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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ctor's Mail] 우울증이 있는 연인, 어쩌면 좋을까요
김재옥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승인 2020.10.28 07:32

[정신의학신문 : 광화문 숲 정신과, 김재옥 전문의] 

 

사연) 

제가 만나는 사람은 ADHD와 우울 진단을 받고 약 복용과 심리상담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사귀기 전에 자신의 병에 대해 알려주더군요. 본인의 생활도 성실히 이어가고 꾸준한 운동을 통해 자신을 관리하는 등 좋은 모습에 믿고 교제 신청을 받아들였습니다.

 

처음에는 저에게 굉장히 잘 대했습니다. 뭐든 항상 저를 신경 쓰고 표현하고요. 그러다 연애관의 차이로 트러블이 생기자 달라졌습니다.

스트레스 상황에 놓이면 굉장히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비슷한 일로 또 다투면 저를 남과 비교하며 심한 말을 할 때도 있습니다. 옆에서 지켜본 바, 마치 스트레스 자체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려고 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방어적 자세가 강해요. 자신이 기분 좋은 것, 즐거운 것만 옆에 두려고 합니다. 대처 방식이나 표현이 나이에 비해 많이 미숙하고 어리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표현하자면 보통 사람은 바늘에 찔리면 아픔을 느끼지만, 이 사람은 뭉툭한 나무젓가락으로 찔러도 아픔을 느끼는듯한? 본인이 선택해서 즐겁게 시작한 일도 조금만 잘 안 풀린다 싶으면 힘들어하고 스트레스를 받고, 방금 전에 둘이 상의해서 정한 사항을 바꾸고, 말도 기분이나 상황에 따라 수시로 바꿉니다. 거짓말은 안 하는 게 그나마 다행이랄까요.

 

완벽주의 성향이 있고 자신이 뭔가 제대로 해내지 못하는 것에 대해 불안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평소 어떤 태도로 대하는 게 좋을지 잘 모르겠습니다.

저 또한 방법을 모르기에 상대방에게 잘하지 못하고 실수할 때도 있습니다. 오로지 상대방 문제가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위에 서술한 문제들이 드러날 땐 저도 참다가 화가 나서 한마디 하고 또 후회합니다.

그래도 마냥 우쭈쭈 해주고 네 말이 다 맞다고 해주는 건 아닌 것 같습니다. 이렇게 받아주면 더 악화시키는 건 아닌가 싶습니다. 같은 병이어도 사람마다 성격이 다르기에 정답은 없다는 걸 알지만요. 

헤어지는 게 제일 빠른 해결법이겠죠. 제일 잘 알고 있지만 그래도 노력해보고 싶습니다. 작은 조언이라도 듣고 싶습니다.

 

그리고 저 질환들의 증상 중에 심한 피로감이 있나요? 아니면 복용하는 약에 따라 피로감을 유발할 수 있는 게 있는지요? 더 악화되는 원인 중 하나가 심한 피로감이 아닌가 싶어요. 쉽게 지치고 힘들어합니다. 그래서 더 자신을 돌볼 여력이 없고 기분이 상할 때 좋게 얘기해 넘길 수 있는 것을 넘기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환자 본인의 피로감을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사진_픽셀

 

답변)

안녕하세요, 정신의학신문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김재옥입니다.

질문에 적어주신 대로, 모든 연인 문제 해결의 끝은 이별일 수도 있습니다. 오히려 이별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것이 더 고통스러운 길일 수도 있죠. 그런데도 연인의 정신적인 어려움을 지금보다 좀 더 이해하고, 이해를 바탕으로 관계를 단단히 다지고 싶어 하시는 듯합니다. 그래서 제가 도와드릴 수 있는 부분은 의견을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먼저 우울증, ADHD 같은 정신질환에 대해서입니다. 팔이 다치면 눈으로 쉽게 다친 곳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팔이 다친 연인이 어떤 일을 할 수 있고, 어떤 일을 할 수 없는지 파악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우울증 같은 정신질환이 있는 연인은 아프다는 것은 알겠지만, 눈에 보이는 것이 없기 때문에 곁에 있는 사람으로서 어떻게 대처를 해야 할지 난감합니다.

15kg 무게의 덤벨을 팔을 다친 사람이 들 수 없다면, 우리는 두 가지 생각을 해야 합니다. 원래 15kg 무게를 들던 사람이 팔이 다쳐서 들 수 없는 것인지, 아니면 원래 15kg 무게를 들지 못하던 사람이 팔을 다친 것인지. 전자는 덤벨을 들 수 없는 이유가 팔의 부상, 즉 병리 때문이겠지만 후자는 덤벨을 들 수 없는 이유가 근육의 부족이라는 생리 때문입니다.

우울증을 예로 들자면, 식욕저하나 불면 우울한 기분이나 의욕 저하 등은 우울증이라는 병으로 인한 증상으로 병리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하지만 기분 좋은 것, 즐거운 것만 곁에 두려고 하거나 약속을 즉흥적으로 바꾸는 것은 병으로 인한 것이 아닙니다. 그 사람의 성격적 특성으로 생리로 볼 수 있죠.

물론 병리와 생리의 경계가 명확한 것은 아닙니다. 약속을 즉흥적으로 바꾸는 것을 연인의 성격적 특성으로 볼 수도 있지만, ADHD 특유의 충동조절이 되지 않는 것으로 설명할 수도 있으니까요.

상황이 꽤 복잡하죠.

 

이럴 때는 가장 본질적인 것에 집중을 하는 것이 정답입니다. 그래서 지금 적어주신 우울증과 ADHD가 있는 연인에 대한 고민의 본질은 고민해 보니, '내가 정신적인 어려움을 겪는 연인을 어떻게 하면 사랑할 수 있는가?'로 보이네요. 연인 관계를 포기하고 싶어 하지 않으시니까요.

관계에서 힘드셨을 만한 부분들이 글 속에 잘 표현되어 있습니다. 정리하면 연인분이 스트레스에 민감하고, 다른 사람과 비교하며, 약속을 상의 없이 바꾸고, 미숙하다고 느끼시네요. 이 중에서 스트레스에 민감한 것과, 미숙한 것은 질문자 분이 도움을 주기 어려운 부분이니 넘어가겠습니다. 한 사람을 성장시키는 데는 스스로의 의지와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죠.

 

다른 사람과 비교하고, 약속을 상의 없이 바꾸는 것은 그래도 질문자분이 도움을 줄 수 있는 여지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이 두 가지의 전제 조건이 질문자 분이 함께 있다는 것이기 때문이죠. 질문자 분이 없는 곳에서 다른 사람과 비교하는 것은 질문자 분에게 큰 의미가 없습니다. 사랑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겠죠. 또 질문자 분과의 약속이 아니라 다른 사람과의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것 역시 사랑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겁니다.

다른 사람과 비교를 당하면 그날 연락을 중단하거나, 데이트 중일 때는 그 데이트는 중단하시는 편이 좋습니다. 물론 사전에 연인에게 충분히 설명해야겠죠. 약속도 마찬가지입니다. 동의 없이 바꾼 약속에 대해서는 질문자 분이 따르지 않으시는 겁니다. 물론 질문자 분이 다른 사람과 연인을 비교하거나, 약속을 임의로 바꿀 때도 같은 원칙을 적용하셔야겠죠.

또는 연인의 다른 요구조건을 들어줘야 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서로의 요구조건을 듣고, 같은 원칙을 적용한 뒤 연인의 변화와, 자기 자신의 변화를 관찰하고 서로에게 칭찬할 점을 찾아 칭찬하면 됩니다. 잘못한 점은 굳이 말씀하실 필요가 없어요. 그런 부분은 각자 이미 잘 파악하고 있을 테니까요.

 

간단한 방법이지만, 서로에게 분명한 깨달음을 줄 수 있습니다. 서로를 더 사랑하기 위해서는 내게 익숙한 부분을 변화시켜야 하며, 그 변화는 어렵다는 것이죠. 이 내용에 두 분 모두 동의하신다면 관계는 새로운 균형을 찾아갈 겁니다.

그럼 힘든 길 속에서 나름의 행복을 발견하시기를 빕니다.

(피로감에 대해서는 지금 정보로는 대답하기 어렵습니다. 우울과 불면이 동반되어있을 수도, 술이나 카페인에 대한 문제들, 어떤 종류의 약인지 등에 따라 너무 다양한 가능성이 있네요.)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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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옥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info.psy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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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irano (비회원) 2020-10-29 09:23:12

    ADHD는 약물치료가 거의 대부분이라 할 정도로 좀 개선효과가 좋다고 들어서
    개인의 노력보다 약물치료가 더 효과적이거나 하기에, 약효가 제대로 듣고 있는건지 좀 걱정이되네요. 약효가 제대로 듣고 있다면 앞으론 본인과 주변사람이 하기 나름이겠지만요.   삭제

    • sirano (비회원) 2020-10-29 09:11:06

      빼먹은 내용을 추가해 두겠습니다
      좋아하는 일만 하려고 한다는 것인데
      비슷한 경험상으로 봤을때 도피행동, 자기방어행동의 일종이라 생각합니다.
      세상에서 잘안되는 일이 너무많고, 무언가를 하더라도 매우 지치고, 원하는 만큼의 성과를 얻지 못하는 등의 일이 너무 많아서 만사가 싫어지고 세상에 힘든일만 있는 것 같다보면 무언가 즐거운 일이라도 있어야 세상이 좀 살만 하잖아요?
      다 포기해버릴 것 같은데 그래도 뭔가 즐거운 것이 있으면 좀 낫거든요.
      그럴경우 필요 이상으로 거기에만 구애되게 되더라고요.
      삶을 고통으로 느끼지 않게되면 좀 나아지죠   삭제

      • sirano (비회원) 2020-10-29 02:51:28

        아, 그리고 약효과 약한 것일수도 있습니다.
        부작용때문에 약의 용량을 낮췄다던지, 원래 제대로된 용량을 찾지못해 효과가 부족하다던지, 생리가 심해서 그 기간동안 약효가 잘 안듣는다던지, 우울증이나 ADHD는 약을 함께 복용하거나 하는 게 아니라, 심한쪽에 맞춰 먹거나 하기때문에 완전하지 않을 수도 있고요.

        ADHD약이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면 그렇게까지 충동을 억제하기 힘들진 않다는 후기들을 읽었었기에, 개인차가 있겠지만 그럴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 싶네요.//   삭제

        • sirano (비회원) 2020-10-29 02:39:33

          그리고 마지막으로 피로감에 대해서인데, 불면 때문일수도 있고, ADHD는 애초에 좀 피곤해지기 쉽기도 해요.
          예를 들면 저같은 경우 남들이 20분읽는 책이라면 60분이 걸린다던가, 주의력이 부족하니 남들보다 집중하지 않으면 남들만큼 일을 해내기 어렵다던지 그런것들이죠.
          아무래도 온신경을 집중해서 하다보면 자연스레 지치기 쉽거나 하죠.
          그외에도 충동을 제어하지 못했을때 그에 대한 여러 부정적 감정을 느끼며 힘들어 할 수 있으니 그 때문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 잘됐으면 좋겠네요   삭제

          • sirano (비회원) 2020-10-29 02:30:53

            스스로 그런 습관을 갖도록 해 나가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누군가 보듬어 주지 않으면, 계속 상처입는데 자신을 보듬어 주지 못해
            상처가 곪아갈테니까요. 방어행동은 어디까지나 방어지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거나 해서 하는 것만은 아니니까요. 자신이 잘못했어도 감정에 따라 어쩔수없이 하고
            후회하면 상처만 쌓입니다...   삭제

            • sirano (비회원) 2020-10-29 02:23:34

              고치기 위해서는 본인이 행동을 해 나가면서 노력하는 게 필요할텐데,
              ADHD가 자존감이 낮기 때문에 부정당하게 되면 반발하고 힘들어 할 가능성이 높아서, 지쳐서 끝까지 지속하기 힘들어질 수 있다고 생각되네요.
              솔직히 항상 반대에만 부딪혀서, 누군가 자신을 진정으로 보듬어주고 지지해주는 사람이 목에서 손이 나올정도로 갖고 싶을 거거든요..
              고치더라도 대치하는 게 아닌 격려하고 따뜻한 말을 해 주면서 함께 고쳐 나가자고 하는게 좋으리라 생각되네요(사견이지만요)
              스스로 자신을 격려하고 보듬어주지 못하기에, 누군가 대신 위로해주거나   삭제

              • sirano (비회원) 2020-10-29 02:20:25

                저도 비슷한데 끝까지 하기가 매우 서툰게 또 ADHD 증상이더군요...
                음 제가 전문가가 아니기에 사견일 뿐이니 흘려들으셔도 상관없지만,
                화가 나셨다고 참으실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상대를 생각한다면 절대 공격적이지 않은 말투로 차분하게 진솔하게 얘기한다면 일시적으로 반발할 수도 있지만, 진정되면 이해해 줄꺼라 생각합니다.
                방어적인 충동이기에 공격적이지 않고 이해해주는 상대에게는 그렇게까진 민감하지 않으니까요.   삭제

                • sirano (비회원) 2020-10-29 01:57:48

                  민감하게 되는 부분은 과거의 반복된 실패와 자책같은 것 때문에 과민반응하게 된건 아닐까 싶습니다. 비슷한 상황이 되면 과거에 있었던 실패에 대한 경험이 뇌리에 플래시 백 한다거나 해서 더 괴로워하는거죠..
                  일이 조금만 안풀려도 과거에 실패했던 일들이 자꾸 생각나고 이번에도 안될꺼라는 느낌을 받습니다. 그렇게 되면 우울이나 다른 부정적인 것도 같이 달라붙어 더 힘들어지죠.
                  이 부분은 혼자서만은 극복하기가 매우 힘들기에 도움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감정의 기복이 심한것도 사실이지만, 말을 바꾸는 부분은 성격인지, 충동인지 잘 모르겠네요   삭제

                  • sirano (비회원) 2020-10-29 01:42:23

                    성인 ADHD는 어릴때부터 ADHD의 증상들을 겪으며 쌓아온 온갖 실패
                    (남들에 비해 집중, 기억이 어렵고, 대인관계에 실패하기 쉬우며, 글을 읽는데 어려움을 느끼거나, 충동적인 등등 꽤나 많은 증상들이 원인으로)로
                    성장하면서 반복되는 실패로 인해 자존감이 낮고, 우울을 겪게 됩니다.
                    ADHD는 주변의 부정적인 피드백을 피하기 어렵기 때문에
                    계속되는 반대는 악화로 이어지지 않을지 걱정되네요.
                    상대를 위해서 고쳐주려는 마음은 정말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만
                    반대에 항상 부딪혀와서 알고있는데도 못 고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되네요.   삭제

                    • sirano (비회원) 2020-10-29 01:36:22

                      읽다보니까 안타까워서 글을 남깁니다.
                      먼저 저는 전문적인 지식이 많지는 않지만 같은 ADHD를 앓고있는 입장으로서
                      글에 나온 여러사항들에 어떤 것인지 조금 글을 남길까 합니다.

                      ADHD를 앓고 있는 저도 스트레스 상황에 놓이게 되면 굉장히 민감하게 반응하는데
                      이때는 거의 스스로 통제가 안되는 편입니다.
                      자기방어에 급급해서 상대에게 공격적인 말을 하면 안좋다는 걸 알고 있는데도 하게되고 나중에 후회하는 것이지요.
                      그럴때는 상대가 천천히 공격적이지 않은 말투로 진정시키고 이해해준다면 속마음을 이야기하는 경우도 있는편입니다.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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