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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2. 치매라고 다 같은 치매가 아니다, 알쯔하이머 치매란?
오동훈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승인 2017.04.19 09:43

 

치매는 결국 여러 가지 원인으로 인하여 뇌 조직이 퇴화되어 나타나는 질병입니다. 사망한 치매 환자의 뇌를 살펴보면, 건강한 노인의 뇌에 비해 그 부피가 심하게 감소되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를 현미경으로 자세히 살펴보면 결국 각각의 뇌 세포의 개수와 부피 역시 줄어들었기 때문입니다.

 

좌측 : 정상인의 뇌 단면 / 우측 : 치매환자의 뇌 단면

 

어떤 이유로 뇌 세포의 개수와 부피가 줄어들게 되었을까요?

이 원인에 따라서 치매도 서로 다른 이름을 갖게 됩니다. 즉, 원인에 따라서 여러 가지 종류의 치매가 있다는 것입니다. 가장 대표적인 경우가 알쯔하이머 치매 그리고 혈관성 치매입니다. 나라마다 혹은 연구마다 다소 차이가 있긴 하지만, 이 두 가지 종류의 치매가 전체 치매의 대부분 - 대략 80% 이상을 차지합니다. 과거에 제가 의과대학을 다니던 시절에는 우리나와 같은 아시아권의 경우에는 혈관성 치매, 즉 뇌졸중 혹은 뇌출혈에 의한 치매가 많고, 서구지역에서는 알쯔하이머 치매가 더 많다고 배웠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우리나라에서도 전체 치매환자의 50~60% 정도가 알쯔하이머병에 의한 치매증상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알쯔하이머 치매란?

Alois Alzheimer, 1864-1915


알쯔하이머병은 이 질환을 처음 발견한 알로이스 알쯔하이머 (Alois Alzheimer, 1864-1915) 박사의 이름을 딴 것입니다. 알쯔하이머 박사는 지금부터 100여 년 전 독일에서 활동하던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였습니다. 그런데 이 분이 좀 평범하지가 않으셨죠. 왜냐하면 ‘현미경을 가지고 다니는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을 정도로 뇌 조직과 기능에 대한 연구에 관심이 많은 분이었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진료했던 한 여성 치매 환자의 증례를 1907년에 논문으로 발표하였고, 그 후에 그의 동료이면서 저명한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였던 크레펠린 (Emil Kraepelin, 1856 ~ 1926)이 이것을 알쯔하이머병이라고 이름 붙이게 되었습니다.

Emil Kraepelin, 1856 ~ 1926

 

수많은 의과학자들이 지난 100년 동안 알쯔하이머병을 연구해왔지만, 아쉽게도 아직까지 알쯔하이머병의 근본적인 원인을 다 밝혀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우리 인체의 세포 안에는 청소부 혹은 수리공 역할을 하는 단백질이 있습니다. 이 단백질은 우리 몸이 노화로 인해서 노폐물들을 만들면 이를 분해하거나 원상태로 수리하는 역할을 합니다. 이러한 원리는 우리 뇌 세포에도 똑같이 적용됩니다. 즉, 뇌 세포 안에서도 노화과정을 겪으면서 나쁜 단백질 덩어리가 생기는데, 이것을 청소 혹은 수리하는 단백질에 이상이 생기거나 혹은 청소(또는 수리)하는 양보다 더 많은 혹은 더 심한 노폐물이 싸이는 것이 병의 원인이 아닌가하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의과학자들은 이 노폐물 단백질의 이름을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 타우 단백질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즉, 이러한 이상한 단백질들이 뇌 조직에 침착이 되고, 이로 인하여 독성 작용이 생겨 뇌 세포가 소멸되면서 알쯔하이머병이 발병하는 것으로 추측을 하고 있습니다.

뇌의 신경세포막에서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이 침착되는 과정

 

작년과 올해 알쯔하이머병 치료제 개발과 관련해서 안타까운 소식들이 있었습니다. 앞서 말씀 드린 노폐물 단백질들이 만들어지는 혹은 분해되는 과정을 직접 조절하는 약물 후보물질들이 개발되어 임상시험을 거쳤지만 모두 실패로 돌아가게 된 것이죠. 지난 십 수 년 동안 알쯔하이머병을 잡기 위해 엄청난 돈을 쏟아 부으며 임상시험을 실시했지만, 새롭게 승인받은 '쓸 만한 신약'은 없었던 것이죠. 그리고 심지어는 기존의 학설이 과연 맞는가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하는 일도 생기게 되었습니다.

 

 

누가 알쯔하이머병에 잘 걸리는가?

알츠하이머병은 여성이 남성에 비해 발병률이 좀 더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외에 알츠하이머병에 잘 거리는 위험요소로는 나이가 많을수록, 학력은 낮을수록, 직계 가족 중에 치매 환자가 있는 경우, 과거 머리 손상의 병력(교통사고, 낙상, 권투선수 등)이 있는 경우, 다운증후군 환자, ApoE 유전자형에서 4형의 대립유전자를 가지고 있는 경우 등입니다. 반대로 높은 교육 수준, 적당한 포도주 섭취, 충분한 생선 섭취량은 알쯔하이머병의 위험성을 낮추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위에 언급한 내용들이 절대적인 것은 아닙니다. 유전적 원인과 환경적 요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사람마다 병의 발생 빈도가 달라집니다.

 

알쯔하이머병의 경과는?

알쯔하이머병은 시간을 거꾸로 돌리는 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람은 태어난 후 성장과 발달을 거쳐서 결국 스스로 독립적인 생활이 가능하게 됩니다. 정상적인 경우라면 일반적으로 만 12세 (대략 초등학교 6학년에서 중학교 1학년에 해당) 정도가 되면, 대중교통이용, 필요한 물품구입 등 웬만한 일상적인 활동을 스스로 할 수가 있습니다. 하지만 치매 환자는 이러한 시간의 흐름을 거꾸로 겪으면서 기억력, 판단력, 언어능력 등이 퇴화되는 과정을 겪게 되고 결국에는 스스로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상황에 이르게 되는 것입니다. 실례로 미국의 레이건 대통령이 자신이 치매에 걸린 것을 알게 되자 기자회견을 통해 이 사실을 알리기도 했었는데요. 1994년에 자신이 치매에 걸린 것을 알리고 10년간 투병을 하고 2004년에 세상을 떠난 일이 있었습니다.

알쯔하이머병의 자연경과는 상당히 다양하지만, 대략 증상 발현부터 진단까지 2~3년, 진단으로부터 요양시설(nursing home)에 머무르게 되는 기간까지 3~6년, 요양시설에서 사망까지 약 3년 정도로 총 유병기간은 9~12년입니다. 

 

알쯔하이머병의 증상은?

진료실에서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치매 환자의 아드님께서 저에게 이렇게 말씀을 하셨습니다. 우리 어머니는 치매가 절대 아닙니다. 옛날 기억을 얼마나 잘 하시는데요. 어떨 때는 저보다도 정확히 잘 기억을 하십니다. 이렇게 간절히 말씀하시면서 저에게 안타까움을 표현하셨습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담당의사인 제가 환자분에게 오늘 무엇을 타고 병원에 오셨습니까? 라고 질문을 드리자 환자분께서는 갑자기 당황하시면서 옆자리에 앉아 있는 아들 내외의 얼굴을 자꾸 쳐다보시는 행동을 보였습니다. 아마도 아들 내외분에게 답과 도움을 요청하는 무의식적인 행동이었을 것입니다.

 

임상적으로는 알쯔하이머병은 서서히 발병하여 점점 악화되는 경과를 보이는 것이 특징입니다. 특히 기억력의 저하가 중요합니다. 하지만 기억력의 저하에도 순서가 있습니다. 치매의 초기에는 (앞선 예에서처럼) 장기 기억력은 잘 보존이 됩니다. 예전에 고향에서 누구와 어떻게 잘 지냈다는 식의 이야기를 청산유수처럼 잘 하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단기 기억력은 다릅니다. 오늘 오전에 아침식사로 무엇을 드셨는지 혹은 어제 본 뉴스의 내용은 기억해내지 못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병이 진행되면 될수록 장기 기억력이 침범되어 가까운 사람, 심지어는 배우자나 자녀들도 알아보지 못하게 되는 경우도 생깁니다. 알쯔하이머병의 초기에는 단기 기억력 즉, 최근 일에 대한 기억력에 대해서 문제를 보입니다. 그리고 병이 점차 진행하면서, 판단력과 언어능력 그리고 추상적 사고능력 등 다른 여러 인지기능의 이상을 동반하게 되며 결국에는 대부분의 일상생활 기능의 저하를 경험하게 됩니다.

 

알쯔하이머병의 치료는?

다행히도 시중에는 알쯔하이머병의 경과를 늦추는 치료제가 개발되어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 치료제들은 아세틸콜린이라는 뇌 내의 신경전달물질의 농도를 높이는 약물로서 기억력의 감퇴를 저지하는 역할을 합니다. 그밖에도 알쯔하이머병의 투병과정 중에서 일부 환자들에게서 나타나기도 하는 불안증, 우울증, 편집증, 환청, 반복 행동과 같은 정신행동증상을 조절하기 위해 항우울제나 항정신병약물 등이 처방되기도 합니다.

 

오동훈 의학박사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슬하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 / 노인정신건강인증의 / 정보의학인증의

 

오동훈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seulhamhc@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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