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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의 심리학] 언택트 시대의 효도법 1. 전화로 자식 노릇 하기
이호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승인 2020.08.02 07:16

[정신의학신문 : 서대문 봄 정신과, 이호선 전문의] 

 

창민 씨 가족은 코로나 사태가 터지면서 더 바빠졌다. 종교활동은 물론 각종 소모임이나 회식도 자제하고 있는 마당에 뭐가 그리 바빠진 것일까? 요양원에 계신 어머니 때문이다. 

그동안 창민 씨는 한 달에 두 번씩 주말을 이용해 요양원에 다녀오곤 했다. 도시락을 준비해 갈 때도 있었고, 가까운 곳에서 외식할 때도 있었다. 대학생 아들과 고등학생 딸이 붙임성이 많아 할머니 앞에서 재롱을 잘 떨었기에 갈 때마다 어머니는 마냥 즐거워하셨다.

그런데 코로나바이러스의 창궐로 전국의 모든 요양 시설에 면회가 금지되었다. 노인들이 감염병에 특히 취약하기 때문이었다. 처음 한 달은 곧 좋아지겠지 하고 기다렸으나 기약이 없었다. 그래서 고심 끝에 창민 씨가 생각해낸 게 스마트폰을 이용한 온라인 면회였다. 
 

역할을 나누었다. 아들은 재미난 영상을 편집했다. 딸은 노래를 부르거나 음성 편지를 녹음했다. 아내는 시를 한 편씩 읽어주는 오디오북을 만들었다. 창민 씨는 어린 시절 어머니와 함께했던 추억 하나씩을 그려서 보여주는 앨범을 제작했다. 이렇게 각자 만든 결과물을 스마트폰으로 전송하면 요양보호사들이 어머니께 보여주었다. 어머니는 종일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면서 영상을 보고 노래를 듣고 시와 그림을 감상하며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요즘 요양원에서 가장 유쾌하게 생활하는 건 창민 씨 어머니다. 다른 노인들은 면회 오지 않는 자식들 생각에 물끄러미 창밖을 바라보며 눈물짓기 일쑤지만 창민 씨 어머니는 스마트폰 덕분에 자식들과 같이 사는 듯 흐뭇하다. 창민 씨 가족 역시 직접 어머니를 뵐 수는 없어도 매일 면회 다니는 것처럼 기분이 좋다. 당분간 이런 온라인 면회는 계속될 것 같다.
 

사진_픽사베이


노년기 성격의 다섯 가지 유형

미국 심리학자 리처드는 노년기의 성격을 연구해 이를 다섯 가지 유형으로 구분했다. 

- 성숙형: 매사에 신중하고, 은퇴 후의 변화를 수용하며, 과거에 집착하지 않고, 여생이나 죽음에 대해 과도하게 불안해하지 않는다. 

- 방어형: 노화에 따른 불안을 방지하기 위해 그동안 해오던 사회적 활동과 기능을 계속해서 유지하려고 한다. 

- 은둔형: 은퇴한 다음 과거 힘들었던 일이나 복잡한 대인관계에서 벗어나 조용히 수동적으로 보내는 것이 만족스러운 타입이다. 

- 분노형: 젊은 시절에 꿈꿨던 인생의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채 늙어 버린 데 대해 비통해하면서 실패의 원인을 외부에 투사하여 남을 질책한다. 자신이 늙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도 않고, 타협하려 하지도 않는다. 

- 자학형: 지난 인생에 대한 후회가 많고, 불행이나 실패의 원인이 자기에게 있다고 여겨 자신이 무가치하고 열등하다고 생각하며, 의기소침해하거나 우울증을 보이기도 한다. 
 

이처럼 노년기에는 살아온 각자의 인생에 따라 여러 가지 성격유형을 보인다. 따라서 성공적으로 노년기를 보내지 못할 경우, 자칫 정신장애가 나타날 수도 있다.

노인들의 정신장애 중 하나인 노인 우울은 노인 집단에서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현역 시절 왕성하게 활동하던 친구들이 은퇴 이후 갑자기 건강이 나빠지거나 자신에게 많은 지지와 응원을 보내던 주변 사람들이 하나둘 세상을 떠나는 광경을 지켜보면서 점점 노인 우울을 경험하게 된다.

노인 우울은 감각이나 신체에 장애가 있을 때 발생 빈도가 높다. 노인 우울을 일으키는 변인으로는 만성질환이나 일상생활에서의 동작 수행 능력 그리고 주관적인 건강 상태를 들 수 있다. 어떤 연구에서는 노인들의 우울증은 주요 생활사건, 신체장애, 만성적인 장애 그리고 신뢰감 있는 대인관계의 결여 등과 연관이 있다고 했고, 다른 연구에서는 사회적 지지의 결여, 고독, 주요 생활사건 등이 노인들이 겪는 우울증의 위험인자라고 제시하기도 했다.

몸이 예전 같지 않은 노인들이 정신 질환에 시달리지 않고 성공적인 노년기를 보내기 위해서는 가족들의 지지와 원만한 대인관계, 주변 사람들의 구조적인 도움 등이 매우 중요하다. 

 

노부모 봉양에 대한 현대적 해석과 적용: 다양한 돌봄 시설 이용하기

과거 전통사회에서는 노인들을 당연히 집에서 보살펴 드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당시에는 늙고 병들었다고 해봐야 고작 50~60대에 불과했다. 그들의 자식 역시 20~30대로 매우 젊었다. 

지금은 어떨까? 의학의 발달과 평균 수명의 연장으로 노인이 된 자식이 더 노인인 부모를 돌보는 시대가 되었다. 최근 우리 주변에서는 80~90대 부모를 돌보는 60~70대 자녀를 많이 보게 된다. 게다가 자식을 많이 낳던 과거에 비해 노인들의 자녀 수는 점점 더 줄어드는 까닭에 노인 봉양에 대한 자식들의 부담감은 더욱 커진다. 

핵가족 시대에는 노인들을 집에서 모시기 어렵다. 부모님을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다. 효심이 부족해서도 아니다. 삶의 메커니즘과 생활 방식이 그렇게 되고 만 것이다. 가족 모두 직장에 나가야 하고 학교에 가야 하는 상황 속에서 치매 노인을 24시간 돌보기 힘들다.

이럴 때 어떻게 대처하는 게 가장 현명한 방법일까?
 

요즘 노인들을 위한 돌봄 시설이 다양하게 생겨나고 있다. 노인들이 한동안 최소한의 도움만 받으며 독립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주거 시설도 있고, 부부가 함께 좀 더 편하게 살 수 있는 시설도 있으며, 환자에게 전적인 보살핌이 제공되는 시설 등도 있다.

보통 노부부의 경우 한쪽이 아프고 다른 배우자에게도 건강상 문제가 생기면 돌봄 시설을 이용한다. 둘 중 한쪽이 먼저 세상을 떠나 한 사람만 남았을 경우, 자식들이 봉양하기 더 어려워진다. 이런 경우에 자식들은 홀로 된 부모의 돌봄 시설 행을 가장 늦게 결정한다. 

그러나 노부모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능력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을 때, 그리고 가족이 너무 지치기 전에 긴밀히 상의해서 노부모의 돌봄 시설 행을 결정하는 게 낫다.

노인을 돌봄 시설에 맡긴 가족은 자신의 배우자나 부모가 점점 퇴행하는 것을 보면서 슬픔과 고통을 느낀다. 특히 요양원이나 요양병원으로 가는 경우 노인을 돌보는 부담감이 줄었다는 사실에 안도하면서도 스스로 그런 이기적인 생각을 품은 것에 자책한다. 치매나 중증 질환으로 인해 스스로 자신의 행동을 감당하지 못하는 노인의 경우 죄책감은 더욱 커지게 마련이다.

 

창민 씨 같은 경우, 건강한 가족 관계를 지혜롭게 잘 유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자기 형편에 맞게 홀로 된 어머니의 돌봄 시설 행을 일찌감치 결정했으면서도 한 달에 두 번씩 정해진 시간에만 면회한 것은 노인들의 정서상 아주 유익한 방법이다. 게다가 코로나 사태로 면회를 할 수 없게 되자 스마트폰을 이용해 다양한 방식으로 가족애를 표현함으로써 어머니가 외로움과 고독감을 느끼지 않게 한 건 매우 현명한 처사다.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않아도, 사회적으로 성공하지 못했어도, 부모님을 행복하게 해 드리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창민 씨네 가족처럼만 한다면 노인들의 성품이 분노형이나 자학형으로 변하지 않고 성숙형으로 발전해 갈 수 있을 것이다. 집에서 부모를 모시는 것만 능사가 아니다. 돌봄 시설에 모시더라도 자식들이 하기에 따라 정서적 유대를 끈끈하게 유지할 수 있다. 자책하거나 죄책감을 가질 일이 아니다. 언택트 시대에는 언택트 시대에 맞는 효도법이 있는 것이다.

 

 

<참고 문헌>

하미숙, 박래준 <수용시설 노인들의 인지기능과 우울에 관한 연구>, 대한물리의학회지, 2008

Mace, Nancy L, Rabins, Peter V, 안명옥 <36시간 : 길고도 아픈 치매 가족의 하루>, 서울, 조윤커뮤니케이션,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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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info.psy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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