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든 소년 山이 되다 중에서

 

선마을 종자산을 저는 자주 올라갑니다

달밤에 쉬엄쉬엄 산길을 가는 것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습니다

 

산을 올라가면서

저는 산에다 대고

결정을 못해서 애 끓이고 있는 문제들,

마음을 괴롭히는 온갖 걱정들을 주저리주저리 풀어놓습니다

 

그럴 때 어디선가

말간 바람이 다가와

달아오른 내 뺨을 차갑게 식혀주면

마치 우주가 나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너럭바위에 올라앉아

잠시 밤하늘을 올려다보고 있노라면

머리가 맑아지면서 우주의 정기가 온몸으로 흘러들어오는 것 같지요

 

길을 잃었을 때

산은 내게 길을 가르쳐줍니다

 

밑에서 올려다본 산은

온통 나무만 빽빽하게 들어차서

한없이 막막해 보이지만

올라가보면 길이 있습니다

 

산은 나에게 길은 그렇게 찾아가는 것이라고 가르쳐줍니다

 

 

이시형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정신의학신문 고문
경북대학교 의학 학사
예일대학교 대학원 신경정신과학 박사
세로토닌 문화 원장, 힐리언스 선마을 촌장, 한국자연의학종합연구원 원장
정신의학신문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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