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은 나쁜 사람인 걸 모르고 시작했다가 나쁜 사람인 걸 알면 끝을 낸다. 그러나 나쁜 사람인 걸 알게 된 다음에도 계속 인연을 이어나가는 경우가 있다. 혹은 계속해서 나쁜 사람하고만 연애를 하기도 한다. 알면서도 모른 척 하기도 하지만, 대개는 알면서도 계속한다.

 

나쁜 사람에게 끌리는 사람들은 “나쁜 사람은 곧 강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곤 한다. 자신이 약하다고 생각하다 보면, 강한 사람이라도 만나서 보호를 받고 싶어 한다. 혹은 내 자식만큼은 약하게 키우기가 싫어서 강한 사람을 만나 자신의 단점을 극복하려고 노력하기도 한다. 문제는 나쁜 사람이 곧 강한 사람이 아니라는 점이다. 보통은 나쁘고 약한 사람에게 걸려 고생을 한다.

 

두 번째는 성선설을 믿어서 그렇게 된다. 이 사람이 지금은 상황이 안 좋아서 나쁜 짓을 하고 다니지만, 원래는 착한 사람이라는 믿음이다. 그래서 그 사람 주변을 좋은 환경으로 바꾸어주면 다시 착한 사람이 될 거라는 생각을 한다. 믿음이라는 게 맞으면 참 좋겠지만 원래 그런 사람이었던 경우는 아무리 노력을 해도 선해지지 않아서 고생을 한다.

 

세 번째는 자신의 조정 능력을 시험하고 싶어서이다. 자신이 흙을 움직이고, 물의 흐름을 바꿀 수 있을 때 기쁨을 느끼듯이, 사람의 행동을 변화시키는 것으로 행복을 찾는 사람들이다. 마치 베테랑 카우보이가 길길이 날뛰는 야생마를 보면서, 흐뭇한 미소를 짓는 것과 같다. “내가 이 인간을 한번 바꿔봐야지!” 하면서 의욕적으로 달려든다.

 

문제는 나쁜 사람은 대체로 “말을 거스르는 것”에서 행복을 느낀다는 점에 있다. 만에 하나 나쁜 사람이 착한 행동을 하더라도, 길들이는 사람은 행복하지만, 나쁜 사람은 힘들어한다. 세상에 행복을 느끼는 코드는 모두 다른데, 안 맞는 두 사람이 만나서 한 명 이상은 불행해진다. 이런 나쁜 사람은 대체로 나쁜 사람들을 만났을 때 행복해한다. 나쁜 사람을 교화시키는 것은 가치 있는 일이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변화시키려는 것은 두 배로 힘든 일이 된다.

 

자꾸 나쁜 사람을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인생이 생각보다 짧다는 걸 알려주고 싶다. 시간은 유한하고, 우리의 몸은 하나밖에 없다. 나쁜 사람을 사랑하느라고 에너지를 뺏기다 보면, 당신을 사랑하는 당신의 부모, 자녀, 친구들을 사랑할 시간이 없다. 사랑이 늘 행복한 것도 아니고, 늘 가치 있는 것도 아니다. 강렬한 고통을 사랑으로 착각하면 불행하다.

사진 픽사베이

 

[윤홍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칼럼]

윤홍균 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

「자존감 수업」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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