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삼성 마음숲 정신과, 심금숙 전문의]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스트레스라는 단어에 이미 너무나 익숙하지만, 신체의 스트레스 반응에 대한 연구들은 최근 100년 이내에 대부분 이루어졌다. 자율 신경계 중 교감 신경계의 활성과 부신 피질의 코티졸의 분비로 인한 전신적인 반응이 신체 스트레스 반응의 핵심이다. 먼 옛날 인류가 아프리카 사바나에서 채집이나 사냥을 하다가 우연히 사자와 같은 포식자를 만났을 때 보였을 반응, 즉 가슴이 미친 듯이 두근거리고, 호흡이 가빠지고, 근육이 긴장하고, 동공이 확대되고, 머리가 쭈뼛쭈뼛 서는 상태가 전형적인 스트레스에 대한 신체 반응이다. 그렇지만 현대인의 스트레스 반응은 위와 같은 생존과 관련된 상황보다는 시험, 승진, 경제적 위기 등과 같은 정신적인 스트레스에 대한 간헐적, 만성적 반응이 대부분이다.

 

사진_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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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같은 신체적 스트레스 반응을 측정할 객관적인 방법이 있을까? 우리의 자율 신경계는 교감 신경과 부교감 신경이 서로 반대되는 길항 작용을 하면서 균형을 이루고 있는데, 숨을 내쉴 때는 부교감 신경이 보다 활성화되어 심박수가 느려진다. 이러한 이유로 복식호흡이나 명상을 할 때 되도록 ’천천히 숨을 길게 내쉬라‘고 조언한다. 이와 같이 호흡에 따라서 우리의 심장 박동은 주기적인 변동을 보이는데, 스트레스 상황에 놓이면 날숨 때의 부교감 신경 활성이 억제되어 심박수의 주기적인 변화, 즉 심박변이도 (heart rate variability, HRV)가 줄어들게 된다. 이에 근거하여 심박변이도 검사를 자율 신경계 측정 스트레스 검사로 임상에서 많이 활용하고 있다. 두 번째로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졸을 타액이나 소변, 그리고 혈액에서 측정하는 것을 고려해 볼 수 있겠는데, 코티졸의 분비는 스트레스 외에도 비만, 운동, 그리고 환경적인 요인과 각종 신체질환 등에서도 변화되기 때문에 스트레스 검사로 활용하기는 쉽지 않다. 또한, 타액 코티졸 검사의 경우 현재까지는 표준화된 검사 방법이 없고, 검사도 상당히 복잡하여 임상적으로 적용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중요한 점은 아드레날린이나 코티졸 분비로 대표되는 신체적 스트레스 반응보다 이와 동반된 심리적·정서적 반응이 우리를 더 괴롭게 한다는 점이다. 과거 생존 위협 속에서 인류가 느꼈을 공포와 두려움처럼 중요한 시험이나 평가를 앞두고 우리는 불안과 긴장을 경험하고, 오랜 기간 배출구 없이 심한 스트레스에 만성적으로 노출되면 학습된 무기력이나 우울증이 나타날 수 있다. 이와 같은 심리적 스트레스 반응은 심박변이도 검사로 측정할 수는 없고, 스트레스와 관련된 질문들에 스스로 응답하는 자가설문지 검사로 평가한다. 혈액검사나 뇌영상검사와 달리 자가설문지 검사는 객관성이 결여된 검사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일반적인 외래 환경에서 시행되는 자가설문지 검사는 높은 신뢰도와 타당도를 기대할 수 있는 표준화된 검사들로, 응답자가 성실하게 답변했다면 비교적 객관적인 검사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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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으로, 롤러코스터를 타거나 스카이다이빙을 할 때 우리는 극도의 신체적 스트레스 반응을 경험하지만 심리적으로는 스릴과 쾌감을 경험한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신체적 스트레스 반응에 대한 우리의 해석, 즉 심리적·정서적 반응이 중요하다는 점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한 개인의 심리적·정서적 스트레스 반응에는 다양한 요인들이 관여하는데, 외부적인 상황 외에도 예민함이나 불안 성향과 같이 타고난 기질, 그리고 성장 과정의 트라우마나 스키마 (schema, 우리 자신 또는 세상에 대해 가지고 있는 핵심적인 믿음) 등이 많이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런 경우, 단순한 설문지 검사로는 기저의 성격적·심리적 문제를 파악하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정신건강 전문가의 대면 평가가 개인의 스트레스 반응에 대한 종합적인 이해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심금숙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삼성마음숲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학사, 석사, 박사
KAIST CLINIC 연구부교수, 초빙교수
저서 <내가 박탈감에 빠진 날 : 박탈감에 빠진 누군가를 위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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