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삼성마음그린 정신과, 최정미 전문의] 

 

학부모님들 안녕하세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최정미입니다. 요즘 어떠신가요? 아이들과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 힘드시죠? 아이들과 같이 보내는 시간이 많으니 더 친밀해져서 좋다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같이 보내는 시간은 많아도 막상 이야기를 하려고 하면 어색하고 소통이 어렵다고 느끼시는 분들도 많으신 것 같습니다. “아이의 마음을 알고 싶습니다”라면서 외래 문을 두드리는 경우도 종종 보게 되는데요, 그래서 <청소년 자녀와 어떻게 소통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말씀드려보려고 합니다.

너무나 많은 육아 조언이 쏟아지는 요즘이지만 청소년에 해당하는 조언은 많지 않은 게 사실입니다. 그만큼 너무나 다양한 것이 우리의 아이들이기 때문이겠죠. 그래도 일상에서 유용하게 적용할 수 있는 개념과 기술들을 10가지 정리해봤으니 잘 읽으시고 실천해보셔서 도움받으시면 좋겠습니다.

 

“내 아이의 마음을 알고 싶습니다”- 청소년 자녀와의 대화법 [1편]

 

사진_픽사베이

 

소통의 기술 네 번째> 하루 5분 거울 앞에서 표정 연습하기

외래에 내원한 부모님들께 코칭을 해드릴 때 아이들이 직접 작성한 부모양육태도 평가를 활용하게 되는데, 그중 과잉기대라는 항목이 있습니다. 자녀에게 지나친 기대를 한다는 뜻인데, 과잉기대가 높을수록 자녀가 부담을 느끼고, 자존감도 낮아지게 되는데요, 이때 권해드리는 것이 바로 표정 연습입니다. 

표정 연습은 아이를 쳐다보거나, 부르거나, 대화할 때의 자신의 모습을 거울 앞에서 연기해보면서 관찰하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거울이 있는 곳이면 다 좋은데, 매일 아침저녁 욕실을 사용하실 때 같이하시면 좋습니다.

아이와 우연히 눈이 마주친다고 생각하면서 아이가 쳐다볼 나의 표정을 관찰해보세요. 그리고 아이가 잘못된 행동을 했다고 생각하고 “00야”하면서 얼굴을 찡그리며 화내는 표정을 지어보세요. 노려보는 표정을 지어보세요. 한숨을 쉬어 보세요. 훈계하는 연기를 하면서 관찰해보세요. 대부분의 경우 자신이 생각한 것보다도 더 무섭고 소름이 끼칠 것입니다. 아이에게 상처가 되는 부모의 표정을 자각하고, 이런 표정을 매일 마주했던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이 드신다면 일단 성공입니다.

그리고, 자신을 너무 탓하지는 마세요. 나도 너무 힘들었고, 몰라서, 부모 노릇 지나치게 열심히 하다가 보니 그렇게 된 것이니까요. 대신 거울 앞에서 매일 표정 연습을 열심히 해주세요. 얼굴에 힘을 빼고, 부드럽게 아이의 이름을 불러보세요, 우연히 마주칠 때 지어줄 온화한 표정과 미소를 연습하세요. 한 달이라도 꾸준히 하세요. 부모의 웃는 표정, 반가운 표정이 아이의 자존감을 튼튼히 세워줄 것입니다.

 

소통의 기술 다섯 번째> 일단 들어주기 (공감적 경청)

일단 들어주는 것이 기본 중 기본인데, 쉽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영어가 너무 뒤처져 고민고민하다 어렵게 정해서 학원을 가게 됐는데 아이가 어느 날 “학원 가기 싫어요.”라고 한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뭔 헛소리야, 넌 어떻게 맨날 빠지고 놀 궁리만 하니? 시끄러워 빨리 가!”하고 쫓아보내실 건가요? 그날은 학원을 갈 수도 있겠지만, 결국은 딴짓하고 집중 안 하면서 자거나, 숙제를 안 해가거나, 심하면 엄마 몰래 결석했다가 발각(?)되는 등 일이 더 커질 확률이 높습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일단 들어봐 주세요. 아이의 말을 단순히 반복해주기만 해도 됩니다. 한번 해볼까요?

아이 : “엄마, 학원 가기 싫어요.”

엄마 : “그래? 학원 가기 싫어?”

아이 : “네, 학원 가기 싫어요. 선생님은 맨날 혼내고 애들은 떠들고 분위기가 엉망이에요.”

엄마 : “그래? 선생님이 혼내고 애들도 많이 떠드는구나, 힘들겠네.”

아이 : “네, 집중도 안돼서 차라리 혼자 하는 게 낫겠어요.”

엄마 : “그렇구나, 그만두고 혼자 하는 게 낫겠어? 학원 어렵게 정했는데 아쉽네. 혼자 하는 건 괜찮겠니?”

아이 : “사실 걱정은 돼요. 우리 반 00가 다니는 학원이 있다는데 그쪽으로 가볼까 싶기도 해요. 00가 그러는데 분위기가 괜찮대요. 오늘은 일단 학원에 가고, 내일 학교 가면 00한테 물어봐야겠어요.”

엄마 : “그래, 그런 고민이 있었는데 엄마는 몰랐네. 얘기해줘서 고맙다. 그럼 엄마가 도와줄 것 있으면 얘기해줘. 잘 다녀와.” 

이와 같이 공감적 경청은 아이의 불안을 해소시키고 문제해결력을 자극하게 됩니다. 늘 잘 되지는 않겠지만, 아이가 스스로 답을 찾아갈 수 있다는 것을 믿어주세요. “그래?”, “그렇구나”, “그리고?”와 같은 말을 잘 사용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이야기해줘서 고맙다는 말을 덧붙여주면 아이가 다음에도 고민이 있을 때 자발적으로 부모님을 찾아와 상의할 것입니다.

 

소통의 기술 여섯 번째> 치고 빠지기, 12라운드를 준비하자

어릴 때 TV에서 보던 권투경기 생각나시나요? 상대가 실력 차이가 많이 나면 KO로 금방 끝나지만, 실력이 비슷한 경우 12라운드까지 가야 하기 때문에 힘 조절이 매우 중요하다는 해설을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청소년 자녀를 대하는 부모의 자세가 바로 이런 게 아닐까 싶습니다.

스마트폰 사용 규칙을 정하거나 진로를 정하거나, 부모가 보기에 괜찮다고 생각되는 캠프나 활동을 권할 때도 절대로 몇 번만에 결론을 내려고 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잘 설득이 된다면 한두 번에 끝나겠지만, 대부분은 가볍게 던지고 빠지는 식으로 여러 번의 제안과 조율이 필요합니다.

당장은 OK를 안 하더라도 일단 들었으니 혼자 있을 때에도 생각이 떠올라 마음이 달라질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여유를 가져야 합니다. 중요한 사안일수록 양쪽 다 힘이 들어가는 법입니다. 힘을 빼고 길게 보시면서 가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내 아이의 마음을 알고 싶습니다”- 청소년 자녀와의 대화법 [3편] 에서 계속됩니다.

 

 

*  *  *
 

정신의학신문 마인드허브에서 마음건강검사를 받아보세요.
(20만원 상당의 검사와 결과지 제공)
▶ 자세히보기

 

저작권자 © 정신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