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1. 스마트폰을 가지고 노는 아이 (출처: Wikimedia Commons)

 

아이가 태어나면 가정에는 많은 변화가 찾아옵니다. 잠자는 시간, 밥 먹는 시간, 게다가 여가 시간의 변화도 함께 따라옵니다. 퇴근 후에, 주말에 보던 TV도 아이가 태어나고부터는 멀어지게 됩니다. 안 그래도 아이를 돌보느라 바빠 TV 볼 시간이 없는데, 재미있는 드라마도, 예능 프로그램도, 심지어 뉴스도 멀어지고 세상과 더욱 격리된 생활을 하게 됩니다. 그럼 아이를 돌보면서 TV도 보는 멀티 태스킹을 하면 되지 않을까 - 효율적이고 영리한 생각도 하게 됩니다.

 

부모가 TV를 보지 않아도 TV가 있으면 양육이 손쉬워 지는 면이 있습니다. 밀린 회사일, 집안일을 해야 하는데 아이가 놀아달라고 할 때, 든든한 지원군 TV에 아이를 맡깁니다. 나를 대신해서 뽀로로와 핑크퐁이 아이와 함께 놀고 아이의 친구가 되어줍니다. 외출할 때, 아이에게 영상기기를 쥐어주면 아이와 외식도 힘들지 않습니다. 아이가 밥 먹기 싫어하거나 짜증이 날 때 스마트폰을 보여주면 금세 아이의 기분을 달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소아 및 양육 전문가들은 아이들에게 영상기기를 보여주지 말라고 합니다. 일단 아이에게 보여주지는 않는데 왜 그런지는 모르겠고, 좋은 교육 미디어도 있는데 이건 많이 보여줘도 되지 않나 생각이 듭니다. 게다가 아이의 조부모님이나 친지들이, 너희 클 때는 티비 마음껏 봤다고 하면서 너네도 잘 컸으니 아이도 티비 좀 보면 어떻냐고, 아이를 무릎에 대놓고 TV며 스마트폰을 보여주고 아이에게 점수를 얻으려는 시도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럼, 아이에게 왜 영상기기를 일찍 보여주면 안 되는 걸까요?

 

미국 소아과 학회(American Academy of Pediatrics, AAP)에서는 얼마 전까지 2세 이전의 영유아에게 TV를 포함한 영상기기를 노출하지 말 것을 권고하였습니다. 아이의 뇌는 생후 1년동안 빠르게 크기 때문에, 영상이 아닌 실제 사람과 상호작용을 통해 많은 것들을 배워야 한다는 것이 그 이유입니다.

 

미국 소아과 학회에서는 2016년 10월에 더 자세한 영상기기 시청 권고안을 발표하였습니다.

- 18개월 이전의 아이에게는 가족과의 영상통화를 제외한 영상기기 이용을 피하라.

- 2- 5세 아이는, 하루 1시간 이내로 질 높은 프로그램을 시청하도록 제한하라. 부모는 아이와 함께 영상을 시청해야하고 아이가 이해하고 적용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 6세 이상 아이는, 영상 시청 시간, 영상의 종류에 제한이 있어야 하고, 영상 시청이 수면과 신체활동 그리고 건강에 필수적인 다른 활동을 방해하면 안 된다.

- 저녁 식사 또는 드라이브와 같이 영상이 없는 시간 (media-free times)을 정하고, 침실과 같은 장소에서는 영상을 보지 않도록 정한다.

- 온라인 또는 현실에서 타인을 존중하는 방법을 포함한 온라인 인권과 안전에 대해 얘기하라. (https://www.aap.org/en-us/about-the-aap/aap-press-room/pages/american-academy-of-pediatrics-announces-new-recommendations-for-childrens-media-use.aspx)

 

이전 영상기기 시청 권고안에 비하여, 영상통화와 같이 허용된 부분도 있지만 더 자세하고 통제가 필요하다는 내용이 이번 권고안에 많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영상기기의 사용을, 가족과 소통 하고 사회성을 기르며 교육적인 가치가 높은 용도로 한정하였습니다. 영상 시청에 부모가 참여하여서 아이의 이해를 돕고, 아이와 부모간의 소통을 늘리는 데 영상기기를 사용하라는 것입니다.

 

아이의 뇌 성장에 대한 시간적 변화는 아래 그림과 같습니다 (그림2). 뇌는 태어나기 전에 빠르게 성장하고 4세 가량에 성인 뇌의 90%에 달하는 무게에 이릅니다. 사람의 뇌는 태어나면서 이미 신경세포는 만들어져 정해진 위치에 존재하지만, 그 연결은 아직 완전하지 않습니다. 심지어 뇌에서는 만 30세에 이르러서도 연결이 수정되고 다듬어져 갑니다.

 

그림2. 뇌 성장 시간표 (Knuesel et al. Maternal immune activation and abnormal brain development across CNS disorders. Nat Rev Neurology 2014)

 

천천히 성장하는 우리 아이 뇌를 어떻게 하면 건강하게 키워 줄 수 있을까요?

 

균형잡힌 뇌 연결이 건강한 뇌를 만듭니다. 2세 이하 유아의 빠르게 성장하는 뇌에 편향되고 일방적인 자극을 주는 것은 뇌연결의 균형을 망칠 수 있습니다. 인류는 2만년 전과 같은 몸과 뇌를 가지고 있습니다. 게다가 바로 윗 세대인 조부모 세대만 하더라도, 아이들의 놀이는 영상 기기가 아닌 부모와 상호작용하고 또래들과 몸으로 뛰어 노는 일이었습니다. 뛰어 놀기는 여러가지 감각과 운동 그리고 판단이 필요하기 때문에 뇌의 여러 영역을 골고루 자극할 수 있습니다. 영상 시청이 주된 놀이인 아이는 시각과 청각에 편향된 감각 자극을 주로 받게 되고, 다른 감각 영역 및 운동 그리고 판단하는 뇌 부위를 덜 사용하게 됩니다.

함께 활성화하는 신경세포는 함께 연결이 된다는 (Cells that fire together, wire together) - 캐나다 심리학자인 Donald Hebb의 이론처럼, 다양한 뇌 영역을 자극하고 사용하여 아이의 뇌가 건강하게 연결될 수 있도록 아이의 놀이를 만들어주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기도 합니다. 다른 부모들이 자녀에게 영상을 보여주니까 교육에도 필요하니까 우리 아이가 뒤쳐질까 고민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영유아기에 전자기기를 배우지 않고 일찍 노출되지 않아도 학습능력이 높은 청소년기와 성인기 초기, 즉, 전자기기 사용이 필요한 시기에 충분히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걸 증명해주는 것이 바로 부모들 자신이기도 하니까요.

성인도 역시 지속적으로 뇌 성숙이 이루어지고 있고, 어릴 때보다는 정도가 덜하지만 성인기에도 학습과 경험에 따라 뇌 연결이 변합니다. 여가시간에는 일과 일상에서 부족한 감각, 운동, 감정 자극을 보충하는 것이 건강한 뇌를 위하여 필요한 일입니다. 건강한 몸, 건강한 뇌, 건강한 가족을 위해서는 몸이 편안한 드라마 정주행보다는, 몸이 다소 피곤하지만 가족들과 얘기도 하고 같이 산책도 하는 주말과 연휴가 더 좋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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