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화 조심조심 식물 선물하기

사무실이나 가게를 개업하면 대개의 경우 입구가 화려하다. 커다란 식물에 굵직한 공단리본에 보내는 이와 반대편에는 응원의 메시지를 담아 화려하게 꾸며져 있다. 주르륵 줄 세워져 있는 것을 보자면 ‘한국에서 개업 식물이란 무엇일까’ 하는 원초적인 궁금증이 들기 시작한다. 

시대별로 개업 식물의 종류는 달라져왔다. 모든 개업식물의 전제 조건은 관리가 쉬워야 한다는 점이다. 우선 산세베리아가 흥행이던 시절이 있다. 무엇보다 관리가 쉽고 딱히 떨어지는 잎이 없어 주변이 지저분 해질 일이 없다.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보자면, 해외에서 산세베리아는 ‘뱀 식물, 세인트 조지의 칼, 시어머니의 혀, 독사의 활’ 등으로 불린다는 사실이다. 선물하기 좋은 이미지는 확실히 아니다. 나쁜 이미지로 불리던 산세베리아가 한국에 들어오면서 새로운 이미지로 탈바꿈하게 되고, 개업 식물로 이곳저곳에서 널리 볼 수 있게 되었다.

 

그다음은 고무나무를 볼 수 있다. 각종 고무나무를 다양하게 볼 수 있는데, 산세베리아처럼 해가 잘 비치는 실내에 두면, 잘 죽지 않고 관리도 쉬운 편에 속한다. 다만 ‘식물은 바깥에서 커야지.’ 하면서 바깥에 내놓는 경우가 있는데, 아프리카나 남미에 분포하는 식물인 만큼 찬바람이 불기 전에 실내에 들여야 한다. 한 겨울에 바깥에서 얼어 죽은 고무나무를 보면 내가 다 원망스럽고 애잔하다. 

다음은 금전수와 해피트리이다. 이름에서부터 작위적이고, 매우 자본주의의 냄새가 가득하다. 노골적으로 돈과 행복을 바라는 사람들의 기원이 깃들어 있다. 이 나무들은 이유가 무엇이든 하여간에 선물 받는 순간 기분이 좋아진다. 관리 역시 매우 쉽다. 마지막으로 스투키가 있다. 이 식물은 산세베리아 종류 중 하나인데, 아프리카에 서식하며 뿔 같은 잎이 연달아 나열되어 판매된다. 물론 스투키도 관리가 매우 쉬우며 건조한 환경이나 물의 양이나 빛의 세기와 상관없이 잘 자란다. 토질이 좋지 않은 환경에서도 잘 살아간다. 사무실에서 키우기 이보다 적절할 수 없다. 

지금까지 내가 가장 싫어하는 개업 식물에 대해 알아봤다. 

 

 

식물을 매개로 선물을 주고받는 것은 어쩌면 매우 좋은 풍습일 수 있으나, 관리하는 자의 태도에 따라 아무리 잘 자라는 식물일지라도 소모품으로 쓰일 수 있다는 사실을 경계한다. 그럼 어떤 식물을 어느 때 선물하는 것이 좋을까. 생각을 바꿔보자. 여러분에게 지금 당장 어떤 식물을 선물한다면, 어떤 식물이 좋겠는가?

당장 떠오르는 이들도 물론 있을 것이고,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는 사람들도 존재할 것이다. 그렇다면 당신이 선물하려는 그 사람이 이중에 어떤 사람일지 가려낼 수 있는가? 그럴 수 없다면, 식물을 선물하는 일은 매우 무모한 게임 같은 것 일 수 있다는 것이다. 상대방에 대하여 자세히 알고 있다면 어떨지 모르겠다. 상대방이 식물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를 전혀 모르는 경우, 식물을 선물하는 것은 매우 모험적인 일에 가깝다.

 

물론 나도 선의의 마음으로 식물을 선물한 경험이 있다. 나는 두근거리는 마음을 가득 담아 선물했는데, 상대방은 죽일 걱정부터 했다. 그 순간 내 마음은 약간 비뚤어졌다. ‘잘 키울 생각부터 해야지.’다시금 생각해보면 매우 일방적이고 어쩌면 폭력적인 생각이다. ‘내가 무엇을 줬으니 너는 잘 키워라.’의 마음은 이기적이다. 상대방은 식물에 대한 지식이 전무한 상태였고 나는 이미 선물을 해버린 상태였다. 지금 후회해도 돌이킬 수 없다. 그러나 마음속에 깨달음은 새겼다. 

‘식물은 함부로 선물하는 것이 아니다.’

이 순간 여러분은 ‘식물 하나 선물하자는 건데 이렇게까지 고려해서 선물해야 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다시 한번 곱씹어보자. 내가 선물하는 것은 일반적인 물건이 아니라 작은 생명체이며, 상대방은 어찌 되었든 자칫 빠른 시간 안에 생명체의 죽음을 목격할 수가 있다. 보통의 인간은 생명체의 죽음 앞에, ‘내 탓은 얼마만큼 인가’에 대해 생각할 수밖에 없다. 

그럼 이제 되묻겠다. ‘수많은 선물들이 있는데, 굳이 모험 삼아 식물을 선물하시겠어요?’

 

* 매주 2회 수, 금요일 글이 올라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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