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 안에서 담배를 꺼내 무는 모습은 이제 무척 생소하다.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음식점이나 카페에서 흡연은 자연스러운 모습이었지만, 지금은 상상조차 하기 힘들다. 2013년 PC방 금연을 시작으로, 점차 우리나라 전역 매장 건물 내에서의 흡연이 불가능 해졌기 때문이다. 2018년 12월 이후로는 실내뿐만 아니라 유치원 등의 특수 지역의 인근 10m 이내 공간도 금연으로 지정되어 불시 단속까지 시행되고 있다.

금연에 대한 단속과 인식 변화만큼이나 우리나라의 흡연율 또한 꾸준히 감소하는 추세를 보여주고 있다. 2018년 국민건강통계에 따르면, 국민 전체 흡연율은 2010년 27.5%에 비해 22.5%로 뚜렷이 감소했다. 실제 주변에서도 담배를 끊으려고 노력하는 사람들, 담배를 끊었다는 사람들을 찾아보기가 이제는 어렵지 않다.

 

하지만 최근 학계에서는 이러한 금연 추세의 맹점을 짚어내는 가설이 제기되고 있다. 이른바 강화가설(Hardening Hypothesis)이라는 것인데, 흡연율이 낮아지는 전체적인 추세와는 반대로 오히려 심한 흡연자들의 니코틴 의존도가 더욱 악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국민 흡연율 저하를 위한 국가 캠페인이나 정책적 개입이 통계적인 수치는 저하시켰을지 모르지만, 소위 말하는 골초(심한 니코틴 의존자)들의 문제는 방치시키는 결과를 가져오고 있을 수 있음이 주목되고 있다.

 

사진_픽사베이

 

최근 미국 정신의학회 저널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미국의 흡연율은 2000년 대부터 약 10년간 소폭 감소했지만 니코틴 의존도가 12.8%에서 14.0%로 오히려 상승했다고 한다. 인구 전체의 흡연 여부 자체는 줄어들지만, 막상 담배를 끊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의 문제는 더욱 심각해졌다는 뜻이다. 니코틴 의존성은 담배를 오래 피웠을수록, 나이가 더 많은 사람들일수록 더 심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사회경제적으로 불안정한 사람들이 니코틴 의존성이 더 높았다.

사회경제적 수준이 높은 사람들은 니코틴과 관련된 건강 관련 이슈와 프로모션에 접할 기회가 더 많고, 그에 따라서 금연하게 될 가능성이 더 높다. 금연이라는 어려운 과정을 견디기 위한 체계적인 지원을 충분히 누릴 가능성이 더 높다. 하지만, 사회경제 수준이 떨어지고 뉴스, 정책에 둔감한 계층 사람들에게는 이러한 지원 체계가 충분히 닿지 못하고 있을 수 있다. 통계의 사각지대에 빠진 사람들이 존재하고 있을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역시 흡연율을 줄이기 위해서 다양한 캠페인을 실시 중에 있다. “금연 두드림” 사이트에 들어가면 볼 수 있듯, 금연에 성공하게 되면 금연 치료에 들어가는 비용을 전액 지원해주기도 하며, 금연을 위한 다양한 보조제들 또한 증정해주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보고서와 같이 우리나라에서의 흡연율 추이 역시 강화 가설의 맹점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점검해보아야 할 수 있다. 국민 통계의 뒤편에 가려져 적절한 도움의 손길을 받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을 위한 맞춤형 서비스가 필요한 것은 아닐지 고민해 보아야 할 것이다.

 

Bridget F. Grant, Nicotine Use and DSM-IV Nicotine Dependence in the United States, Am J Psychiatry. 2020 Aug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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