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는 정신질환 통계편람에서 삭제된 지 오래이다. 동성애뿐이 아니라 개인이 어떤 성별을 성적 대상으로 여기는지, 즉 성적 지향성(Gender Orientation)에 대한 문제는 정신의학에서 다뤄야 할 문제가 아니라고 결정된 바 있다. 

하지만 아직 정신질환 목록에 포함되어 있는 진단명 중에는 성별불쾌감(Gender Dysphoria)이라는 것이 있다. 성별 불쾌감은 자신의 생물학적 성과 심리적 성에 대한 감각이 서로 달라서 발생하는 정신질환이다. 물론 정신질환 통계 편람을 출간하는 미국 정신의학회에서는 성별불쾌감이 단순히 심리적 성적 주체감이 생물학적 성별과 다르기만 한 상태와는 다르며 그에 더해 임상적으로 중대한 고통을 겪고 있을 때에만 진단될 수 있는 질환임을 밝혔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이마저 진단 목록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성 주체성은 성별 이분법에 기초한 고루한 인식이며, 문제가 있다 하더라도 성전환 수술이나 호르몬 요법과 같은 치료의 대상이지 정신의학적 치료의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 그 목소리들의 핵심이다.
 

사진_픽사베이

 

임상 현장에서 성주체성 장애 환자들은 그 스스로 심리적 고통을 겪고 있는 경우가 무척 많다. 우울증이나 불안 장애 등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으며, 일반 우울증 환자들에 비해 더 심한 수준의 우울증을 앓는 경우가 많다. 최근 미국정신의학회에 게재된 연구에서 조사한 바 역시, 스웨덴의 기분 장애 환자들 중 성주체성 장애를 앓고 있는 사람들과 아닌 사람들을 비교해 보았을 때, 성주체성 혼돈이 있는 환자들이 일반 우울증 환자들에 비해 6배 정도 더 많이 병원을 방문하고 있었다.

해당 연구에서는 기분장애를 가진 성주체성 장애 환자들이 호르몬치료와 성전환 수술을 받고 난 뒤의 경과를 추적 관찰하였는데, 10년 뒤에 많은 환자들에게서 기분장애가 해소되는 결과를 보였다. 수술 후를 기점으로 10년이 지날 경우 50% 이상이 기분장애에서 치유되었다. 그리고 놀랍게도 자살 기도를 하는 경우는 4~5년이 지난 시점으로 0%가 되었다.

하지만, 10년보다 더 긴 시간이 지난 시점에 조사했을 때, 비록 많은 경우에 우울증이 호전되긴 했지만 여전히 기분장애의 정도는 일반인보다는 높은 비율을 보였다. 이는 트랜스젠더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여전히 좋지 않은 경우가 많다는 점에 기인하는 것으로 보였다. 이에 대한 추가적인 관찰이 필요할 것으로 보이지만, 이번 연구가 시사하듯 성전환 수술을 한 경우에 기분장애의 예후가 더 좋다는 것은 분명 확인할 수 있었다.

 

DSM-5에서 분류하는 성별불쾌감은 성전환 치료를 받은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를 나눠서 진단하고 있다. 그 두 경우에 심리적 치료의 중점과 예후가 달라져야 함이 이미 진단 체계에 반영이 되어 있다고 이해할 수도 있다. 이번 연구에서와 같이 심리적 치료가 아닌 실제적 성별의 변화가 직접적으로 정신적 고통을 덜어준다는 점을 고려할 때에는, 성별불쾌감의 치료 역시 성주체성 자체가 아닌 그 심리적 고통의 해소에 주목해야 한다는 사실을 되새겨 볼 수 있다. 

 

Richard Bränström, Reduction in Mental Health Treatment Utilization Among Transgender Individuals After Gender-Affirming Surgeries: A Total Population Study, Am J Psychiatry. 2020 Aug 1;177(8):727-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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