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이의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된 지 벌써 3년이 지났다. 내가 유년시절만 해도 불면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흔하게 들리지는 않았었는데 요즘 사회에서는 주변 학생들이나 직장인들을 포함하여 방송 매체를 불문하고 수면장애를 호소하는 이야기들이 심심치 않게 들리고 있다. 도대체 왜 이렇게 불면증이 흔한 질병이 된 걸까?

사진_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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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면증의 원인은 크게 일차성 불면증과 이차성 불면증으로 나눌 수 있다. 

일차성 불면증이란, 특별한 원인이 없이 어느 순간 갑자기 잠이 안 오거나, 중간중간 쉽게 깨거나, 잠에서 일찍 깨는 경우를 말하며 이차성 불면증은 어떠한 정신적, 신체적 원인으로 인해 그에 동반하여 잠을 못 이루는 증상이 동반된 경우를 의미한다.

다행히도 각종 예방으로 인해 우리 현대인은 이전에 비해 신체적인 질병이 대부분 감소하거나 경증 수준인 경우가 많지만 정신건강에 대한 이슈가 점점 수면 위로 올라오며 마음의 병을 앓고 있는 경우가 많아졌다. 또한 취업문제, 결혼문제, 육아문제, 부동산과 주식 등의 경제적인 이유와 직장 스트레스 등은 날이 갈수록 심해지며 잠을 이루려고 누워도 각종 고민들로 인해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우는 일이 증가하고 있다.

 

나 또한 어디서나 머리를 대면 쉽게 잠이 오는 ‘fast sleeper’였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았고 학창 시절 수업시간 때나 수련과정에서 컨퍼런스 등을 할 때에도 잠이 쏟아져 기면증의 초기 증상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잠이 많았고 그만큼 잠도 잘 잤다. 30세가 넘어가며 전문의 시험공부를 할 때부터 이전과는 다르게 시험에 대한 압박감, 미래에 대한 다양한 고민들로 인해 눈을 감아도 쉽게 잠이 들지 않아 스스로도 매우 의아해했고 긴 고민 끝에, 결국 일상생활을 위한 수면 패턴을 맞추기 위해 수면제의 도움도 받곤 했다. 당시에는 사실 나 같이 잘 자는 사람도 어느 한순간부터 불면증에 걸릴 수 있다는 생각에 적잖은 충격도 받았었다. 시간이 갈수록 잠에 대한 염려가 커지며 잘 시간이 다가오면 ‘오늘 또 늦게 자게 될 텐데’ 하는 걱정과 함께 긴장도가 높아지며 잠들기가 어려워지는 정신 생리적 불면증의 대표주자였던 샘이다.

수면제의 종류 중 세 가지의 약물을 복용해보며 나와 맞는 약을 찾을 수 있었다. 매일같이 복용 하진 않았지만 너무 심하게 잠이 안 오는 경우 6개월~1년 정도 필요할 때마다 찾곤 했으며 환자들에게 교육하듯이 수면위생들을 철저하게 지키며 불면증의 늪에서 벗어나려고 무던히도 노력했다. 정신건강의학과에 내원하게 되면 가장 기본적으로 수면 위생부터 시작해서 소량의 수면유도제 혹은 수면제를 처방받거나 심한 경우 불면에 대한 인지행동치료도 같이 병행하곤 한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은 우리가 실제로 실행 가능한 방법들을 각자 모색하여 이 부분만큼은 무조건 지켜야 한다는 신념 하에 시작하는 게 좋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습관을 루틴으로 만들어서 꼭 지키도록 핸드폰 알람 등의 기능을 이용하여 실천해야 한다. 

 

이제부터 현대인이 불면증을 극복할 수 있는 손쉬운 방법들을 소개하려 하는데,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본인이 지킬 수 있는 부분부터 시작하고 지켜야 하며 어느 정도 성취감을 느낄 수 있도록 셀프 보상도 이루어지면 금상첨화다.

사진_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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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로, 학생이든 직장인이든 현대인의 필수 음료인 커피나 차 종류의 섭취량을 줄여야 한다. 끊으라는 게 아니다. 정신과 의사로서 진료를 하며 놀랐던 사실은 생각보다 직장인들의 커피 섭취량이 매우 많았다는 점이다. 보통 커피를 마시지 않으면 머리가 아프거나, 머리가 굳어서 일을 하기 힘들다는 말씀을 듣게 되는데, 이럴 경우 아침에 한잔 정도만 먹는 게 좋으며 점심 식사 이후 루틴으로 챙겨 먹는 사람들 같은 경우엔 아침에 타는 커피에 물이나 얼음을 많이 타서 점심때까지 오래도록 먹는 걸 추천한다. 오후 시간 때부터는 커피 섭취가 밤 잠에 방해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되도록이면 점심 직후까지만 마시는 걸 원칙으로 삼아서 실천해보도록 하자. 

 

두 번째로, 하루에 최소 20분 정도는 가벼운 조깅이나 걷는 걸 추천드린다. 요즘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는 바디 프로필을 찍는 것이 SNS에서도 많은 유행을 타고 있다. 처음부터 남들에게 자극을 받아 헬스장을 등록하고 PT를 끊어 웨이트 트레이닝을 열심히 하려고 계획한다면 게으른 우리에겐 굉장히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일단 저녁을 먹고 가볍게 집 주변 산책부터 시작해보면, 처음에는 동네 한 바퀴가 되고 일주일이 지나면 나도 모르게 욕심이 생겨 두, 세 바퀴를 뛰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천리길도 한걸음부터 라는 속담을 기억하고 가벼운 운동부터 시작해보는 걸 말씀드리고 싶다. 우리나라에는 ‘동네 뒷산’이라는 명소가 있다. 주말에는 여기를 정복하도록 해보자. 나름의 성취감과 함께 뇌에도 긍정적인 자극이 되어 라이프 사이클이 맞춰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다음으로는 수면 환경을 맞춰주는 것이 필요하다. 침실은 최대한 어둡게 암막 커튼을 설치하고, 집 밖의 소음이 있는 곳이라면 편안한 귀마개를 끼고 자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내 몸에 맞는 적정한 온도를 유지시켜 주고 웬만하면 침실에 시계를 두지 않는 것도 도움이 된다. 잠을 오랫동안 설치게 되면 나도 모르게 시계를 확인하며 강박증적으로 더욱 불안해지기 쉽기 때문이다. 현대인들은 오랜 컴퓨터, 스마트폰 생활로 인해 자세가 좋지 않아 뒷목에 불편감이 있는 경우가 흔하기에 C커브로 된 편안한 베개와 푹신한 매트리스 및 침구류도 큰 도움이 된다. 나 같은 경우엔 동남아시아에서 마사지 샵을 방문했을 때 은은하게 맡을 수 있던 디퓨저도 마음을 안정시키는 데에 도움이 되었다. 간단하게 몇 가지만 첨언하자면 침대는 자는 용도로만 인식하고 있어야 하기에 침대 옆에 티브이 등은 없애는 게 좋다. 또한 샤워는 잠들기 한두 시간 정도 전에 따뜻한 물로 씻는 게 좋고 자주 깨는 사람들의 경우엔 자기 전에 물을 많이 마시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저녁 식사 때 음식을 충분히 섭취하여 야식을 먹지 않도록 조절해야 너무 배부르거나 배고파 잠에 들지 못하는 불상사를 방지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불면증 환자의 최대 적인 술을 조심해야 한다. 우울증이나 불면증을 앓고 있는 분들을 보면 잠을 자기 위해, 또는 잡생각을 떨쳐버리기 위해 술에 의존하여 그 취함에 못 이겨 잠을 청하는 경우가 많다. 가끔 가볍게 즐기는 모임이면 괜찮겠지만 습관적인 음주는 결국 깊은 잠을 방해하게 되고 우리가 지금까지 겪었던 불면증의 악순환을 가속시키며 결국 약에 대한 효과도 줄어들게 만드는 가장 안 좋은 습관이다. 물론 과한 음주는 다음 날 숙취로 인해 어지럼증, 두통 등의 증상은 덤이다.  

 

인터넷을 검색해보면 수면 위생에 대한 더 많은 좋은 정보들이 많다. 방금 나열한 것들은 현대인이 손쉽게 지킬 수 있는 가장 간편한 방법들이며 누구나 실천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최근 유튜브에서 본 내용을 끝으로 마무리할까 한다. 

옛날 옛적 한 마을에 종교적으로 심취해 아침에 일어나 자기 전까지 신에게 성공해달라고 기도만 하던 사람이 있었다. 그 사람은 죽기 전까지 성공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매일같이 빌었지만 결국 늙어서 죽게 된다. 죽기 직전 그가 믿던 신을 원망하자 신이 나타나 한마디 하셨다고 한다. ‘나도 억울하다. 하다 못해 복권 한 장이라도 긁어봤냐?’ 

우리는 실천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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