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하주원 연세숲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

사진 픽사베이

 

끔찍한 사건을 저지른 사람이 '조현병(Schizophrenia)이었다'라는 기사가 나오면 필자는 가슴이 철렁 한다.
'또 많은 조현병 환우들이 오해를 받겠구나'
'안 그래도 낙인과 편견 때문에 힘든데 더 고민하고 있겠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조현병을 앓는 분들은 참 순수하고 착하다'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레지던트 1년차 때였다.
하지만 이것도 일종의 편견이었다. 꼭 그런 건 아니었다.

인구의 1%가 앓는 조현병.
그 중에서는 당연히 착한 사람, 나쁜 사람, 부자, 파산한 사람, 요리사, 엔지니어, 변호사, 샵매니저, 날씬한 사람, 뚱뚱한 사람, 이성애자, 동성애자, 머리가 좋은 사람, 지능이 낮은 사람, 표준어를 쓰는 사람, 사투리를 쓰는 사람, 술을 입에도 안대는 사람, 알콜 중독이 동반된 사람...다양한 사람이 있을 뿐이다.

 

물론, 조현병 환자의 자살율이 높은 것은 여러 연구에서 밝혀졌다.
환청이 너무 괴롭기 때문에 병식(insight)이 생기고 낙인으로 괴로워하면서 사람들과의 관계가 위축되고 우울증이 동반되면서 여러가지 이유로 스스로에게 해가 되는 행동을 다른 사람보다 많이 한다. 하지만 조현병 환자가 일반인에 비해 범죄율이 더 높다는 연구결과는 아직 확실히 밝혀진 바 없다.

 

강남역 사건을 포함하여, 이번 범죄의 가해자가 정말로 조현병이 맞는지는 사실 확언할 수 없다. 아이를 죽이고 모든 행동이 꿈 같았다고 하는건 너무 낯설지만 그걸 근거로 조현병인지 아닌지를 판단할 수는 없다. 조현병으로 남을 해치는 행동의 동기를 설명할 수는 없다.

'아! 조현병이어서 그랬구나'라고 고개를 끄덕일 수가 없다.

 

우리나라에 살던 프랑스인이 영아 살해를 하기도 했고, 교사가 제자에 대해 성범죄를 저지르기도 했다.
프랑스인이 위험한가? 선생님을 조심해야 하는가?

굶주리고 힘들어서 자식을 학대했다면, 그런 원인이 있으니 당연히 납득해야 하는가.

수많은 환자들이 환청을 거스르면서, 관계사고를 이기면서, 행여 남에게 피해되는 행동을 하게될까 오히려 과도하게 염려하며 살고있다. 부디 질병을 이겨내며 나아가는 그 분들의 위대한 삶이 한 두 사람으로 인해 억울해지지 않기를 바란다.

 

필자는 정신장애로 인한 범죄에 대한 감형을 반대한다. 어쩌면 착하게 스스로를 통제하며 살아가는 우리 환우들에게 더욱 억울한 일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환자분들도 정신질환으로 인한 감형을 반대하는 경우를 본 적도 많았다. 무조건적 감형이 아니라 치료감호의 강화나 치료명령제가 동반되어야 한다.

사람들은 어떤 현상에 대해 미리 짐작한, 눈에 보이는, 납득할만한 원인으로 설명하고 싶어하는 경우가 많다. 실은 우리가 모르는 것이 더 많은데도 말이다.

조현병은 조현병대로 있더라도 살인은 별도의 문제일 수 있다.

 

괜한 분들이 오해받지 않기를, 불쌍하고 죄없는 아이 편히 쉴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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