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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4. 혈관성 치매: 뇌혈관이 건강해야 우리의 몸과 마음을 지킬 수 있다
오동훈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승인 2017.05.08 07:25

 

사진 픽사베이

 

혈관성 치매(vascular dementia)는 알츠하이머병 다음으로 두 번째로 흔한 치매 유형입니다. '혈관성 치매' 그 이름을 들으면 바로 눈치챌 수 있을 겁니다. 뇌혈관질환의 후유증으로 나타나는 치매를 말합니다. 즉, 뇌졸중 또는 뇌출혈을 겪고 난 이후 주요한 인지기능의 저하가 나타나는 경우입니다.   

물론 뇌혈관질환을 앓게 되면 마비와 같은 운동기능의 문제가 많이 발생합니다. 그래서 혈관성 치매를 앓고 계시는 분들 중에는 인지기능의 저하뿐만이 아니라 운동기능의 문제를 함께 가지고 계시는 경우가 흔합니다.

 
혈관성 치매는 일차적으로 치매에서 보이는 증상들이 분명히 존재하고, CT 또는 MRI 같은 뇌 영상검사 결과를 통하여 이것이 뇌혈관질환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는 것이 확인되었을 때 진단하게 됩니다. 
 

시간의 흐름에 따른 혈관성 치매의 증상 변화는 알츠하이머병과 큰 차이가 있습니다. 알츠하이머병의 경우에는 10-15년의 기간을 두고 서서히 악화되는 과정을 밟습니다. 하지만 혈관성 치매의 경우에는 뇌혈관질환의 추가 발병이 있느냐 없느냐가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물론 고령 또는 노화로 인한 자연적인 뇌 기능의 감소는 어쩔 수 없겠지요. 개인에 따라서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등의 관리를 잘해서 추가적인 뇌혈관질환을 막아낸다면 증상의 악화를 예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건강관리가 어려워 뇌혈관질환이 반복되어 발생하면 증상이 계속 악화될 수도 있습니다.

 

혈관성 치매에서 임상적으로 매우 중요한 포인트가 있습니다. 바로 "어느 뇌혈관에 문제가 생겼느냐"입니다.

즉, 뇌의 어느 부위를 담당하는 뇌혈관에 이상이 생겼느냐에 따라서 증상의 차이가 나타납니다. 뇌혈관의 손상 부위가 뇌의 좌측(왼쪽)이냐 혹은 우측(오른쪽)이냐가 무척 중요합니다. 특히 뇌의 외쪽, 좌반구의 뇌혈관에 문제가 생기면 실어증이 생겨서 말을 못 하거나 혹은 상대방의 말을 이해하지 못 하는 증상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오른쪽, 우반구에 문제가 생기면 공간 개념이 흐려질 수도 있습니다(그림1).

 

그림 1. 혈관성 치매 환자에게서 나타나는 편측성 무시(neglect) 현상의 예: 우측 뇌반구의 손상을 겪고 있는 환자의 경우 좌측 시야의 물체를 무시하는 현상이 나타나 위와 같이 좌측이 생략된 그림을 그리게 됨 (http://jnnp.bmj.com/content/75/1/13).

그리고 혈관의 크기도 매우 중요합니다. 큰 혈관에 문제가 생기면 관련되는 증상이 갑자기 즉각적으로 발생하겠지만, 매우 작은 혈관에 문제가 생긴다면, 해당되는 증상이 나타날 때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즉, 알츠하이머병에서처럼 증상이 서서히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혈관성 치매의 증상은 알츠하이머병과 많이 다릅니다. 개인적으로는 "혈관성 치매의 증상은 다각도로 나타난다"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사진 PET image. 왼쪽 정상, 오른쪽 알츠하이머병. https://id.wikipedia.org/wiki/Alzheimer

 

알츠하이머병에서는 뇌혈류 SPECT 라는 검사 이용하여 병을 조기진단하거나 얼마나 진행되었는지를 판정합니다. 물론 보다 정밀한 평가를 위해서 PET 라는 영상검사를 이용할 수도 있지만 워낙 가격이 비싼 단점이 있습니다.

알츠하이머병에서는 대부분의 환자가 초기에는 뇌의 옆쪽(측두엽) 그리고 뒷부분(두정엽)의 뇌혈류가 감소되어 나타나다가 병이 점점 진행될수록 뇌 앞부분(전두엽)에서도 뇌혈류가 감소되는 전형적인 패턴이 나타납니다.

하지만 혈관성 치매 환자의 뇌 CT, MRI를 관찰해보면 백이면 백 모두 다른 모양을 지닙니다. 사람마나 문제가 생긴 혈관의 위치, 뇌 부위가 서로 다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혈관성 치매의 증상은 정말 변화무쌍하게 나타나게 됩니다.

 

뇌혈관의 문제가 일어난 뇌 부위가 어디냐에 따라 그리고 손상된 범위가 얼마나 되느냐에 따라 다양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앞쪽 뇌 부위가 손상되었을 때는 충동성 또는 공격성이 증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예전보다 화를 잘 내고 폭력적인 행동이 증가합니다. 이런 경우에는 특히 간병을 하는 배우자분들이 너무 힘들어 하시지요. 이와는 정 반대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어떤 경우에는 너무 의욕이 없고, 감정이 메말라버리기도 합니다.

 

일반적으로 혈관성 치매 환자들은 알츠하이머병에 비해 걸음걸이가 불편하고 말이 어눌하며 운동 마비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혈관성 치매에서 나타나는 언어장애 및 운동장애 같은 것들은 환자의 삶의 질을 크게 저하시키고, 간병의 부담도 상당히 증가시킵니다.

그리고 운동이 어려워 앉거나 누워서 지내는 시간이 많아지기 때문에 이차적으로 욕창, 폐렴, 관절이나 근육의 위축(퇴화) 등이 잘 생기고, 낙상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도 높아집니다. 따라서 재활 치료의 필요성이 그 어느 경우보다 많이 요구됩니다.

또한 우울증상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혈관성 치매에서 나타나는 우울증상은 기분을 조절하는 뇌 부위의 손상으로도 올 수 있고, 투병과정 중에서의 상실과 좌절로 인한 심리적 원인이 되어 타나날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혈관성 치매의 진료는 신경과, 재활의학과, 정신건강의학과 등 여러 과들이 협력 진료 체계를 통하여 이루어집니다. 

 

뇌 세포는 한번 죽으면 회복이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혹시라도 병이 발병했을 때는 초기에 적극적으로 치료하여 병이 더 악화되는 것을 막아야 합니다. 고혈압이나 당뇨 등의 위험요소들을 철저한 관리하는 것이 필수입니다. 또한 뇌혈관질환 예방을 위한 약물요법도 가능합니다. 적절한 식이요법과 규칙적인 운동, 금주와 금연을 통하여 건강관리를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우리 몸의 모든 기능이 통합되어 조절되는 곳은 다름 아닌 뇌입니다. 한 나라 또는 사회가 제대로 기능을 하려면 구성원간의 의사소통이 잘 되고 또 교통이 시원하게 뚫려서 자유롭게 자원이 오고가야하는 것처럼, 우리의 뇌도 뇌혈관이 건강하여 혈액순환이 원활해야 합니다. 그래야 몸과 마음의 건강을 안전하게 지킬 수 있습니다.

 

 

오동훈
의학박사,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제주 슬하정신건강의학과 원장
노인정신건강 인증의 및 정보의학 인증의
한국 EMDR 협회 공인치료자
 

 

 

오동훈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seulhamhc@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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