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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지로 ‘나는 괜찮은 사람이야.’라고 생각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행복은 논쟁 끝에 닿을 수 있는 결론이 아니다.
이두형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승인 2020.07.15 04:56

[정신의학신문 : 이두형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힘든 마음을 안고 살아가는 이들이 많은, 그래서 위로의 메시지가 간절한 요즘이다. 인터넷의 글로, 책으로, 전문가의 입을 빌려 마음을 다독이는 이야기들이 범람한다. 그 글들은 대개 다음과 같은 내용들을 담고 있다. ‘힘든 것들도 이렇게 보면 꽤 괜찮아. 모든 일에는 괜찮은 면들을 담고 있어. 너는 꽤 괜찮은 사람이야. 걱정하지 않아도 돼. 앞으로는 좋은 일이 가득할 거야. 다 잘 될 거야.’

그런데 마음이 힘들 때 그런 문장을 읽으면 왠지 마음속에 그런 생각들이 따라온다. '정말로 앞으로는 좋은 일만 가득할까, 이렇게 내가 힘든데, 정말 나는 괜찮은 걸까.' 괜찮은지, 그렇지 않은지에 대한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어느새 마음은, 지금의 내가 어떤지에 대한 논쟁으로 가득 찬다.

 

지금, 마음속에 다음의 문장을 반복하여 떠올려 보자. 

‘나는 완전하고, 완벽하다.’

어떤 생각이 떠오르는가. (우선 '이딴 건 왜 해야 하는 거지?'라는 생각이 들 수 있다.) 이러한 생각을 하면 '그래, 나는 역시 완벽해.'라는 마음이 저절로 찾아오는지. 아니면 혹시 '아니, 내가 뭐가 완벽하다는 거야.'라는 생각이 떠오르진 않는지.

생각은 늘 연결된 다른 생각을 끌어당긴다. 그 다른 생각에는 비슷한 것들 뿐 아니라 반대된 것들도 포함된다. 한없는 기쁨의 순간에 그 순간이 끝날까 봐 아쉬워하고 두려워하는 생각이 떠오르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과거의 아픔을 떠올리지 말아야지 마음먹을수록 그러한 아픔은 더더욱 떠오르곤 한다. 우리의 마음속에서 극과 극의 생각들은 '반대라는 연관'으로 연결되어 있고, 한 극단의 생각은 반대쪽 극단의 생각을 마음으로 끌어온다.

 

이럴 때 우리는 이러한 생각들의 옳고 그름을 따져보고 그러한 생각들에 대해 판가름하곤 한다. 예컨대 앞서처럼 나는 완전하고 또 완벽하다고 되새겼다고 하자. 우리의 마음은 이내 내가 완전하지 않은 이유, 완벽하지 못한 이유들을 귀신처럼 찾아내 내게 들이민다. '이것 봐. 네 삶이 이 모양 이 꼴인데 네가 완전하다고? 완벽하다고?' 

그럴 때마다 우리는, 마음에 보란 듯이 행복해질 수 있도록 노력한다. 자격증을 따고, 취업 준비를 하고, 이성과의 만남을 시도한다. 그리고 끊임없이 마음에게 '이 정도면 괜찮은지, 행복해도 되는지'를 물어본다. 그러나 '나는 괜찮다, 행복하다'는 생각은 이내 '내가 괜찮지 않은 이유, 행복할 수 없는 이유'를 끌어온다. '고작 이 정도 월급으로 뭐가 괜찮아' '매일 외톨이인데 어떻게 행복해'라며 지금의 나를 비난하는 생각을 끌어오거나, '그래 봤자 넌 어릴 때 사랑받지 못했잖아. 결국 넌 불행할 수밖에 없어'라며 어떻게도 바꿀 수 없는 과거의 일을 들먹이기도 한다.

그렇게 우리는 행복하려 늘 노력하면서도, 결국 행복에는 닿지 못하는 듯한 느낌 속에 살아간다. 그럴 때마다 우리는 '우울증이 나으면, 결혼을 하면, 집을 사면'이라며 스스로가 행복하다 납득할 수 있을 만한 목표를 이루려 노력하지만, 그 목표를 이룬 우리를 기다리는 것은 비로소 만난 평안과 행복이 아니라, 또 다른 채워야 할 목표들이다.
 

사진_픽셀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마음의 본질을 깨달을 필요가 있다. 내가 얼마나 괜찮은지를 확인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을 찾으며 평생을 헤매고 좌절하는 대신, '괜찮음을 확인하려는 시도' 그 자체가 얼마나 허무한지를 깨달을 필요가 있다. 즉 앞서 언급한, 극단의 생각을 끌어오는 마음의 원리로 인해, '나는 괜찮아, 행복해'라는 생각으로 마음을 설득시키려는 것 자체가 애초에 어려운 일임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예를 들어 어린 시절 부모의 따뜻한 보살핌을 받지 못해 늘 '나는 사랑받을 사람일까'라는 생각에 빠져드는 이가 있다고 하자. 그에게 누군가가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입니다.'라 이야기해 준다고 해서, 혹은 자기 스스로 '나는 사랑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이야'라고 다짐한다고 해서 그러한 마음이 갑자기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럴 때마다 우리는 '어떻게 하면 이 생각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나 스스로, 진심으로 나는 사랑받을 사람이라 믿게 될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빠져들곤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한 방법들, 예컨대 운동을 하거나, 다른 사람들이 가지기 힘든 것들, 좋은 직장, 돈, 권력 같은 것들로 이러한 공허함을 채워보려 노력하곤 한다. 

 

그러나 애초에 우리의 마음이 억지로 좋게 생각하려 하면 할수록 반대의 생각들을 가져온다는 사실을 이해하면 어떨까. 애초에 삶이란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나는 무조건적으로 사랑받을 사람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인정해버리면 어떨까. 그리고 사랑받기 위해서, 누군가로부터 인정받기 위해서, 스스로 나는 괜찮은 사람임을 납득할 수 있기 위해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그냥 살면', 그저 내가 원하는 삶으로 다가가기 위한 삶을 살아가면 어떨까.

우울해지지 않기 위해서 외출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바깥바람을 쐬고 싶어 산책을 하는 것이다. 내가 괜찮은 사람임을 증명받고 싶어서 과도한 목표를 좇느라 무리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어떤 일을 해보고 싶은지를 떠올려 보고 그 일을 하는 것이다. 

스스로의 부족함을 느끼고 이를 채우려는 것이 틀렸다는 의미는 아니다. 오히려 이러한 노력들은 우리에게 충만과 행복을 가져다 줄 가능성이 더 높다. 단지 '나를 증명하기 위해', 혹은 '내 마음을 설득하기 위해', '누군가를 납득시키기 위해' 이를 행할 필요가 없고, 그 결과에 대해서도 누군가에게, 특히 스스로의 마음에게 굳이 '확인받을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봐, 이렇게 내가 잘 해냈어, 이래도 내가 사랑받지 못할 사람이야?'라는 생각은 '그래? 그런데 넌 여전히 이런 부분은 부족하잖아. 이래도 내가 사랑받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불러온다. 이에 대한 논쟁을 내려 두고, 어떤 생각이 들든 그저 내 마음이라 따뜻하게 받아들여주는 것이다.

사랑받고 인정받을 수 있음을, 괜찮음을 확인받기 위한 하루가 아니라, 그냥 나의 하루, 내가 보내고 싶은 나의 하루를 보내는 마음은 한결 가볍다. 그러다 보면 사랑도, 인정도, 행복도 다가올지 모르나 그것들을 바라기에 그런 하루를 보내는 것은 아니다. 나는 괜찮기 위해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그저 나의 삶을 살아가는 중이기 때문이다. 슬픈 생각을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과 굳이 논쟁하지 않는 것이다.

 

마음은 늘 부정적인 친구와 같을 때가 있다. 우리는 그 녀석과 한평생 삶이라는 여행을 함께 다닌다. 아무리 오늘의 좋은 날씨, 즐거운 여행지의 구경거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려 해도, '근데 말이야, 과거의 너는 진짜 별로였어.' '그때의 너는 정말 불쌍하더라.' '네가 이렇게 부족한데, 지금 겨우 이런 거에 좋아해도 되겠어?'라며 끊임없이 삶과 나 자신에 대한 불평을 나열하곤 한다. 

그럴 때마다 우리는 대개 항변을 한다. '그래도 내가 그렇게 모자란 사람은 아니지 않아?' 그러면 마음은 다시금 스스로가 얼마나 부족하고 미흡한 사람인지를 설득하려 든다. 논쟁은 끝없이 이어진다. 이러한 친구와 가까이할 수 있는 방법은, 그저 그 친구가 원래 그런 사람인 것을 인식하고, 또 이에 대해 평가하지 않고 따뜻하게 받아들여주는 것이다. 

나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에 대해 굳이 논쟁할 필요는 없다. 저절로 그렇게 되기 쉬운 것은 맞다. 그러나 그 논쟁의 끝에는 승리의 기쁨이 아니라, 소모적인 피곤함만이 자리하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너는 평생 사랑받지 못할 거야!'라 마음이 속삭인다면, 그저 그 생각을 지켜보고, 또 그냥 두길 바란다. 극단적인 생각은 반대의 극단으로 무마하려 하면 할수록 자라나지만, 그저 놓아두면 머쓱히 흩어지는 성질이 있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가, 스스로의 마음을 포함하여 어떤 존재로부터 괜찮음을 확인받기 위해서는 아니다. 그저 지금 내게 주어진 하루를, 내가 채워가고픈 하루로 채워가기 위해 살아갈 뿐이다. 마음이 '너는 평생 불행 속에 살아갈 거야'라 시비를 걸어온다면, 그저 한 번 웃어주고 창밖을 내다보자. 푸른 하늘은 어떠한 시비도 없이 그저 나를 내려다보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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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두형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info.psy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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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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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ksj 2020-08-05 13:00:27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삭제

    • save 2020-07-30 23:54:17

      스스로 괜찮다고 그만 다독입시다
      더이상 누군가를 잃고 싶지 않아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선생님   삭제

      • 토둥이 2020-07-30 12:03:29

        생각으로 지어내는 모든 것이 곧 망상임을 알고 즉시 깨달으면 됩니다.   삭제

        • 토순이 2020-07-28 15:46:36

          지금까지 읽은 어떤 기사보다도 현실적이고 좋은 조언같아요. 감사해요.   삭제

          • 양갱 2020-07-28 12:25:34

            좋은 글 감사합니다.
            저도 모르는 사이 제 자신을 다그치고 있었구나 깨닫게 되었습니다.
            나는 사랑 받을 가치 있는 사람이라며, 나의 일부를 부정하고 포장하려했던 게 생각나네요. 앞으로는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하며, 그냥의 모습을 더 받아드려봐야겠습니다.   삭제

            • 민트 2020-07-20 15:30:29

              정말 좋은글이네요~ 많은걸 깨닫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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