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이 심한 사람들의 경우 머리가 나빠진 것 같다는 호소를 하기도 한다. 실제로, 노인 우울증의 경우 치매와 비슷하게 집중력과 기억력 저하를 일으키고, 멜랑콜리아형 우울증은 우울증의 한 형태로 정신 운동의 지체를 유발하기도 한다. 이러한 지능 저하는 우울증을 치료하면서 함께 회복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즉 우울증으로 유발되는 인지기능 저하에 대해서는 이미 잘 알려진 바 있다.

 

최근 미국의사협회 정신의학회지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심지어 우울증을 앓고 있지 않다 하더라도, 1차 직계가족이 우울증인 경우 인지능력의 저하가 있을 확률이 높다고 한다. 해당 연구에서는 메타분석을 통해 3000명이 넘는 우울증 환자 직계가족들의 인지기능 데이터를 검토했다. 비교군으로는 1차 직계가족 중 정신과적 병력이 없는 사람들로 정했고, 측정하는 지표로는 FSIQ(Full-Scale IQ), 언어지능, 지각지능, 기억력, 학습능력, 언어, 집중력, 수행능력, 집행기능, 정서 능력, 정신운동 능력을 설정했다. 
 

사진_픽사베이


연구 결과 직계가족 중 우울증 환자가 있었던 사람의 경우 인지 기능 지표 중 몇몇 분야에 있어 일반 대조군에 비해 뚜렷하게 낮은 수치를 보였다. 특히 FSIQ, 언어지능, 지각지능, 기억력, 학습능력, 언어 부분의 저하가 두드러졌는데, 막상 우울증 환자들에게서 유독 낮게 측정되는 집중력이나 정신운동 능력 등의 지표들은 오히려 높게 나타났다. 즉, 우울증 환자를 가족으로 가진 사람들에게서 나타난 인지기능 저하가 그들의 우울 상태 때문은 아닐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이다. 두드러지게 낮게 나타난 지표과 관련된 뇌의 구조는 대뇌 피질과 해마와 관련된 부분으로 주로, 기억력과 인지 기능과 관련된 구조이다. 

이러한 결과는 우울증과 관련된 유전자들이 실질적으로 뇌의 발달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추론을 가능케 한다. 해당 유전자들이 우울증 발병 기전과는 별개로 신경의 발달 과정에 있어서 시냅스의 기능과 가소성의 저하를 유발하여 부가적인 인지기능상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뜻이다. 물론 이러한 결과는 생물학적 기전이 아닌, 환경적 요인에 기인한 결과일 수도 있다. 인지 기능의 발달은 영양이나 학습 양육 등의 성장 과정에도 영향을 많이 받는데, 만약 부모가 우울증을 앓고 있다면 적절한 인지발달을 위한 성장 환경 조성이 어려웠을 수 있다. 

 

많은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우울증의 발병기전은 아직 명확하지 않다. 분명한 것은 우울증을 일으키는 원인이 단일하지는 않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번 연구에서 보이는 바와 같이 그 원인 중 하나는 단순히 우울증의 발병만이 아닌 뇌의 인지기능 발달에 전반적으로 관여하는 핵심 요인일 수 있다. 해당 연구는 메타 분석 연구이기 때문에 명확한 인과관계의 사슬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가려운 곳을 긁어주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우울증이라는 질환이 단순히 기분을 우울하게 만드는 무언가를 넘어서는 뇌 기능 전체의 문제라는 점에서는 또 하나의 근거를 제공해주고 있는 셈이다. 우울증에 대한 정신사회학적 이해와 생물학적 이해가 깊어질수록 환자들과 우울증 위험군을 바라보고 도와줄 수 있는 손길이 더욱 세심해지길 기대해본다.

 

Lynn E. MacKenzie, Rudolf Uher, Barbara Pavlova, Cognitive Performance in First-Degree Relatives of Individuals With vs Without Major Depressive Disorder, JAMA Psychiatry doi:10.1001/jamapsychiatry.2018.36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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