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신림 평온 정신과, 전형진 전문의] 

 

정신과 전문의들이 특정 질환 환자들을 가장 많이 만날 수 있을 때는 병원에서 수련과정입니다. 전공의들은 1, 2학년 때 주로 조현병이나 양극성장애와 같이 병리가 뚜렷한 환자들을 접합니다. 이 과정을 통해 정신질환이 무엇이고 병리가 어떻게 나타나는지 배워가는 시간을 갖습니다. 

전공의에게 치료의 방향이나 내용에 대해서 지도해주는 교수가 있습니다. 치료과정을 감독하는 과정에서 심층적인 면담이 진행되면서 편견이 생기거나 짚고 넘어가지 못한 것을 지적해주어 상담과정이 더 촘촘하고 알차게 구성하는 것입니다. 이런 전공의 수련을 거쳐 나중에 전문의가 되고서 환자를 잘 보기 위한 내공을 쌓아갑니다.

 

전공의들은 아무래도 연차가 오래되지 않고 새로운 다짐으로 시작하기 때문에 병원생활에 열의를 보입니다. 전공의들은 늦은 시간까지 남아 상담을 이어가기도 하고, 환자 개개인에게 신경을 써서 내담자를 더 돕고자 의지를 발휘하기도 합니다.

전공의들은 병원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교수진들은 많은 외래환자들을 상담해야 하다 보니 짧은 시간 내에 약물처방 위주로 상담을 진행합니다. 반면에 전공의들은 병리가 뚜렷한 환자들을 만나야 할 필요가 있고, 전공의에게 외래환자들이 내담하는 경우도 드물기 때문에 집중적인 상담을 합니다. 필자 또한 전공의 시절에 조현병 내담자나 심한 우울증 내담자가 오면 선배들은 “저 환자는 네가 맡아라”라고 했습니다. 그런 내담자들에게는 간단한 약물처방보다는 시간을 두고 진행하는 지지적 면담이 훨씬 중요했기 때문입니다.

 

사진_픽사베이

 

지지적 면담이라는 것은 말 그대로 내담자가 현실에서 자립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심적 고통을 덜어주는 상담을 말합니다. 여기에는 합리적인 약물치료나 조언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것을 최대한 얻어가도록 돕는 과정이 이뤄집니다. 

질환이 심하면 심할수록 손상된 부분을 강화시켜주고, 현실에 발 딛고 설 수 있도록 돕는 지지가 필요합니다. 이 지지적 면담에는 치료자와 내담자의 관계가 중요합니다. 치료자는 내담자가 현실에서 반복하고 있는 문제가 무엇인지 파악하고, 내담자가 문제에 직면했을 때 보이는 반응과 태도가 정말 현실과 맞닿아 있는지 시선을 환기시켜 내담자에게 돌려주는 역할을 합니다. 이런 면담 과정을 통해 내담자는 점차 현실 검증력을 개선해 갑니다. 지지적 면담이 제대로 이뤄지려면 무엇보다도 이를 지탱해줄 신뢰가 형성돼야 합니다.

신뢰할 만한 좋은 치료자의 기준은 절대적인 것은 아니지만 의사의 직분을 우선해서 언급하자면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남에게 어느 정도 베풀 줄 알고’, ‘자기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절제하는’ 면이 있어야 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정신건강의학과는 윤리적으로 좀 더 엄격하게 관리하는 측면이 있습니다. 면담이란 것 자체가 개인적이고 민감한 부분이기 때문에 더 조심스럽고 치료자가 내담자의 사생활을 지켜줘야 하는 것에서 더 큰 책임을 느낄 수 있습니다. 즉, 상대 입장에서 생각할 수 있는 공감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 상대를 존중의 폭도 크다는 겁니다.

 

내담자가 상담을 시작할 때 치료자의 경력과 학식으로 나에게 맞는 치료자를 찾는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전공의라고 해서 교수보다 치료능력이 뒤떨어진다고 말할 수도 없고 연차가 높은 교수라고 해서 전공의보다 열의가 떨어진다고도 할 수 없기도 합니다. 다만 자신에게 맞는 치료자를 찾으려면 경력에 치중해서 찾기보다는 상담의를 직접 만나고 결정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상담 중 일상에서 일어나는 작은 변화, 감정의 동요에 대해 말했을 때 이를 알아차리고 공감해주는 사람인지 내담자인 자신이 이를 감지할 수 있습니다. 자신이 어떤 치료자 앞에서 자기 안에 불편한 감정을 스스럼없이 꺼낼 수 있다면 상담을 이어가는 것이 좋습니다. 

지지적 면담은 내담자보다 월등하게 뛰어난 치료자에게 기대어 정서적 안정을 찾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모습을 깨닫고 삶을 개척해나가는 과정입니다. 즉 스스로 현실에 맞서 자아가 가진 힘을 발휘하고 자신의 인생을 사는 것을 돕는 일이 지지적 면담의 목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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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신림평온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충남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국립공주병원 전공의 수료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정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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