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에 대한 흥미로운 사실 3

[정신의학신문 : 광화문 숲 정신과, 김인수 전문의] 

 

당신은 어젯밤 어떤 꿈을 꾸었습니까?

이 질문을 들은 순간 당신은 기억에 남아 있는 꿈의 잔재들을 짜내어 대략적으로 설명해볼 수도, 분명히 뭔가 열심히 꾸기는 했는데 말하려고 하자 전혀 생각이 나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의 기억 여부와 상관없이 늘 꿈을 꾸면서 자고 있다. 꿈은 수면주기 중 어느 주기에 꿨는지에 따라 기억이 날 수도, 나지 않을 수도 있다.

 

예로부터 인간은 꿈에 각종 의미를 부여해왔다.

태몽, 예지몽, 길몽, 흉몽, 재물꿈 등 꿈을 나누는 분류법도 다양하다. 그리고 동서양을 막론하고 고대로부터 그 꿈의 내용들을 해석해보려는 시도들을 해왔다.

예를 들어, 중국에서 가장 오래된 시집인 “시경(詩經)”에서는 “곰은 아들을 낳을 상이요, 뱀은 딸을 낳을 상이다”라는 말이 나온다. 또 고대 그리스와 로마에서는 꿈에 종교적 의미가 있다고 여겼으며, 각자가 당면한 문제 해결의 열쇠를 그 안에서 찾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현대에 들어서도 여러 종류의 꿈 해석 사전(Dream interpretation dictionary)들이 나와 있어, 그것이 가진 신뢰도와는 별개로 꿈에 대한 나름의 해석을 제시해주어 사람들의 호기심을 충족시켜주고 있다.

 

사진_픽사베이
사진_픽사베이

 

꿈은 수많은 예술가, 과학자들에게 영감의 원천이 되기도 하였다. 고등학교 화학을 공부했던 사람이라면 벤젠고리(Benzene ring)의 분자구조(C6H6)가 뱀 꿈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기억할 것이다. 독일의 화학자 케쿨레(Kekulé)는 꿈에서 뱀이 자기 꼬리를 물고 있는 형상을 보았고, 여기서 영감을 받아 당시까지 미궁에 빠져 있던 벤젠의 분자구조를 최초로 밝혀낸다. 케쿨레는 이후 뱀꿈의 존재 여부에 대해 상반된 진술을 하며 정말 그 꿈을 꾸었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일었지만, 여전히 꿈에서 과학적 영감을 받은 가장 유명한 일화로 남아있다.

1960년대 전 세계를 강타한 영국 리버풀 출신의 그룹, 비틀즈도 꿈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시킨 곡이 있다. 가장 널리 알려진 그들의 대표곡 Yesterday가 바로 그 곡인데, 폴 매카트니는 꿈속에서 들은 멜로디를 바탕으로 작곡을 하기 시작하였다 하고, 그 결과 이러한 명곡이 탄생하였다. Yesterday는 이후 수많은 뮤지션들에 의해 리메이크되어 불리어졌고, 20세기에만 최소 7백만 번 연주되었다고 한다. 꿈에서 시작된 멜로디가 20세기를 대표하는 노래로 우뚝 선 것이다.

영화 “인터스텔라”, “메멘토”, “다크나이트”로 유명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2010년 개봉한 “인셉션”의 시나리오를 본인의 자각몽(본인이 꿈을 꾸고 있다는 것을 자각하는 상태의 꿈)에서 영감을 얻어 썼다고 한다. 영화의 내용도 주인공인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다른 사람의 꿈속에 들어가 발생하는 일들이 주가 된다. 이 영화는 독특한 소재와 스케일로 엄청난 성공을 거두며 개봉 당시 전 세계에서 무려 9100억 원 이상의 수익을 올린다.

이처럼 꿈은 예술 작품의 소재로, 혹은 과학적 발견의 단초로 작용하기도 한다. 특히 앞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시나리오 아이디어를 얻었다는 자각몽, 즉 루시드 드림(Lucid dream)은 꿈을 꾸는 도중 할 수 있는 가장 신기한 체험 중 하나일 것이다.

 

Lucid dream(자각몽)이란 꿈을 꾸면서, 지금 꿈을 꾸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상태를 말한다.

대부분의 꿈들은 우리가 영화를 감상할 때처럼, 스토리에 대한 통제권이 없다고 느껴지는 것이 보통이나, Lucid dream을 꾸는 사람들은, 꿈속에서 본인들이 의지를 가지고 행동을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통상적으로 인구의 20-30%는 주기적으로 자각몽을 꾸는 natural lucid dreamer들이라고 알려져 있다. 인구의 55% 일생 중 한 번이라도 자각몽을 꾼다고 한다. 정말 꿈속에서 내 의지대로 행동하는 것이 가능한 일일까?

 

2012년에 이를 확인하고자 한 실험을 진행한다. *fMRI(기능적 자기공명영상: 혈류와 관련된 변화를 감지하여 뇌 활동을 측정하는 기술)를 이용한 실험이었는데, 일단 깨어있을 때 피험자들의 뇌를 fMRI로 촬영하면서 특정한 활동을 하도록 지시(주먹을 쥐었다 폈다 하는 활동)하였다. 그리고 그때 활성화되는 뇌 부위를 기록하였다. 그다음에는 이 피험자들에게 꿈속에서 똑같은 행동을 하도록 지시하였다. 자신이 꿈꾸는 상태에서 의지대로 주먹을 쥐었다 폈다 했다고 보고하는 피험자들에서는, 놀랍게도 깨어있을 때와 똑같은 뇌 부위가 활성화되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앞으로 더 구체적인 연구디자인들이 나와야 하겠지만 적어도 이 연구에서는 Lucid dream을 꾸는 동안 의지적 행동을 할 수 있다는 과학적 근거가 마련되었다.

Lucid dreamer들은 자각몽이 재미의 측면을 넘어서서, 깨어 있을 때는 인식하지 못했던 것을 발견하게 해주고, 의식의 수준 너머에 있는 것들을 경험할 수 있게 해준다고 보고하기도 한다.

우울증이나 PTSD(외상후스트레스 장애) 환자 중 악몽을 반복적으로 꾸는 사람들에게 이 lucid dream이 치료방법으로 시도된 적도 있다. 이 연구들에서 치료자들은 환자들에게 lucid dream을 꾸게 하는 방법을 가르쳐서, 환자들이 악몽을 꾸더라도, 꿈속에서 “이건 꿈일 뿐이며, 원한다면 내가 꿈의 내용을 조절할 수 있다”는 식으로 꿈에 대해 비판적으로 사고할 수 있게 하여 악몽으로 인한 불쾌감을 해소한다는 것이다. 아직까지 이러한 방법으로 치료를 시도한 환자 수가 많지 않아 일반적인 치료방법이라 말하기는 힘들겠지만, 연구 데이터가 더 쌓인다면 약물이나 정신치료 이외의 치료방법으로 써볼 수 있을 것이다.

 

사진_픽사베이
사진_픽사베이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lucid dream을 꿀 수 있을까?

지난 20년간 자각몽에 대해 선구적인 연구를 해온 Dr. Stephen LaBerge에 따르면 자각몽은 자연발생적으로 일어나기도 하지만 특수한 테크닉을 통해서도 유도가 가능하다고 한다. 그 방법들을 간단히 소개한다면,

 

1.Reality testing(현실검증)

: 지금 처한 곳이 현실인지 꿈인지를 구분하려는 노력이다. 꿈이라면 거울에 반사되는 모습이 왜곡되어 보이거나, 시계의 시간이 볼 때마다 많이 바뀌어 있을 것이다. 코를 막아보는 방법도 있다. 꿈이라면 코를 막고도 숨을 쉬고 있다. 또 주변의 물건, 벽을 눌러보는 방법도 있다. 눌렀을 때 손이나 몸이 통과한다면 꿈을 꾸고 있는 것이다. 위와 같은 방법(거울 확인하기, 코 막아보기, 물건 눌러보기 등)들을 깨어 있을 때 주기적으로 해보면 기억에 남아 꿈속에서도 할 수 있게 된다고 한다. 그리고 이런 방법으로 현실과 꿈을 구분할 수 있게 된다.

 

2. Wake back to bed(WBTB: 5시간 만에 일어났다가 다시 잠들기)

:잠자기 전 5시간 후 알람이 울리도록 설정하고 잔다. 5시간 후에 깨서 30분가량 다른 활동을 하다가 다시 잠을 청한다. 이때 자각몽을 꿀 확률이 높아진다고 한다.

 

3. Mnemonic induction of lucid dreams(MILD: 자각몽 기억유도법)

: 잠이 들려고 할 때 최근에 꿨던 꿈을 생각한다.

: 그 꿈속에서 “dreamsign(꿈임을 알려주는 신호)”를 찾아낸다. 예를 들면 “날 수 있는 능력” 같은 것이다.

: 최근에 꿨던 꿈으로 돌아가는 상상을 한다. 꿈속에서만 dreamsign이 가능함을 되뇐다.

: 스스로에게 “다음번 꿈을 꿀 때, 내가 꿈꾸고 있다는 걸 기억하고 싶다”라고 되뇐다.

 

4. Dream journal(꿈일기 쓰기)

: 꿈 일기를 쓰다 보면, 매번 어떤 꿈을 꿨는지 기억하려고 노력하게 된다. 그러면서 dreamsign들을 더 잘 인식할 수 있게 된다. 자고 일어났을 때 쓰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5. Wake-initiated lucid dreaming(WILD: 각성상태에서의 자각몽)

: 깨어있는 상태에서 누워서 안정을 취한다. 입면환각(잠이 들려고 할 때 발생하는 환각)을 경험할 때까지 누워있는다.

 

위 5가지 방법으로 자각몽을 유도할 수 있다고 하고 5번째 방법은 여러 번의 연습을 통해서 익힐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주의해야 할 점도 있다.

실제 이 방법으로 과도하게 자각몽을 유도하려고 노력한 경우 수면장애가 생기거나, 현실과 꿈을 혼동하는 부작용도 보고되었다고 한다.

 

꿈은 예로부터 사람들에게 흥미로운 주제였다. 앞서 살펴본 것 같이 예술적 영감의 원천으로, 또는 현대에 이르러서는 제한적으로나마 악몽의 치료방법으로 쓰이는 등 활용의 범위 또한 다양하다. 특히 자각몽의 경우, 꿈을 내 의지대로 조절할 수 있다는 면에서 굉장히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꿈의 특성상, 꿈을 꾼 당사자가 보고하는 것을 토대로 그 내용들을 파악할 수밖에 없다는 한계가 있어 과학적 연구에 많은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미래에 기술의 발전 및 연구방법론의 발달로 우리의 꿈에 대한 이해가 확장된다면 그 활용 가능성 또한 무궁무진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 참고문헌

Martin Dresler, Neural correlates of dream lucidity obtained from contrasting lucid versus non-lucid REM sleep: a combined EEG/fMRI case study, Sleep. 2012 Jul 1;35(7):1017-20.

Tainá Carla Freitas de Macêdo, My Dream, My Rules: Can Lucid Dreaming Treat Nightmares?, Front Psychol. 2019; 10: 2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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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당신의숲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의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정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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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내용이 너무 좋아 응원합니다. 사소한 관계의 행복이 회복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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