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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상으로 빚어낸 완벽함강박증 2
김환기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 승인 2017.01.09 08:57
사진 픽사베이

 

초자아(Super-ego)란 프로이드가 주장하는 성격구조의 한 요소이다. 초자아는 자아에 대한 통제의 요소로서 도덕적 원리와 규율로 자아와 이드(욕구)를 재단한다. 양심. 죄책감. 수치심. 통제력. 참을성. 각기 다른 이름으로 불리기도 하지만, 초자아는 우리를 감시하는 무의식적-의식적 관리자의 눈초리이다.

앞선 글에서 이야기하였듯, 항문기적 주제에 고착된 강박적 완벽주의는 지나치게 가혹한 초자아의 통제에 짓눌린다. 자연스러운 욕구와 감정은 기저귀에 지린 배변처럼 수치스럽다. 가혹한 초자아는 수치심을 불에 달군 부지깽이로 들쑤시듯 자극한다. 고통스러운 분노와 불안을 다스릴 유일한 방법은 감정을 칼로 잘라내듯 분리시켜 반듯반듯한 통제의 벽돌들로 둘러싸는 것 뿐이다. 완벽함에 집착한다.

 

그러나 완벽주의를 길러내는 가학적인 초자아가 지나치게 훈육하는 -양심과 자기 통제의 미덕만을 강조하는 전통적인 가정에서만 형성되는 것은 아니다. 과거 Beres D. 등의 연구를 통해 드러난 바와 같이, 많은 분석가들은 가장 혹독한 초자아를 지닌 환자들이 오히려 훈육이 없는 혼란스럽거나 느슨한 가정에서 양육되었음을 발견해왔다. 실제로 가정에서 아무런 지도와 가르침을 받지 못한 어떤 사람들은, 전통적으로 엄한 통제를 통해 양육된 강박증 환자들보다 더욱 가혹한 초자아와 집착적인 강박과 감정의 억압, 고립을 보여주곤 한다.

부모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하고, 아동을 제대로 훈육하지 못하는 가정에서 자라나는 아이가 사회의 규율에 적응해 나가는 과정은, 무책임하고 방임적인 부모에 대한 적개심을 포함하게 된다. 부모에 대한 창피함과 분노는, 부모와는 다르게 살아야 한다는 의무감으로 변모하기도 한다. 수치스러운 나의 부모와는 다른, 책임감 있고 양심적인 사람이 되어야한다는 압박감이 초자아를 주조한다. 이렇게 거꾸로 태어난 초자아의 징벌적 목소리는, 아이로 하여금 보다 더 집착적이고 깊은 병리의 강박적 성격을 발달시키게 할 수 있다.

이러한 병리의 과정에서 무엇보다 주목할 만 한 점은 이드(id)의 욕구와 추동을 통제하는 수단으로서의 초자아의 규범이, 실재(實在)하는 훈육자의 경험에서 비롯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부모라는 무질서로부터의 탈출을 위한 기준은, 부모가 아닌 사회 분위기가 정하는 이상적인 행동과 감정의 기준들로부터 형성된다. 주체는 사회적 규범과 평가를 경험해 가며 질서와 통제의 한계를 스스로 정하게 되는 것이다. 군중이라는 모호한 집단의 지성이 형성하는 불분명한 이상(理想)을 빌려와 스스로를 꾸짖을 초자아를 빚어낸다. 원망스러운 부모의 무책임과 달라지기 위해 군중의 이상향을 목표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사회적 이상향이라는 모호하고도 실체가 없는 허상은 우리를 가르치기보다 평가한다. 평가하고 조롱한다. 훈육하기보다 강요한다. 이룰 수 없는 이상향을 마치 실재하는 것처럼 과시한다. 이상적인 질서라는 시뮬라크르의 향연 속에서, 강박증에 걸린 자아는 존재하지 않는 완전함을 찾아 허우적댄다. 자아는 허상의 실체를 움켜쥐지 못하고, 부모의 무질서를 결국 물려 받았다는 두려움을 피해 허우적대며 완벽함에 집착한다.

 

수억 개의 손바닥을 오가는 SNS에서는 단편적이고 자극적인 이미지들만이 표류한다. 편집되고 꾸며진 허상의 복사본들이 범람한다. 완벽함. 이상향. 이데아. 존재할 수 없는 가치들은 마치 정말로 실재하는 듯 흉내내는 이미지들로 작은 화면 위에서 번쩍인다.

인격이 가리워진 온라인 상의 접촉에서는 모든 가치평가의 기준을 비난과 이상화의 실무율이 지배한다. 허상의 그림자들로 증명하는 완벽함의 잣대를 서로에게 들이밀며 서로를 평가절하하고 떠받든다.

 

건강한 완벽주의는 매우 생산적이고 근면의 모범일 수 있다. 사회적 성취에 완벽주의는 어느정도 필수적인 요소일 수도 있다. 그러나 병적이고 과도한 완벽주의는 명백히 자아를 병들게 한다. 완벽이라는 닿을 수 없는 목표로의 끊임없는 헤엄에서 늘 패배하고 비난 받게 한다.

허상의 규범들에게 재단 받고 강요 받는 현대 사회를 싸워가고 있는 현대인들이라면, 누구나 조금씩 불안하다. 충분히 스스로를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는 죄책감에 불안하다. 그러나 그 불안이 커져 조금씩 질서를 가장한 무질서로 내몰리고 있다면, 스스로를 짓누르고 있는 내면의 목소리에게 과연 만족할 수 있는 실체란 무엇인지를 물어볼 때일 것이다.

 

 

김환기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mindHwank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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