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든 소년 山이 되다 중에서

 

겨울은 추위를 온몸으로 감싸고

속으로 따뜻한 봄을 키워낸다

 

겨우내 꽁꽁 언 땅은

곡괭이 끝도 잘 안 들어갈 만치 단단합니다.

 

그런데

그 땅을 뚫는 것들이 있습니다.

 

아기 손가락보다도 작고 연한

새싹들입니다.

 

저것들이

무슨 힘으로 언 땅을 체치고 나왔을꼬.

 

생명이란

참으로 위대하고도 신비로운 것입니다.

 

새끼를 꼬아 만든 짚신발로

사뿐사뿐

대지를 어루만지듯 걸어 다녔던

우리네 조상들은

겨울의 언 땅 위를 디딜 때

더 조심을 했습니다.

 

사람이 상할까 봐 그런 게 아니라

그 밑에서

봄을 기다리면 숨을 죽이고 있는

새로운 생명들을 위해서였습니다.

 

무거운 가죽 구둣발로

성큼성큼 대지를 밟고 다녔던 서양과는

아무래도 신발과 걸음걸이에서

차이가 납니다.

 

흙을

생명의 근원으로 여겼던 농경민족에게는

대지가 품고 있는 봄만큼

귀한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시형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정신의학신문 고문
경북대학교 의학 학사
예일대학교 대학원 신경정신과학 박사
세로토닌 문화 원장, 힐리언스 선마을 촌장, 한국자연의학종합연구원 원장
정신의학신문 고문
전체기사 보기
저작권자 © 정신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