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삼성마음그린 정신과, 최정미 전문의] 

 

학부모님들 안녕하세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최정미입니다. 요즘 어떠신가요? 아이들과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 힘드시죠? 아이들과 같이 보내는 시간이 많으니 더 친밀해져서 좋다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같이 보내는 시간은 많아도 막상 이야기를 하려고 하면 어색하고 소통이 어렵다고 느끼시는 분들도 많으신 것 같습니다. “아이의 마음을 알고 싶습니다”라면서 외래 문을 두드리는 경우도 종종 보게 되는데요, 그래서 <청소년 자녀와 어떻게 소통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말씀드려보려고 합니다.

너무나 많은 육아 조언이 쏟아지는 요즘이지만 청소년에 해당하는 조언은 많지 않은 게 사실입니다. 그만큼 너무나 다양한 것이 우리의 아이들이기 때문이겠죠. 그래도 일상에서 유용하게 적용할 수 있는 개념과 기술들을 10가지 정리해봤으니 잘 읽으시고 실천해보셔서 도움받으시면 좋겠습니다.

 

“내 아이의 마음을 알고 싶습니다”- 청소년 자녀와의 대화법 [2편]

 

소통의 기술 일곱 번째> 결국 네 인생

누군가가 답을 이미 정해놓고는 상의하는 척할 때 무력감을 느껴보신 적이 있나요? 하기 싫은 일을 상사가 시켜서 억지로 할 때 기분은 어떻던가요? 사람에게는 자기 인생의 결정권이 자신에게 있다는 느낌이 매우 중요합니다.

자녀들을 대할 때 절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아이들의 인생의 결정권을 결국은 아이들이 가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너무나 사랑스러워서 다해주고 싶고, 실패를 겪지 않게 해주고 싶어도 결국에는 아이들이 겪어나가야 할, 아이들 몫의 인생이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합니다. 부모 자신의 한계를 확실히 알아야 하는 것이지요.

태아의 발달이 부모님의 노력 여부가 아닌, 임신 주수에 따라 이루어지듯이, 출생 후 아이의 발달에는 부모님이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는 부분들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그러니 부모의 역할은 아이에게 그저 힘들 때 기댈 수 있는 따뜻한 울타리 역할 정도만 해도 충분한 거라 생각해 주세요.

 

사진_픽사베이
사진_픽사베이

 

소통의 기술 여덟 번째> 부모가 모르는 아이들의 진실

요즘도 외래에는 참 많은 청소년들이 옵니다. 불안한 아이, 문제를 일으키고 온 아이, 학교 가기 싫다는 아이, 하루 종일 게임만 하는 아이... 그런데 이런 많은 아이들을 만날 때마다 확인하게 되는데도 부모님들은 절대 모르시거나 믿지 못하시는 사실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아래의 세 가지입니다.

- 아이들은 자신이 나중에 무엇을 먹고살지에 대해 아주 많이 관심을 가지고 있다.
- 아이들은 부모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아는 것이 많고 적응력이 있다
- 부모와 사이가 나쁜 아이일지라도 자신의 부모에게 인정받고 싶어 한다.

부모님들은 자녀가 인생에 대해 계획과 관심이 없다고 화내고, 성적이 좋지 않아서 아는 것이 없다고 무시하고, 부모에게서 원하는 것은 돈밖에 없는 것 같다고 억울해하지만 제가 만나본 아이들은 부모의 칭찬에 목마르고, 자신의 미래를 불안해하며, 자신의 핸드폰 과사용을 걱정하고, 특정 주제에 대해서는 정말 깊이 관심을 가지고, 주치의인 제게 책이나 음악, 운동 등을 기꺼이 추천해주고, 가르쳐주기도 하는 똑똑한 아이들이었습니다. 만일 부모님들도 제가 발견한 것들을 아이들 속에서 발견할 수 있다면 더 열린 마음으로 소통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소통의 기술 아홉 번째> 미안해, 사랑해, 고마워, 멋져, 최고야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말이 ‘아부’라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생각만 해도 온몸이 오그라져서 도저히 할 수 없다고요. 그래도 우리들 대부분은 생존을 위한 아부를 매일 하며 살아갑니다. 상사에게 넥타이가 멋있다는 인사를 건네거나, 피팅룸에서 나온 손님에게 옷이 너무도 잘 어울린다며 칭찬을 하거나, 식사하러 온 커플에게 선남선녀라며 추켜주는 것 등등 말이죠.

그렇다면 내 아이에게는 어떤가요? 학원을 하시는 부모님들 중에서 학원 아이들에게는 칭찬의 말, 격려의 말을 잘하는데, 정작 내 아이에게는 잘 안 나온다는 고백을 하시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내 아이에게는 아부를 못하겠다는 부모님들께는 위의 다섯 가지 말을 자주 소리 내어 연습하시기를 권해드립니다.

그리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사용하세요. 자꾸 써야 계속 쓰게 되고, 계속 써야 전달이 됩니다. 아이들은 부모가 표현하지 않는 사랑까지 알아차릴 만큼 마음이 열려있지 않습니다. 표현해야 마음이 열립니다.

 

소통의 기술 열 번째> 강아지가 부러운 아이들

“우리 집 강아지가 부러워요.” 외래에 있다 보면 가끔 듣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세상에서 제일 부러운 것은 우리 집 강아지예요. 그냥 있기만 해도 예쁘다고 하고, 사랑받고 먹을 것도 주는데, 왜 나는 그냥 있으면 게으르다고, 커서 뭐가 될 거냐고 잔소리를 듣고 눈치를 봐야 하는 건지 모르겠어요.” 라며 하소연을 하는 아이 앞에서 저도 마음이 복잡해지곤 합니다. 

그저 자신으로서 사랑받는 느낌을 못 받는 아이에게 어떤 말을 해줘야 할까요. 어쩌면 아이뿐 아니라 온 가족이 “무엇”이기 때문이 아니라 바로 “당신”이기 때문에 좋다는 느낌을 서로 주지 못하고 무엇이 되라고, 무엇을 하라고 자꾸 요구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 사회가 지나치게 성취지향적인 것도, 세상살이가 팍팍한 것도 영향이 있겠죠. 그래도 적어도 이 글을 읽는 오늘 하루만이라도 다른 모든 것을 내려놓고, 아이를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시고 지켜봐 주시는 여유를 가져보시면 어떨까요.

 

이상 소통의 기술 열 가지를 적어보았는데 어떠셨는지요, 도움이 됐기를 바랍니다. 알려드린 소통 기술들은 답답할 때마다 읽어보시면서 다시 하나씩 실천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의 정서 문제, ADHD와 같은 발달 문제, 적응 문제, 까다로운 기질 문제 등이 심할 때는 부모만의 힘으로는 어려우니 꼭 전문가를 찾아서 도움을 받으시기를 추천드립니다.

오늘도 수고하시는 부모님들을 향해 마지막으로 한 말씀만 드리고 마치려 합니다. 감사합니다. 멋져요! 최고예요!

 

 

*  *  *
 

정신의학신문 마인드허브에서 마음건강검사를 받아보세요.
(20만원 상당의 검사와 결과지 제공)
▶ 자세히보기

 

저작권자 © 정신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