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로 풀어보는 정신건강 (10)

대담은 대한정신건강재단 정정엽 마음소통센터장과 대한명상의학회 박용한 부회장 사이에 진행되었습니다.

 

Q: 그러니까 행동 자체보다 그 행동이 지금 수준에서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가 중요한 거네요?

A: 그렇죠. 우리가 윤회(輪廻)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이게 조건에 의해서 일어나고, 조건에 의해서 일어나고 그러잖아요? 어떤 조건에 의해서 내가 마음이 일어났어요. 이것이 또 새로운 조건이 되고, 여기에 또 우리가 반응을 해요. 말을 한다거나 피하려고 한다거나 말이죠. 이것이 또 반복이 돼서 상대방한테 조건이 되죠. 그러면 또 새로운 조건에 의해서 내가 새로운 반응이 일어나요. 이게 자꾸 이렇게 사슬처럼 일어나요.

이것을 딱 알아차림 해야 되거든요. 멈출 수 있는 것을, 조건에 의해서 일어나는 것을, 멈출 줄 알아야 된다는 겁니다. 그걸 봐야 되거든요. 그런데 우리는 착각을 일으키는 게 ‘내가 맞아.’, ‘내가 생각했어.’로 딱 판단해 버리거든요. 그게 아니에요. 우리는 조건에 의해 그냥 반응하고 있는 거예요. 시스템이 그렇게 돼 있어요. 그러니까 우리가 내 마음을 볼 때 왜 자기 분석이 잘 안 되느냐 하면, 내 마음이라고 하는 게 ‘내가 주인이다.’라고 하는 착각을 갖고 있다는 거예요. 즉 조건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무의식적인 요소가 굉장히 많다는 거죠.

예를 들면, 내가 매일 뉴스를 봐요. 그러면 아무리 마음 챙김 수행을 해도 이상하게 뭔가 불안한 게 떠오르기도 하고 이럴 수 있어요. 우리는 좋은 음식을 먹으면 몸이 좋아지잖아요? 이 마음도 똑같아요. 어떤 정보를 자주 접하느냐에 따라 나도 모르게 무의식적인 것들이 많이 생겨나는 것이죠.

 

사진_픽사베이
사진_픽사베이

 

Q: 마음 챙김을 어느 정도 하느냐에 관계없이, 외부에서 오는 조건에 따라 마음 자체가 어쩔 수 없이 흔들린다는 거죠?

A: 그렇습니다. 그래서 불교에서는 팔정도(八正道, 중생이 고통의 원인을 없애고 해탈하여 깨달음의 경지인 열반의 세계로 나아가기 위해서 실천 수행해야 하는 여덟 가지 길)라는 것을 해야 된다고 이야기해요.

팔정도라고 하는 것은 정견(正見)이라고 해서 바르게 볼 줄 알고, 정사유(正思惟)라고 해서 바른 생각을 할 줄 알며, 정어(正語)라고 해서 바르게 말할 줄 알고, 정업(正業)이라고 해서 올바로 행동할 줄 알며, 정명(正命)이라고 해서 올바로 목숨을 유지할 줄 알고, 정근(正勤)이라고 해서 바르게 부지런히 노력할 줄 알며, 정념(正念)이라고 해서 바르게 기억하고 생각할 줄 알고, 정정(正定)이라고 해서 바르게 마음을 안정할 줄 아는 것을 말합니다.

우리는 그것을 ‘계(戒)’라고 이야기하거든요. 죄를 금하고 제약하는 것이죠. 말을 제대로 해라, 즉 ‘정어’라고 이야기할 때, 거짓말한다거나, 남을 험담한다거나, 심지어는 잡담하거나, 욕을 하거나 하는 게 다 하지 말아야 할 것에 해당이 돼요. 그런데 우리는 항상 잡담을 많이 하잖아요? 그런데 잡담도 하지 말라고 하거든요.

팔정도라고 하는 것에는 마음 챙김이 들어 있어요. 또 지혜라든가 여러 가지 요소들이 들어 있죠. 이 여덟 가지가 같이 수행이 되어야지 진짜 마음 챙김의 힘이 커진다는 거예요. 한 가지가 망가지면, 예를 들어 매일 나쁜 행동을 하면서 마음 챙김만 열심히 한다고 되는 게 아니잖아요? 그러니까 온전히 마음 챙김을 하게 되면 바른 견해가 생기고, 잡담하거나 이런 것들도 저절로 멈추어야 된다는 걸 알게 돼요.

그래서 ‘계정혜(戒定慧, 팔정도를 요소별로 분류하면 계율과 선정과 지혜, 즉 ‘계정혜’ 세 가지 배움이 된다)’라고 하는 겁니다. 바른 마음 챙김, 바른 지혜, 바르게 생활하는 것이 되는 것이죠. 이것을 조화롭게 해야 비로소 완성이 된다는 겁니다. 그런데 서구의 마음 챙김에서는 이것이 빠져 있어요. 자칫하면 종교적인 것으로만 보이기 때문이죠.

 

Q: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팔정도에 관해 들었는데요. 제가 헛된 생각에 사로잡혀 있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팔정도에 맞는 삶을 살면 너무 재미없고 딱딱한 삶이 되지 않을까요?

A: 아, 그러니까 팔정도를 꼭 해야 된다는 이야기는 아니에요. 스님들은 반드시 해야 돼요. 수행을 하려면 그래야죠. 하지만 저희처럼 일반적인 사람은 그러지 않아도 되죠.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선생님들은 좀 할 필요가 있어요. 팔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말이죠.

예를 들면 우리가 말할 때와 행동할 때 각별히 주의하는 것 정도는 해야 될 거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나쁜 일하는 사람들하고 접촉한다거나, 나쁜 정보나 뉴스 같은 걸 자꾸 본다거나, 멜로물과 드라마에 빠져 있다거나 하는 식으로 자꾸 빠지지 말라는 거거든요. 이런 것을 자꾸 접하다 보면 무의식적으로 내 마음에 들어온다는 겁니다.

수행을 꾸준히 하다 보면 굉장히 맑고 정화됐다는 느낌이 들어요. 그게 뭐랑 똑같은가 하면, 우리가 음식을 먹고 관장을 했어요. 그러면 깨끗하잖아요. 그런데 그날 끝나고 나서 처음 먹는 음식이 어떻게 나오는지가 보이거든요. 그런 거랑 비슷해요. 마음이 정화된 상태가 되면, 내가 그날 경험했던 어떤 정보나 여러 가지 경험이 그대로 꿈속에서 나오는 거예요. 아, 이런 것이 내 마음의 바탕에 있어서 내가 지금 살아가는 데 영향을 주고 있구나, 하는 게 보이기 시작하는 것이죠. 그런 면에서는 주의할 필요가 있다는 거예요. 실제로 인지심리학에서도 무의식적으로 경험하는 정보들이 내 마음을 만드는 데 크게 관여한다는 이야기들이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Q: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로서 이런 질문을 하는 게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마음이 정화된 상태에서도 꿈에 행동 하나하나가 명확하게 나온다고 하셨잖아요? 그런데 마음이 정화된 사람도 꿈을 꾸고, 혼란스러운 사람도 꿈을 꾸잖아요? 이 둘을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요? 마음이 편하고 정화된 상태에서 꾸는 꿈하고, 혼란스러운 상태에서 꾸는 꿈하고 말이죠. 내용상의 차이일 뿐인가요?

A: 글쎄요. 저는 꿈을 분석하는 사람이 아니고 또 정신분석가도 아니거든요. 수행이라고 하는 측면에서 경험했던 걸 말씀드린 겁니다. ‘프로이트가 왜 꿈을 가져다가 자기 정신분석의 도구로 썼을까?’ 우리는 그냥 그렇게 생각하잖아요? 『꿈의 분석』이라는 책도 있고요. 저도 고등학생 때 재미있게 읽었던 책인데, 그게 ‘아, 그렇겠구나.’ 하는 게 보이는 거죠.

사실 우리는 의식과 무의식으로 자꾸 나눠서 이야기를 하지만, 사실은 무의식이라고 하는 건 명상을 온전히 하게 되면 의식화되거든요. 자꾸 의식화되어서 굉장히 밑바닥까지 무의식적인 요소를 갖다가 탐구하게 돼요. 명상을 많이 하신 분들은 잠재의식이나 생명의식, 이런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하시거든요. 업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의식까지도 말이죠.

그러니까 우리가 기본적으로 갖고 있는 어떤 상황에서 불안하게 느끼는 것은 ‘정말 당연한 거구나.’ 하는 것을 알게 돼요. 밑바닥을 딱 쳐 보면 ‘아, 이게 불안이다.’라고 하는 건 어떤 상황에서 툭 나오는 하나의 시그널이네 하는 게 보인다는 거죠.

그러니까 우리는 불안하면 뭔가 있을 것 같아서 무의식을 탐구하지만, 그게 자기한테 불안하게 만들었던 여러 가지 요소가 있다고 할 때 자꾸 반복된 알아차림을 통해서 정화되고, 정화되고, 양파 껍질 벗겨지듯이 마치 자유 연상하듯이 쓱 드러나고 또 정화되면 또 쓱 드러나고 그러거든요.

명상할 때 말씀드렸지만 라벨링하라고 말씀드렸잖아요? 라벨링이라는 건 어떻게 보면 마음 챙김을 확립하는 수단으로 쓰기도 하지만,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입장에서 볼 때는 굉장히 내가 가치를 부여하고 있던 것, 또 내가 개념화하고 있던 것의 하나의 그 모습, 그 자체거든요. 내가 라벨링했다는 건 내가 그걸 ‘개념화’하고 있었다는 거예요. 개념화를 알아차리면 다음에 그게 싹 사라지면서 근본적으로(underlying) 있었던 여러 가지 기억이나 요소들이 또 쓱 올라오는 거예요. 재미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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