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이슬비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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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물치료는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를 가진 아동이나 청소년뿐 아니라 성인 환자에게서도 주요 증상 완화에 효과적이다. 

하지만 성인의 경우 약물치료에 대한 효과가 아동에 비해 다소 낮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특히 계획하기의 어려움, 조직화 능력의 결함이나 시간 관리의 어려움 같은 증상들은 약물치료만으로는 충분히 개선되지 않는데, 이러한 증상은 회사 업무나 일상생활에 상당한 어려움을 일으킬 수 있다. 또한, 일부 성인 환자에서는 약물치료의 효과가 떨어지거나 부작용 때문에 약물치료를 못 하는 경우도 있어 대안적 치료가 필요하다.

ADHD로 고통받는 성인이나 청소년을 위해 개발된 인지행동치료에서는 시간 관리, 조직화, 충동조절, 정서조절 등 다양한 대처 방법을 매우 구체적으로 가르쳐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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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HD를 위한 인지행동치료의 첫 목표는 시간관리기술을 익히는 것이다.

그러려면 시간인식능력을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 이들은 시간이 흐르고 있다는 것을 느끼면서도 자신이 하는 활동을 조절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해야 하는 일을 마치는 데 필요한 시간을 잘 추정하지 못하고 중요한 일과 그렇지 않은 일, 노력이 많이 드는 일과 그렇지 않은 일에 맞게 적절하게 시간을 배분하지 못한다. 따라서 의식적으로 시간인식을 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손목시계를 착용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요즘 흔히 핸드폰으로 시간을 확인하면 된다고 생각하지만, 핸드폰으로는 빠르게 시간을 확인하기 어려우므로 손목시계를 차는 것을 추천한다. 

일정을 관리하도록 한다. 전자기기가 익숙하다면 구글 캘린더 같은 일정 관리 앱이 좋으며, 익숙하지 않다면 종이 수첩도 좋다. 수첩은 항상 휴대하고 다니면서 모든 약속과 할 일을 적어 매일 아침, 점심, 저녁에 들여다보도록 한다. 적어도 하루에 한 번은 새로 변경된 정보를 수정하고, 완료되지 않은 항목을 다시 계획하고 정리하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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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의 우선순위를 잘 정하는 것도 중요하다. 누구나 할 일은 많고 시간은 부족하지만, ADHD가 있으면 일의 우선순위를 신중하게 선택하기보다 충동적으로 선택하기 쉽다. 할 일 목록을 만들고 달력을 보면서, 언제까지 끝내야 하는 일인지 급한 정도를 파악하고, 개인의 장단기목표에 있어 중요도에 따라 우선순위를 결정한다. 

 

반복되고 지루하며 하기 싫은 과제를 좀 더 쉽게 할 수 있도록 스스로 보상을 사용하는 것도 꽤 도움이 된다. 큰 과제를 한 번에 할 수 있는 작은 분량으로 나누고, 각 분량을 마친 뒤에 자신에게 보상해 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책상 위에 처리해야 할 서류 더미가 산더미 같이 쌓여서 보기도 싫고 어디서부터 시작할지 엄두가 나지 않아 손도 못 대고 있다고 하자. 이때 내가 쉽게 해낼 수 있는 시간을 정하고 그 시간만큼 타이머를 맞추고 일을 시작해 보자. 예를 들어 15분만 하기로 결정했다면, 15분만 서류작업을 하고 잠시 쉬는 것이다.

정해진 시간이 끝난 후에도 일을 계속할 마음이 있으면, 이 방식을 반복하면 된다. 그리고 하기 싫은 것을 하느라 고생한 자신에게 보상을 준다. 산책하기, 친구와 통화하기, 좋아하는 차 마시기 등이 보상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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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력이나 충동성의 문제가 있는 청소년이나 성인은 우울, 불안 같은 정서적인 문제가 동반되는 경우도 꽤 흔하다. 무언가를 하려다 실패한 적이 많다 보니 실수할까 두려워하거나, 완벽하게 하려다 시작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이럴 때 부정적인 생각과 우울, 불안 같은 감정, 해야 할 일을 미루고 주저하는 행동 등 자신의 마음을 관찰하도록 한다. 내일까지 완료해야 할 과제 때문에 밤새워 일해야 하는 상황에, ‘이걸 못 하면 상사한테 혼나고 회사에서 잘릴 거야.’라는 생각이 들면서, 불안이 더욱 심해지고 정작 일에 집중하는 것을 방해할 수도 있다. 그럴 때 왜곡된 생각에 저항해서 ‘이건 분명 힘든 일이지만, 전에도 이 정도는 내가 해냈어’라며 스스로 합리적인 설득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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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행동치료의 두 번째 목표는 물건 정리 습관을 익히는 것이다.

일정 관리와 우선순위 정하기가 시간상으로 정리를 하는 것이라면, 물건을 정리하는 것은 공간적으로 정리를 하는 것을 의미한다. 정리를 잘하려면, 1) 원칙을 만들고, 2) 물건을 정해진 장소에 두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중요한 물건을 둘 장소로는, 눈에 잘 띄고, 접근이 쉬우며, 보기에 깔끔한 장소가 좋다. 새로운 물건이 생기면 앞으로 어디다 둘지 분류하고, 물건을 사용하고 난 후 제자리에 놓는 일은, 지루하고 짜증 날 수 있지만 일단 몸에 배면 앞으로 물건을 쉽게 찾을 수 있고 스트레스가 줄어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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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진 시간에 취침하고 기상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도 필요하다. ADHD를 가진 성인이나 청소년은 게임이나 인터넷에 빠져서 하던 것을 중단하지 못해서, 해야 할 일을 끝까지 미루다 마치지 못해서, 내일을 생각하지 않고 늦게까지 깨어 있다가 다음날 직장이나 학교에 지각하는 경우가 많다. 제시간에 취침하고 기상하는 습관이 몸에 배면 이런 문제가 줄어들 수 있다. 따라서 스스로 적절한 취침 시간을 정하고 시간이 되면 컴퓨터, 스마트폰, TV 등 자극이 되는 것을 끄고 취침 준비를 해야 한다. 

만약 하던 것을 그만두는 것이 어렵다면,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남으로써 생길 수 있을 결과를 종이에 적어 눈에 잘 띄는 장소에 붙여놓도록 한다. 또 바쁜 아침에 허둥대지 않고 출근이나 등교를 하기 위해, 옷, 준비물, 식사 등 아침에 할 일을 전날 저녁에 미리 준비해 놓는 것이 좋다.

 

ADHD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청소년이나 성인이 스스로 해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서적이 몇 가지 나와 있다. 스스로 책을 보며 해볼 수도 있을 것이며, 잘 이해가 가지 않거나 문제가 잘 해결되지 않는다면 가까운 전문가를 찾아 함께 매뉴얼을 보며 도움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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