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의사가 읽어주는 영화, 두 번째 이야기

[정신의학신문 : 의정부 성모사랑정신건강의학과 원장 유길상 전문의]

 

사진 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코리아 제공

 

한국인에게 가장 사랑받는 화가,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 무용의 신(神)이라 불리는 바츨라프 니진스키 (Vatslav Nizhinskii), 로댕의 제자이자 연인이며 조각가인 까미유 끌로델 (Camile Claudel). 이들의 공통점은? 뛰어난 창조성을 가진 예술가이자 조현병 환자들이다. 예술가는 창조성이 많이 요구되는 직업 중 하나이며 유명 예술가 중에는 조현병 환자들도 있다. 조현병은 창조성 혹은 천재성과 관련이 있을까? 우생학의 창시자인 프랜시스 갈톤은 (Francis Galton)은 이에 대한 궁금증으로 연구를 하였고 예술, 문학, 과학 분야 천재의 가족과 친척 중에 정신 질환이 많다는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솔로이스트>는 조현병을 앓고 있는 천재 첼로 연주가에 대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다. LA 타임즈 기자 로페즈는 길거리에서 줄이 끊어진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나다니엘을 우연히 만난다. 노숙자인 나다니엘은 자신이 줄리어드 음대 출신이라는 말을 한다. 로페즈 기자는 직접 줄리어드 음대에 전화를 하여 나다니엘이 실제 첼로 전공으로 줄리어드 음대에 입학하였음을 확인한다. 조현병 환자인 나다니엘은 고가도로 밑의 어두컴컴한 구석진 장소에서 기괴한 옷차림을 하고 잡동사니를 모으며 생활한다. 또한 이해할 수 없는 혼잣말을 하고 환청에 반응하여 차들이 빠른 속도로 달리는 도로에 뛰어 들기도 한다. 이는 조현병 환자들이 보이는 전형적인 외향과 행동들이다.

 

로페즈 기자는 나다니엘의 삶에 대해서 컬럼을 쓰기 시작하였고 그의 재활을 돕기 위해 노력한다. 나다니엘에 관한 기사를 읽은 애독자가 첼로를 기증하였고 이를 그에게 전달한다. 또한 첼로 레슨 선생님을 섭외하고 유명 오케스트라에서 협연을 할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해 준다. 하지만 나다니엘은 연주회에 쓰레기 같은 잡동사니의 소지품들을 가지고 가기를 고집한다. 또한 낯선 사람들 앞에서 연주를 시작하려 하자 여러 명의 목소리로 자신에게 욕설을 하고 지시를 하는 환청이 들리면서 괴로워하다가 결국 연주를 하지 못하고 뛰쳐나간다. 로페즈 기자는 공공 병원 관계자에게 조현병에 대한 약물 치료를 권유하지만 관계자는 이를 거부하고, 있는 그대로 그를 이해하는 친구로 남을 것을 권유한다. 영화는 로페즈 기자와 나다니엘이 월트 디즈니홀에서 베토벤 교향곡 3번 1악장의 리허설을 함께 들으며 마무리 된다.

 

왜 천재적 예술가들 중에 조현병 환자들이 존재하는 것일까? 이에 대해 아직까지 명쾌한 결론은 나와 있지 않지만 여러 가설들이 제시되고 있다. 조현병 환자들은 고립된 자폐적인 세계에서 자유로운 공상을 하면서 창의성이 발현된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 최근 연구에서는 양전자 방출 단층촬영술 PET(Positron Emission Tomography)을 통해 창의적인 사람들의 뇌와 조현병 환자들의 뇌 영상 사이의 비슷한 점을 발견했다. 또한 프레데릭 울렌(Frederik Ullen) 교수는 두 그룹 사이에 뇌의 시상(thalamus) 도파민(dopamine) D2 수용체 유사성을 찾아냈다. 조현병은 시대와 인종 그리고 국가와 무관하게 1퍼센트가 발병한다. 조현병이 진화 과정에서 도태되지 않고 남아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가설 중에 하나는 예술, 문학, 과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창조성을 통해 인류 발전에 기여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존 포브스 내시 (John Forbes Nash, Jr)처럼 조현병 환자도 꾸준히 복약하면 정상적인 삶을 충분히 살 수 있다. 나다니엘이 조현병 발병 초기 정확한 진단과 적절한 치료를 받았으면 그의 삶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월트 디즈니 홀 관객석이 아니라 무대에서 베토벤의 곡들을 멋지게 연주하는 그의 모습을 볼 수 있지는 않았을까?

 

 

유길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성모사랑 정신건강의학과
가톨릭중앙의료원 수련의, 전공의
(전) 포천시 정신건강증진센터 자문의
(전) 의정부 청소년 쉼터 상담의
대한정신건강재단 해피마인드 상담의, 대기업, 보건소 등에서 다수 강의
전문의 홈 가기
저작권자 © 정신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