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환의 <시(詩)와 함께하는 마음공부> (7)

[정신의학신문 : 여의도 힐 정신과, 황인환 전문의] 

 

스트레스 - 슬플 때는 기쁘게 기쁠 때는 슬프게 
: 랜터 윌슨 스미스의 ‘이 또한 지나가리라’ 

 

옛날 페르시아의 한 임금이 신하들에게 명령을 내렸습니다.

“슬플 때는 기쁘게, 기쁠 때는 슬프게 만드는 물건을 찾아오너라.”

신하들은 모여서 고민을 거듭했습니다. 임금의 명령이 워낙 어려웠기 때문이죠. 선문답도 이런 선문답이 없었습니다. 밤새 의논한 신하들은 이튿날 임금에게 반지 하나를 만들어 바쳤습니다. 임금은 반지를 살피다가 새겨진 글귀를 읽고는 웃음을 터뜨리며 기뻐했습니다.

“This, too, shall pass away(이 또한 지나가리라).”

반지에 새겨진 글귀는 임금의 마음에 딱 맞는 내용이었습니다. 

 

또 다른 이야기도 있습니다.

고대 이스라엘의 다윗왕은 지략과 용맹에 관한 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불세출의 영웅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도 사람인지라 수많은 전쟁과 권력 암투를 겪으며 줄곧 스트레스와 불안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그런 그가 하루는 반지 세공사를 불러 이런 명령을 내렸습니다.

“나를 위해 반지를 하나 만들어다오. 거기에는 내가 전쟁에서 승리해 환호할 때도 교만에 빠지지 않고, 내가 전쟁에서 패배해 낙심할 때도 좌절하지 않도록 감정을 조절해주는 글귀를 새겨 넣어라. 어떠한 상황에서도 용기와 희망을 잃지 않을 수 있는 글귀라야 한다.”

반지 세공사는 아름다운 반지를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새겨 넣을 글귀가 생각나지 않아 며칠 동안 번뇌에 빠져 지냈습니다. 그러다가 왕자인 솔로몬을 찾아가 도움을 청했습니다. 솔로몬은 인류 역사상 가장 지혜로운 왕으로 불릴 만큼 탁월한 지혜의 소유자였습니다.

솔로몬 왕자는 다음과 같은 글귀를 알려주었습니다.

“Soon it shall also come to pass(이 또한 지나가리라).” 

 

이 글귀가 어떻게 해서 생겨났는지, 누가 만들었는지는 워낙 많은 설이 있어 무엇이 옳은지 그른지를 판단할 수 없습니다. 다만 오늘날 우리는 랜터 윌슨 스미스의 시를 통해 내용을 확인하고, 위로를 받고,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를 얻고, 인생 앞에 겸허해질 뿐입니다. 
 

큰 슬픔이 거센 강물처럼 네 삶에 밀려와
마음의 평화를 산산조각내고
가장 소중한 것들을
네 눈에서 영원히 앗아갈 때면
네 가슴에 대고 말하라
‘이 또한 지나가리라’ 

​끝없이 힘든 일들이
네 감사의 노래를 멈추게 하고
기도하기에도 너무 지칠 때면
이 진실의 말이
네 마음에서 슬픔을 사라지게 하고
힘겨운 하루의 무거운 짐을 벗어나게 하라
‘이 또한 지나가리라’ 

 

사진_픽셀

 

종일 마스크를 쓴 채 집과 일터만 오가는 사람들, 교회도 절도 갈 수 없어 집에서만 기도하는 사람들, 누굴 만난다는 것 자체가 큰 부담으로 느껴지는 사람들, 손님이 뚝 끊겨 가게를 접어야 할지도 모르는 자영업자들, 학교도 가지 못하고 친구들도 만날 수 없는 학생들, 면회를 금지당한 뒤 1년 가까이 자식들 얼굴을 볼 수 없는 요양 시설에 갇힌 노인들…….

우리는 지금 큰 슬픔이 거센 강물처럼 밀려온 시간, 마음의 평화가 산산조각 부서진 시간, 감사의 노래가 멈춰버린 시간, 기도하기에도 너무 지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안 그런 사람도 물론 있겠지만, 대다수 사람은 힘겹고 고달픈 세월을 가까스로 견디고 있습니다.

스트레스를 공기처럼 들이마시고 내쉬며 살아야 하는 시대 혹은 상실감이 일상이 된 시대를 살고 있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지극히 당연한 것으로 알고 살아왔던 지난날의 평범한 삶의 조건과 환경이 전혀 당연한 것도 평범한 것도 아니었다는 사실을 절감하는 중입니다.

이럴 때 우리는 어떤 마음을 갖는 게 좋을까요?

나만 힘들고, 나만 짜증스럽고, 나만 화가 나고, 나만 우울하고, 나만 슬프다고 생각하면 하루하루가 정말 지옥 같을지 모릅니다. 주어진 시간을 견뎌내는 게 어려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모두가 겪는 일입니다. 누구나 어려운 상황입니다. 어느 한 사람의 잘못 때문이 아닙니다. 함께 겪고, 함께 견디고, 함께 이겨내야 하는 시간입니다. 원망과 불평보다는 공감과 위로가 더욱 절실한 시기입니다. 이럴 때 우리에게 꼭 필요한 말은 이 한마디입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행운이 내게 미소 짓고
하루하루가 환희와 기쁨으로 가득 차
근심 걱정 없는 날들이 스쳐 갈 때면
세속의 기쁨에 젖어 안주하지 않도록
이 말을 깊이 생각하고 가슴에 품어라
‘이 또한 지나가리라’ 

너의 진실한 노력이 명예와 영광
그리고 지상의 모든 귀한 것들을
네게 가져와 웃음을 선사할 때면
인생에서 가장 오래 지속된 일도,
가장 웅대한 일도
지상에서 잠깐 스쳐 가는
한순간에 불과함을 기억하라
‘이 또한 지나가리라’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상황과 정반대의 상황이 온다면 어떨까요?

코로나19가 완전히 물러갔습니다. 백신이 만들어져 온 인류가 접종을 받고 전염병의 공포로부터 해방되었습니다. 어디든 자유롭게 오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비행기를 타고 전 세계 곳곳으로 여행도 갈 수 있습니다. 요양 시설에 계신 부모님을 만나 온 가족이 잔치를 벌였습니다. 마스크를 벗고 마음껏 맑은 공기를 마십니다. 교회와 절에 수많은 사람이 모여 종교의식을 치릅니다. 식당, 놀이시설, 도서관, 전시장, 콘서트홀에도 사람들로 넘쳐납니다.

경제가 좋아져 월급도 오르고, 일자리가 많아져 취직도 잘됩니다. 자영업자들이나 중소기업을 경영하는 사람들 얼굴에서 웃음이 떠나지 않습니다. 나라 곳간이 차고 넘쳐 각종 복지 혜택이 매일같이 쏟아집니다. 일하지 않아도 충분히 먹고살 수 있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이런 세상에서 살게 된다면 스트레스가 없을까요? 근심 걱정 없이 살 수 있을까요?

아마도 그렇지 않을 겁니다. 그런 세상에서 살게 된다 해도 스트레스는 계속될 겁니다.

‘코로나19보다 더 무서운 전염병이 오면 어떻게 하지?’
‘지금의 이 행복이 갑자기 깨져버리면 어떡하지?’
‘내가 가진 모든 것이 어느 날 갑자기 몽땅 사라지면 어쩌지?’

스트레스는 힘들 때, 어려울 때만 오는 게 아닙니다. 행복할 때, 잘 나갈 때도 찾아옵니다. 삶과 스트레스는 동전의 양면과 같습니다. 시인은 이때도 이 말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1856년 미국에서 태어난 랜터 윌슨 스미스는 시인이자 찬송가 작사가로 활약하다가 1939년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녀가 세상을 떠난 지 백여 년 가까이 되었지만, 이 시는 여전히 전 세계 사람들에게 애송되고 있습니다. 이 시가 가진 힘은 인생에 대한 깊은 성찰로부터 도출된 공감과 위로입니다. 그리고 이 시의 메시지는 삶 앞에서의 지극한 겸허함입니다.

아무리 괴롭고 힘들어도 그 시간은 지나갑니다. 인생이란 그 시간을 견뎌내는 겁니다.

환희와 기쁨, 명예와 영광이 온통 내 것 같아도 그 시간 역시 지나갑니다. 인생에서 영원한 건 없습니다. 올라갈 때가 있으면 내려올 때가 있고, 쥘 때가 있으면 펼 때가 있습니다.

 

스트레스에는 두 얼굴이 있습니다. 긍정적인 스트레스(eustress)와 부정적인 스트레스(distress)입니다. 누구나 꺼리는 스트레스지만, 적절히 대응하고 관리해서 자신의 삶이 더 나아질 수 있다면 긍정적 스트레스고, 무조건 거부하거나 도피하거나 대항함으로써 오히려 스트레스에 함몰되어 불안, 우울, 무기력, 분노, 공포 등의 증상을 일으킬 경우는 부정적 스트레스라 할 수 있습니다. 스트레스 없이 살 수 없다면, 우리는 현실을 직시하고 인정하면서 이와 더불어 사는 길을 택하는 게 현명합니다. 스트레스와 공생하는 것이죠. 스트레스를 부정적으로만 받아들이면 질병을 부르지만,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면 행복해질 수 있습니다. 

 

저는 앞의 이야기에 등장하는 왕의 지혜에서 인생의 교훈을 얻습니다. 얼마든지 편하게 자기 마음대로 하며 살 수 있던 절대왕권을 가진 사람이 슬픔이 몰려올 때는 기뻤던 시절을 생각하며 위안을 얻고, 기쁨이 넘쳐날 때는 슬픔에 빠졌던 시절을 생각하며 자제함으로써 평상심, 즉 중용을 지키려 했다는 것은 참으로 대단한 일입니다. 틀림없이 위대한 왕이 되었을 것이고, 그런 왕이 통치하는 나라의 백성들은 태평성대를 누리며 행복했을 겁니다. 

지금 괴로우신가요? 행복하신가요?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시나요? 시를 낭송해 보십시오. 

“이 또한 지나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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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여의도힐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한양대학교 의과대학 학사, 석사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정회원
저서 <마음은 괜찮냐고 시가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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