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미국 전역을 뜨겁게 달궜던 조지 플로이드 사건 시위는 사람들을 그야말로 극단으로 갈라놓은 사건이었다. 꺼지지 않은 불씨처럼 남아 있는 흑인 인권 침해 풍조와 미국 경찰의 공권력 남용에 대해 경종을 울리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방화와 약탈을 동반한 폭동의 적나라한 면모를 보여주기도 했다. 시위냐 폭동이냐를 두고 정치권이 양분되기도 했다. 마치 우리나라의 과거와 현재의 어두운 모습이 세계 제일의 선진국에서 재현되는 것을 보는 것 같았다.

여전히 전 세계에서 극단적이고 과격한 폭동이나 테러리즘이 끊이지 않고 있다. 폭동과 테러가 사람들을 패닉 상태로 몰아가고 있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애초에 폭동과 테러가 사회적 패닉으로부터 촉발되는 경우도 많다. 병들어버린 사회의 정신이 잘못된 방향으로 분출되는 현상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영국정신의학저널(The British Journal of Psychiatry)>에 게재된 한 연구에서는 약 600여 명의 참가자를 대상으로, 급진적-폭력적 요소와 정신 건강과의 연관성을 조사한 바 있다. 해당 연구에서는 먼저 다양한 질문을 통해 과격하고 폭력적인 형태의 집단행위에 대해 참가자들의 의견이 어떤지를 분석했다. 해당 수치는 참가자들이 테러리즘과 같은 급진적인 행위에 공감할수록 더 높은 점수를 받도록 설계되었다. 그리고 그 수치는 참가자들의 우울과 불안 지수, 정신과적 병력 등을 조사하여 함께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우울증, 기분 부전증 또는 불안장애나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를 앓고 있는 혹은 앓았던 사람일수록 과격하고 급진적인 신념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더 크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사진_픽사베이


이미 선진국에서는 테러를 예방하기 위한 정책으로 정신 건강 대책 마련을 도입하고 있다. 대테러 예방 훈련이나 경찰력 동원, 위험 요소 수색 등을 강화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공공 정신 건강 정책에도 힘을 쓰고 있다. 정신 건강 악화가 급진적이고 과격한 단체행위로 이어질 수 있는 취약한 고리 부분에 집중하는 것이다.

소개한 연구의 결론이 우울과 불안을 겪고 있는 사람은 모두 잠재적 테러리스트라는 이야기는 결코 아니다. 다만 사회 통계적 관점에서 봤을 때, 테러와 폭력은 사회의 병든 마음을 대변하고 있음이 분명해 보인다.

 

Kamaldeep Bhui, Extremism and common mental illness, The British Journal of Psychiatry(2019) Page 1 of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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