닌 뇌의 문제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정확히 말해서, 중독은 뇌의 문제로 인해 의지를 낼 수 없는 상태가 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치료의 방법도 의지력을 높이는 방법이 아닌 행동요법, 약물요법이 된다. 인지행동치료(CBT)에서는 중독을 일으키는 행동 패턴들을 점검하여 교정을 하고, 대안적인 행동 패턴들을 제시해준다. 약물요법(methadone, buprenorphine, naltrexone 등)은 금단증상과 중독물질에 대한 갈망을 줄여주는 역할을 하여, 인지행동치료가 더 효과적으로 작용할 수 있게 도와주는 보조적 요법이다. 이런 치료에도 개선이 없거나, 금단증상이 심한 경우에는 입원 치료를 시행하기도 한다. 입원을 한 상태에서 약물을 사용하지 않는 깨끗한 상태인, detox 기간을 충분히 가지며, 발생하는 금단증상을 조절해주며 환자가 일상의 삶을 되찾기 위한 노력들을 하게 된다.

 

중독은 뇌의 문제다. 한 번 중독에 빠지면 뇌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에 쉽사리 빠져나올 수 없다. 의지력이 아무리 강한 사람이라도 중독에 빠진 상태에서는 할 수 있는 것들이 한계가 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중독을 일으키는 물질, 행위들을 멀리하는 것이다. 나에게 좋은 것을 하는 것보다, 안 좋은 것을 안 하는 것이 더 중요한 것이다. 한 번의 선택이 우리의 남은 삶을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자. 

 

 

 

참고자료:

Diana M. The dopamine hypothesis of drug addiction and its potential therapeutic value. Front Psychiatry. 2011;2:64. Published 2011 Nov 29. doi:10.3389/fpsyt.2011.00064

Solinas, M., Belujon, P., Fernagut, P.O. et al. Dopamine and addiction: what have we learned from 40 years of research. J Neural Transm 126, 481–516 (2019). https://doi.org/10.1007/s00702-018-1957-2

 

 

김인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당신의숲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의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정회원
전체기사 보기
  • 애독자 응원 한 마디
  • "그때 선생님 글을 만났더라면 좀더 빨리 우울감에서 헤어나올 수 있지 않았을까?"
    "글 내용이 너무 좋아 응원합니다. 사소한 관계의 행복이 회복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저작권자 © 정신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