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화 힐링과 물욕사이

식물은 보통의 경우 ‘산다’ 하지만 나는 산다는 표현이 마음에 들지 않아 ‘들인다’는 표현을 사용한다. 하지만 냉정하게 다시 말하자면 금전을 지불하고 식물을 받는다. 그것은 구매에 해당한다. 보통 우리는 사는 것들을 생각하면, 식료품이나 디지털기기, 책 혹은 가방이나 옷 그리고 음악이나 영화를 사기도 한다. 우리는 이런 구매를 통해 삶의 안정감을 느끼고 기쁨을 만끽하고 또 낭만을 누린다. 

물론 나도 식물을 ‘구매’하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서 기쁨과 낭만과 안정감을 느낀다. 하지만 생명을 들이는 일은 물건을 구매하는 것과는 결이 다르다. 역동적이고 주체적인 움직임은 없지만, 엄연히 생명력이 존재하는 반려 식물이고 그 작은 우주 속 나름대로의 역동성이 존재한다. 식물을 들이는 대부분의 이유는 치유, 즉 힐링이라는 특성 때문이다. 식물은 존재한다는 그 자체로 치유의 효과가 있다. 분위기를 환기시키고, 성장하는 과정을 통해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식물에 굉장히 몰입해 있다. 이제 식물이라는 존재는 내 친한 친구이기도 하다. 힘든 일, 고민거리 등을 중얼거리며 말을 하곤 하는데 소리 내어 말하는 것만으로도 머릿속에서 복잡한 일이 정리되곤 한다. 식물을 취미로 하는데 어떤 것이 물욕이 될까, 고민을 들자면 선뜻 떠오르지 않을 수 있다. 흔히들 식물은 저렴하고, 물만 잘 주면 잘 자라고, 해는 공짜이고, 바람도 공짜로 잘 부는데 돈이 들 곳이 어디 있냐는 것이다. 그것은 식물을 한 두 포트 키워 본 사람이 할 수 있는 여유로운 생각이다. 

우선 가볍게 흙이 있다. 식물은 대부분 흙을 이용해 화분에 심는다. 이때 흙은 아주 다양하다. 분갈이용으로 자체적으로 배합되어 나오는 흙이 있는가 하면, 선호하는 조합으로 다양한 흙을 직접 만들 수도 있다. 개인의 취향이지만, 식물마다 필요한 영양성분과 배수 요건이 달라서 이에 따라 조합하는 경우도 많다. 다음은 화분이 있다. 여기에서부터 다양한 이야기가 나올 수 있는데, 이 이야기만으로도 책 한 권이 나올 수도 있기 때문에 간략한 정리가 필요하다. 내가 선호하는 것은 토분(土盆)이다. 통기성이 좋다는 엄청난 장점(모든 토분이 그런 것은 아니다.)이 있지만 대체로 무겁고 깨질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수입 토분과 국내 대량생산 토분, 국내 수제 토분 등 종류나 쓰이는 소재나 희귀성에 따라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다음은 플라스틱 화분이다. 요새는 정사각의 반투명한 플라스틱 화분을 많이 쓰는데, 이렇다 할 것이 없는 게 플라스틱 화분도 정말 다양한 모양과 기능을 갖고 있다. 역시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토분도, 플라스틱 화분도 각자 장단점이 있어서 선호하는 방향을 주력으로 쓰게 되어있다. 

 

이제 식물이 자라날 때를 생각해야 한다. 식물이 자라나면 곧바로 서기가 힘든 경우가 있다. 그때 지지대를 대주면 기댈 곳을 찾고, 지지대에 고정시키면 더 안정적으로 자란다. 이때 사용하는 것이 보통 수태봉이라고 한다. 굵기 별로, 길이별로 차이가 있으니 잘 선택해서 구입해야 한다. 무조건 싼 제품이라고 덥석 구입하면 먼지가 폴폴 날리는, 마감처리가 엉망인 제품이 도착할 수도 있다. 선택은 신중히. 

기초적인 것만 해도 이렇게 선택의 폭이 넓고, 가격의 제약에 부딪힐 수 있다. 물론 저렴한 제품이 무조건 식물에 나쁜 것만은 아니다. 합리적인 제품을 이용해서 식물을 건강하게 키우는 것은 아주 현명한 방법이다. 하지만 눈 앞에서 네델란드 흙과 독일 흙이 높은 가격을 뽐내며 멋지게 진열되어 있다면, 사람의 얄팍한 심정은 흔들리게 된다. 그때부터 물욕이 시작된다. 

지금부터는 전적으로 개인의 선택인데, 영양제와 해충제가 존재한다. 영양제는 다양한 제형으로 존재하고, 구체적으로 어떤 식물에 좋은지가 분류되어 있는 편이다. 자연스럽게 자라면 두, 세 달 걸릴 성장이 한 달 안에 더 큰 잎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면 누구든 흔들릴 것이다. 해충제도 범용으로 쓰이는 것도 물론 있지만, 많은 경우 특정 해충을 목적으로 한 해충제들이 존재한다. 힐링과 욕망 사이에 나는 어디인가 가늠해보는 갈등의 시간이 시작된다. 

 

당신이 만약 식물을 키운다면, 힐링과 물욕, 그 어디에 서 있는 편이 많은가. 만일 물욕이라고 할지라도 욕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것 또한 개인의 선택일 뿐이니까. 다만, 식물을 들일 때의 본질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그리하여 희귀 식물을 찾아 헤맬 때도, 귀한 토분을 위해 줄을 서 있을 때에도, 비싼 영양제를 결재할 때에도 당신이 충분히 기쁨을 누렸으면 좋겠다. 그것이 결국 식물과 당신을 위한 구매임을 잊지 않기 위하여.

 

* 매주 2회 수, 금요일 글이 올라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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