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일 세계 비건의 날

 

‘비건(Vegan)’은 우유와 달걀을 포함하여 동물성 식품을 전혀 먹지 않는 적극적인 채식주의자를 뜻한다. 세간에서는 채식하는 사람을 통틀어 비건으로 지칭하지만, ‘채식 vs 육식’이 아니듯 채식주의도 섭취하는 육류의 범위에 따라 종류가 나누어진다.

채식주의의 종류를 알지 못하더라도, 비건에 대해 들어본 적은 있을 것이다. 주위를 둘러보면 채식하는 사람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비건 음식점도 종종 눈에 띈다. 꼭 비건이 아니더라도 호기심에 비건 음식점을 방문했다가, 그 깔끔한 맛에 즐겨 찾는 이도 적지 않다. 동물성 지방이 없으면 그 특유의 질감을 느낄 수 없을 거라는 생각과 달리, 비건 음식은 꽤 다양하고 그 맛도 풍부하다. 고기 대신 두부를 이용한 라자냐, 해물 대신 식물성 완자를 사용한 누룽지탕 등등.

 

11월 1일은 세계 비건의 날로, 비건 소사이어티(Vegan Society)에서 1994년부터 시작되었다. 동양에서는 불교, 자이나교 등 몇몇 종교에서 인간이 다른 동물에게 고통을 가해서는 안 되다는 신념에 따른 채식주의가 있었다. 서양에서는 기원전 500년경 그리스 철학자이자 수학자 피타고라스에 의해 처음 언급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채식에 대한 적극적인 흐름은 1847년 영국에서 채식주의 단체가 결성된 것으로 시작되었다.

사람들이 무엇을 주로 먹는지, 소비하는지는 개인적인 차원을 넘어 시대의 문화와 가치관을 잘 보여준다. 과학의 발전으로 제철 과일이라는 개념이 점차 사라지고, 개고기 식용 금지에 대한 인식이 변화되는 것이 그 예다. 즉, 음식과 그에 따른 소비를 들여다보는 것은 한 사회의 구조와 변동을 읽어낼 수 있는 다리가 된다.

사진_freepik
사진_freepik

 

한국 채식 연합에 따르면 국내 채식 인구(약 200만 명)의 절반(100만 명)이 MZ세대(2030세대)로 추정된다고 한다. 우리나라 편의점 비건 상품 매출은 작년 대비 18배가량 증가했다.

MZ세대를 대상으로 한 설문업체의 조사(2021년 4월) 결과, 오늘날 채식에 대한 인식을 살펴볼 수 있었다. 설문 전체의 27.4%가 간헐적 채식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본인을 채식주의자라고 답한 사람들은 ‘폴로, 오보, 비건 등 다양한 형태로 자신의 채식 정도를 지칭했다. 채식하는 이유는 62.9%가 건강을 위해서, 22.3%는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에 관심이 생겨서라고 답했다.

 

음식과 소비 형태가 사회 구조 및 문화를 드러내는 것과 같이, 비건과 MZ세대의 소비를 연관 지어 이야기해볼 수 있겠다.

MZ세대의 소비에서 가장 크게 드러나는 특징은 ‘가치 소비’다. MZ 세대는 자신이 지향하는 가치관과 신념에 가치를 두고 쇼핑을 한다. 자신에게 가치가 있다면 과감한 소비도 무릅쓴다. 그 예로, 상품의 질이 좋더라도 갑질로 논란된 회사 등 인권 문제, 동물 문제에서 문제가 불거졌다면 이용하지 않는다.

환경, 동물, 인간에 해를 끼치는 상품은 구매하지 않는 것, 비싸더라도 소비 행위에서 윤리에 가치를 두는 '윤리적인 소비(Ethical Consumption)'가 그 연장선이다. 모피 사용 중단을 요구하는 ‘퍼 프리 운동’이 대표적이다. 이 외에도 가죽 등 동물성 소재를 지양하고, 선인장으로 만든 식물성 가죽, 인조 가죽을 환영한다.

이렇듯 MZ세대의 비건은 단순히 식습관에서 그치지 않는다. 화장품, 의류, 세재 등 생활 전반적으로 확장되어 윤리적인 가치를 지향하는 것이다.

 

MZ세대의 가치관에 따라 Vegetarian으로 시작된 채식주의자를 나타내는 용어 또한 세분화되었다. ‘플렉시테리안(Flexitarian)’은 'Flexible(융통성 있는)'과 'Vegetarian(채식주의자)'의 합성어로, 간헐적인 채식의 형태를 띤다. 주로 채식을 하지만 때때로 육식을 하는 경우도 있다. 건강뿐 아니라, 동물보호와 환경보호 위한 선택적 채식주의이다.

인류는 시대에 따른 식습관을 형성해왔다. 생존을 위해 먹었던 것에서 시작해 ‘무엇을 먹을 것인가’를 오랜 시간 겪으며, 이제는 ‘먹는 것의 의미는 무엇인가?’를 고민한다. 문화심리학을 연구하는 M. B. Ruby는 인간이 동물의 지능과 외모에 대해 인지하면서, 육식에 대한 거부감이 늘어난 것으로 보았다. 먹을 수 있는 것인지 아닌지 여부가 중요했던 예전과 달리, 동물도 생명을 가진 존재로 인정하게 된 것이다. 현대사회에 들어서면서 친구나 가족같이 본인이 속해있는 집단의 문화가 음식 선택에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먹는 행위에 가치와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다. 식습관과 더불어 비건의 방식이 변화하는 것은 곧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를 드러내는 것이지 않을까?

<비건의 종류 TIP>

 

1. 채식주의자(Vegeterian) : 동물 도축의 고기 및 기타 부산물 섭취를 피하는 사람. 그러나 ​​계란, 우유, 생선 등과 같은 다른 동물성 제품을 섭취할 수 있음을 의미하는 가장 포괄적인 용어.

 

2. 플렉시테리안(Flexitarian) : 대부분 채식을 하지만 때때로 육식을 하는 경우. 일부는 공장식 농장에서 생산되는 고기를 거부하고 자연 상태에서 자란 동물 고기만을 먹는 경우도 있음.

 

3. 폴로 베지테리안(Pollo-vegetarian) : 우유, 달걀, 닭고기까지만 섭취하는 경우. 붉은 살코기는 먹지 않음.

 

4. 오보/락토 채식주의자(Ovo-Vegetarians/Lacto-Vegetarians): ovo 채식주의자는 계란을, 채식주의자는 유제품을 섭취, lacto-Ovo 채식주의자는 둘 다 먹음.

 

5. 페스코(Pescatarian) : 대부분의 동물성 제품은 피하지만 생선, 조개류와 같은 해산물은 먹는 사람.

 

6. 비건(Vegan) — 모든 동물성 제품과 부산물을 피하는 채식주의자. 우유, 계란뿐 아니라 꿀이나 젤라틴, 유청 같은 동물이 만들어내는 모든 먹거리를 피하는 적극적인 채식주의자를 의미함.

 

* 출처: 해외 식품인증 정보 포털(foodcerti.or.kr), 비건(Vegan) 소개

저작권자 © 정신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