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숲으로 가는 길] 4부 - 숲의 길을 걸어봐요

21화 우울한 당신에게 식물을 추천해요 - 1 

 

겐차야자(Howea forsteriana) 
오르피폴리아(Calathea orbifolia) 
휘커스 페타올라리스(Ficus petiolaris) 
칼라데아 퓨전화이트(Calathea fusion white)
 

혹시 이중에 알아보는 식물이 있나요? 식물 얘기를 시작하는데, 외계어 같은 이름부터 나열하니 겁부터 나시나요? 그러실 필요 없습니다. 대부분이 외국에서 온 애들이라 이름은 낯설고 어렵습니다. 우선 제가 위에 아이들을 순서대로 보여드릴 테니 구경해보세요.
 

겐차야자 (Howea forsteriana)
오르피폴리아(Calathea orbifolia)
휘커스 페타올라리스(Ficus petiolaris)
칼라데아 퓨전화이트(Calathea fusion white)

 

시원한 잎의 겐차야자부터 알록달록한 색이 일품인 퓨전화이트까지 잘 구경하셨나요?

1부 6화에 언급했듯이 저는 식물로 우울증을 이겨냈습니다. 식물이 우울증을 이겨내는데 절대적인 힘이 되었다고 하긴 어렵습니다만 정말 큰 부분을 차지하기는 합니다. 독립하고 처음 구입한 고무나무는 매해 더 큰 잎을 내주며 크고 있고, 찢어진 모습이 멋져서 반해버린 몬스테라는 우리 집 가장 멋진 자리에 두었지요. 

1부 6화에 강아지도 언급되어 있습니다. 강아지의 밥, 대·소변 치우기, 놀아주기 등은 매일 반복되는 일입니다. 하기 싫다고 안 하면 안 되고, 잠깐이라도 모두 해야 하는 일입니다. 식물도 마찬가지입니다. 매일은 아니지만 물을 주고, 자주 들여다 봐주고 관심을 주어야 합니다. 마찬가지로 하기 싫다고 안 하면 안 되고, 잠깐이라도 매일 해야 하는 일입니다. 어려운 일로 느껴지시나요? 다른 말로 설명하자면 누워있는 곳과 가까운, 해 드는 장소에 두고 왔다 갔다 하면서 ‘잘 있나···.’ 보는 것이 전부입니다. 

요즘은 ‘반려식물’이라는 말을 많이 쓰더군요. 반려동물에 들어가는 책임감과 금전적인 부담, 시간 할애가 부담스러운 면이 많은 편입니다. 그런 부담은 부담스럽지만 ‘살아있는 것의 생기’를 원하시는 분들이 ‘반려식물’을 들여서 살아있는 것의 존재감을 느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반려동물과 반려식물을 모두 함께 하는 입장에서, 식물이 주는 ‘살아있는 것’에 대한 느낌 또한 다른 느낌으로 크게 와 닿습니다.

 

이 정도만 꼬셔도 벌써부터 식물을 들이시고 싶은 분을 위해 식물에 대하여 조금 더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식물은 ‘흙, 물, 바람, 햇빛’이 중요합니다. 이중에 무엇이 없다고 해서 너무 슬퍼하지 않으시기 바랍니다. 요즘은 다 해결이 되거든요. 

흙, 주변에서 퍼오려고 하셨나요? 요즘에는 알맞은 영양 발란스를 맞춘 흙을 소량씩도 팝니다. 물, 물…이 없기는 힘들겠죠? 수돗물이 좋습니다. 며칠 지난(묵힌) 수돗물이면 더 좋습니다. 수돗물에 있는 염소를 빼기 위해서죠. 바람이 없다면 써큘레이터나 선풍기를 약하게 틀어주는 것이 좋습니다. 빛이 잘 안 드는 집도 많죠. 식물에게는 ‘식물전구’라는 게 있답니다. 식물 생장용 전구인데, 해가 부족한 겨울이나, 실내에서 사용하는 용도로 개발되었습니다. 

‘물’에 대해 이야기해 볼게요. 물 주는 방법은 보통 화원에서 식물을 사면 “일주일에 한 번 주세요.” “한 달에 두 번 정도 주세요.”라고 숫자로 말씀해주시곤 하십니다. 그러나 사람마다 생김새와 성격이 다르듯이, 식물도 식물이 원래 자라던 곳의 환경이나, 지금 살고 있는 집의 환경에 따라 물 주는 것은 천양지차로 다릅니다. 그래서 식물은 ‘물 주기 3년’이라는 말이 있지요. 3년간 4계절이 세 번 지나면 물 주는 방법을 알게 된다는 말입니다. 물 주기 아주 좋은 팁은 그 식물이 어디에서 온 식물인지를 알아보는 겁니다. 그보다 더 쉬운 방법은 식물 이름을 검색해보는 것입니다. 아주 어려운 말들이 많겠지만, ‘주 몇 회’라는 말만 걸러내면 좋은 정보들을 찾을 수 있습니다.

 

우울해서 힘들고 괴로운데, 왜 자꾸 식물 타령이냐고요? 식물이 가진 ‘생기’의 힘을 저는 느꼈고, 느끼고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말 못 하는 식물이지만, 출퇴근하는 식물도 있답니다. 바로 칼라데아(Calathea)류입니다. 해가 뜨면 잎사귀가 펼쳐졌다가 해가 지면 잎을 세우고 잠에 듭니다. 정말이냐고요? 직접 겪어보세요. ‘식물도 정말 역동적이구나.’를 느낄 수 있습니다. 

저는 괴로움이나 우울함을 잠으로 회피했습니다. 그리고 외출을 중단했죠. 그러다 보면 점점 내 안으로 파고들게 되어있습니다. 그때 식물을 들였습니다. 아무것도 안 하고, 좋은 데 앉아서 물만 받아먹는 애를 위해 환기도 시켜주고···. 솔직히 이게 다 뭔가 싶을 때도 있었지요. 내가 힘들 땐 식물이 짐덩이 같고 물 줄 때가 다가오면 짜증도 났습니다. 그런데 점점 흙이 말라 가는 모습에 움직이게 됐죠. 강아지에게 밥을 주듯이 말입니다. 

그렇게 물을 주고 얼마가 지났을까······. 몽글몽글하게 아주 작은 움직임이 발견됐습니다. 새싹이 나는 장면을 목격했습니다. 아직도 그때의 기쁨과 슬픔이 선명히 기억에 남습니다. ‘이 작은 아이도 물 받아먹고, 해를 받으려고 기울어지고, 열심히 커서 새 싹을 내는구나’ 싶었습니다. ‘나는 무얼 하고 있지?’, ‘나의 존재감이란 세상에 어떤 도움이 되고 있지?’ 하는 슬픔도 마구 밀려왔습니다. 하지만 기쁨이 슬픔을 아슬아슬하게 이겼습니다. 그 이후로 식물을 몇 개 더 샀거든요. 

물론 제가 식물을 모두 살려가며 키우는 그린핑거(Green Finger : 원예의 재능)는 아닙니다. 많이 죽였고, 많이 다시 샀습니다. 그럼에도 당당하게 권할 수 있는 것은 초록색 화분 하나가 가진 힘 때문입니다. 혼자 있어도 괜히 혼자가 아닌 것 같고, 외출하고 돌아와도 괜스레 반갑고 그렇습니다. ‘조용한 생동감’이랄까요? 조용한 움직임들을 살펴보고, 그곳에서 삶의 역동성을 느끼시기 바랍니다. 식물은 꽤나 역동적이고 정직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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