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정두영 UNIST 바이오메디컬공학과 교수‧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정신과 진단명 중에는 신체 추형(이형) 장애라는 질환이 있습니다. 타인이 잘 알아볼 수 없는 작은 결함에 대해 걱정을 반복하거나 타인과 비교하는 것이 주증상입니다. 이로 인해 사람을 만나지 못하거나 일을 할 수 없게 될 때 치료의 대상이 됩니다. 우울증, 불안장애 등을 동반하기 쉽고 심하면 자살에 이르기도 합니다. 인구의 0.7~2.4%가 경험하며 대개 청소년기에 시작됩니다. 

스스로 정신적인 부분에 도움을 찾기보다는 성형외과, 피부과를 찾기 때문에 정작 필요한 치료는 잘 받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제가 수련을 받았던 서울대병원 6층에는 성형외과, 피부과가 정신과와 같이 있었습니다. 전공의 초반에 교수 연구실 복도에서 누군가 감정적인 호소를 심하게 하느라 소동이 생기면 우리 과와 관련된 일인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들었는데 나중에 옆 전공과 관련된 일인 것을 알게 되어 신기해하기도 했습니다. 

 

사진_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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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 진단명으로 들으면 성형수술을 반복해서 부자연스러운 외모를 갖게 된 해외토픽감 사진이나 수술 부작용으로 생명을 잃었다는 충격적인 뉴스들을 떠올리실 것 같습니다. 그런데 병의 진단 수준은 아니더라도 대학생의 절반이 외모에 대해 불만을 느낀다는 통계를 보면 청소년기에 흔히 가질 수 있는 고민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우울이나 불안과 같이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너무 힘들다면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스마트폰과 SNS로 셀카가 유행하면서 문제가 더 커졌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정신적인 문제들은 문화의 영향이 크다 보니 당연한 이야기 같습니다. 여성에서 압도적으로 많을 것이라고 예상하지만 남성에서도 꽤 흔하다고 합니다. 요즘은 근육을 키우는 것이 주목을 받다 보니 과도한 스테로이드 사용으로 건강이 나빠지는 일도 있다고 하네요. 

 

그런데 생각해보면 과거에도 그 나이에 비슷한 고민을 했을 것입니다. 이성에 관심이 커지는 시기에 자신의 매력을 걱정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그 에너지가 자신을 돋보이게 만들어 건강한 짝을 찾고 자손에게 유전자를 전달할 수 있게 만들었을 것입니다. 매력적인 외모의 세세한 기준은 유행에 따라 달라졌겠지만, 좌우 대칭이나 염증이 없는 매끈한 피부는 어느 시대에나 질병이 없는 건강함을 상징해서 자손을 남기는데 유리했을 것입니다. 

저의 학창 시절을 떠올려 봅니다. 진단명을 붙일 만큼 힘들지는 않았지만, 외모에 대한 고민이 가볍지 않았습니다. 90년대 키 큰 남성에 대한 선호가 강해지면서 작은 키가 불만이 커졌습니다. 남중에서는 덩치 크고 힘이 센 아이한테 괴롭힘을 당할까 걱정이 되기도 했고요. 신기한 외국 물건들을 자랑하는 세련된 부잣집 아이가 부럽기도 했습니다. 고등학생이 되면서 여드름이 심해졌습니다. 친구들이 별명을 붙이며 놀리면 부모님께 피부과를 보내 달라 요구했습니다. 당시 부모님은 피부과 약은 독하기만 하다며 들어주지 않으셨죠. 고르지 않은 치아도 신경이 쓰여 교정과에도 가봤지만, 부모님은 돈이 많이 든다며 반대를 하셨습니다. 

만약 요즘처럼 미용이 흔해진 시대였다면 어땠을까요? 문제를 해결하고 기뻐했을 수도 있고, 생각보다 결과가 좋지 않다며 외모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을 수도 있습니다. 만약 삶이 만족스럽지 않고, 함께 어울릴 친구도 없으면 더욱 이 문제에 집착하게 되었겠죠. 완벽한 외모에 완벽한 능력을 갖춘 것은 아니지만, 적당히 즐겁기도 하면서 힘든 순간들을 넘어온 것 같습니다. 그런데 만약 젊은 시절의 제가 마음이 너무 힘든데 해결할 수 있는 돌파구가 외모뿐이라는 생각을 떨치지 못했다면 어땠을까요? 

나이가 들면서 직업적 전문성, 통장의 잔고, 지지해주는 사람들이 생기면서 외모가 삶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줄었습니다. 젊은이들에게 외모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 수 있습니다. 반대로 나이가 들어서도 다른 부분에서 안정감이 떨어진다면 외모에 걱정이 집중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사진_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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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외모에 대한 고민이 다른 문제들을 덮고 있는지 살펴볼 수 있어야 합니다. 만약에 발전된 미용 수술이 외모 문제를 해결해주면서 경제적 부담이 없고, 부작용도 적다면 수술을 받는 것도 괜찮습니다. 그런데 남들은 알아보지도 못하는 작은 결점이거나 성형의도 권하지 않는 수술이라면, 다른 마음의 문제를 외모 탓으로 돌리는 것은 아닐까요. 

첫 부분에 ‘반복되는 고민’이라고 쓴 것처럼 정작 중요한 마음의 문제는 손대지 않고 몸에 수술칼만 반복해서 들이대고 있을지 모릅니다. 반대로 일도 잘하고 친구도 잘 만나면서 가끔 외모가 고민된다면, 젊다 보니 매력에 대한 욕구를 느낀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운동으로 건강해지는 것도, 몸의 자세가 바른 것도, 말을 세련되게 하는 것도 매력을 증가시키는 방법입니다. 건강한 마음과 배려하는 태도 또한 빠질 수 없겠죠. 미용 수술은 매력을 키우는 방법의 하나일 뿐입니다. 가성비와 지속성을 고려해서 나에게 꼭 필요한 것을 찾으시길 바랍니다. 

 

<본 칼럼은 부산은행 사외보 2021년 2월호에 ‘끊임없는 외모 고민으로 힘들다면’이라는 제목으로 실렸습니다.>

* 정두영 UNIST 바이오메디컬공학과 교수(헬스케어센터장)
필자는 과기원을 졸업한 정신과 의사로서 학생들의 정신적 어려움을 공감하고, 진료와 더불어 인간을 직접 돕는 새로운 기술들을 정신의학에 적용하는 연구를 합니다.

 

정두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UNIST 바이오메디컬공학과 교수
저서 <마음은 단단하게 인생은 유연하게>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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