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최재원, 김수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Q.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 장애(ADHD)는 약물치료 이외에 다른 방법으로도 치료가 가능한가요? 

최재원 : 앞 시간에 말씀드렸던 것처럼 약물치료가 가장 기본이 되는 치료인데,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편견들 때문에 환자분들이 약물치료를 굉장히 꺼리는 편입니다.

상식적으로 생각을 해보면, 수업시간에 앉아서 집중을 못 하는 아이가 있어요. 엄마가 얘기할 때 그 이야기를 끝까지 듣지를 못해요. 그런데 그 아이가 어떤 좋은 프로그램을 한들, 아무리 좋은 상담사 옆에 가서 앉아 있는들, 그 프로그램에, 그 상담에 집중할 수 있을까요? 결국에는 상담도 못 하고 프로그램도 못하고 오는 경우도 많이 있어요.

이외에도 여러 가지 치료법들이 있어요. ‘뉴로 피드백(Neuro feedback)’이란 프로그램을 하기도 하는데, 산만한 아이들은 약물치료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그 프로그램을 하게 되면, 모니터를 들었다 놓았다 하고 키보드를 들었다 놨다 하고, 머리에 뇌파를 측정하기 위해 붙여놓은 기구들을 떼고, 이런 행동을 하거든요. 그런 게 되게 안타깝더라고요.

그렇다고 해서 치료하는 방법들이 싼 것도 아니고, 굉장히 고가의 치료를 하고 계시는데, 그래서 과연 이게 얼마나 검증된 치료인지, 근거를 제시해드리고 싶어서 이번에 이 주제를 정하게 된 겁니다.

 

Q. 그렇다면 약은 어떠한 원리에서 행동이 치료되게 만드는 건가요?

최재원 : 실제로 저희가 많이 쓰는 약은 정신 자극제예요. 정신 자극제가 뭘 자극하냐면, ADHD 아동의 경우 전전두엽 기능이 또래 애들보다 부족하다고 했잖아요. 원래 아이들이 전전두엽의 기능이 부족한데, 그 또래 아이들보다 더 부족하기 때문에 정해진 프로그램 학과 과정을 따라 가지 못하는 상황을 정신 자극제로 올려주는 거거든요.

그렇다고 무조건 약물치료를 권유하는 건 아니에요. 일상 기능에 장애가 올 정도의 아이들에게 약물치료를 기본으로 합니다.

그리고 약물치료가 끝이냐면 그렇지가 않아요. 비유로 치면 약물치료는 아이들에게 밥만 먹이는 거랑 똑같거든요. 반찬 하나도 안 먹이고. 그래서 약물치료로 전두엽 기능을 어느 정도 조절해준 상태에서, 여러 가지 훈련법들을 하게 되는 거죠.
 

사진_픽사베이


Q. 그러면 약물치료 이외에도 효과가 검증된 치료법이 있나요?

최재원 : 사실 다른 훈련법들이 효과를 검증하기가 어려운 게, 약물치료 같은 경우는 약 복용에 따른 검사 결과를 비교해서 그 결과를 정량화할 수 있는데, 다른 훈련법들은 그게 쉽지 않아요.

여러 가지 방법들을 시도하는 중이고, 거기에 대해서 검증들을 계속하고 있고, 여러 연구자가 체계적 의논 고찰이나, 메타 분석을 통해서 검증 리포트를 내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 아직 검사들이 어떤 데서는 효과가 좋다, 어떤 그룹에서는 효과가 없다, 찬반이 많이 나뉘고 있어요.
 

그중에 저희가 가장 중요한 자료로 봤던 게 미국과 영국의 ADHD 치료 가이드라인이에요. 가장 검증되어 있고 인정받고 있는 것은, 부모들에 대해서 이 질병을 교육하고 아이들을 어떻게 양육할지 교육하고 훈련시켜주는 것이거든요.

부모 교육은 제일 첫 시작이, 질병에 대한 이해부터 시작해요. 예를 들면 엄마가 아이한테 ‘저걸 가지고 와라!’ 이야기하면, 그 아이가 그걸 가지러 가는데도 한참이 걸려요. 왜냐면 중간에 자꾸 그 아이를 유혹하는 다른 자극들이 있기 때문에, 중간에 이거 했다가 저거 했다가 하면서 할 일을 못해요. 그럼 엄마가 ‘너 뭐 가지고 오라고 이야기했어!’라고 하면 또 갔다가, 들고 오다가 또 딴생각을 해요.

이게 부모들을 굉장히 지치게 하고, 때로는 화나게 하고, ‘얘가 내 말을 잘 듣지 않나?’ 오해하게 만드는데, 사실은 아이에게 그런 의도는 전혀 없거든요. 그냥 그 아이는 그 순간에 자신의 눈이나 귀나 여러 가지 감각들을 통해 들어오는 자극 중에 본인에게 제일 즐겁고 재밌는 걸 찾아가는 것일 뿐이거든요. 거기에 대한 이해가 먼저 시작이에요.

이 질병이 이러이러한 증상들이 있고, 그 원인이 이러이러한 것 때문에 아이가 그렇게 행동한다는 걸 부모님들에게 알려드리고요, 그러면 아이의 자극을 엄마·아빠가 어떻게 뺏어올 것이냐, 주변 자극들로부터 엄마·아빠가 그 자극을 어떻게 획득할 것이냐를 알려드려요.
 

이 아이들은 ‘작업 기억력’이라고 하는, 컴퓨터로 치면 RAM 메모리에 해당하는 부분이 굉장히 부족해요. 그게 부족하다 보니까 얘네들은, 집에 들어오면 옷을 갈아입고 정리를 하고 씻고, 이런 것들을 머릿속에서 떠올려야 하는데, 그게 안 되거든요. 그게 안 된 상태에서 계속 자극만 따라다니고 있는 거죠.

그래서 엄마·아빠들이 어떻게 하면 아이들의 보조 작업 기억력을 높일 수 있는지, 그런 것들을 계속 훈련을 해줘야 해요. 그런데 사실 이게 한 번 해선 안 돼요. 그래서 엄마부터 알려주고, 그다음 경과를 보고 저희가 피드백을 해줘요. 그래서 훈련이 한번 끝나는 게 아니고 계속해서 피드백해주는, 말 그대로 훈련이에요.

 

Q. 그런데 보통 대체로 얌전하고 성숙한 아이는 없잖아요. 병원에 가서 상담을 받을 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아이가 많이 산만해하고 주의력이 분산되어 있을 때, 좀 다잡을 수 있는 팁 같은 게 있을까요?

최재원 : 치료의 기준이 아이의 기능상의 장애가 있냐 없느냐를 구분을 했잖아요. 아이들이 약물치료를 할 때는 오후가 되면 약물효과가 다시 떨어지거든요. 그러면 엄마 입장에선 저녁때가 아침에 애 보낼 때랑 똑같아요. 그래서 엄마들한테 하는 말이, 웬만하면 두라고 얘기하거든요. 엄마가 견딜 만하면, 집안 생활하는 데 큰 문제가 없으면 그냥 두시라고 말씀드려요.

그게 안돼서 일상에서 지도가 안될 정도라고 얘기하면, 엄마·아빠가 아이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자극들과 경쟁을 해야 해요. 그것들보다 더 재밌어야 해요. 더 즐거워야 하고요.

또 하나는 어떤 지시를 줬을 때, 그걸 아주 짧게 짧게, 보상을 짧게 받아볼 수 있게 해줘야 해요. 길게 장기간 플랜을 세워서 하는 게 굉장히 약한 아이들이거든요. 그래서 공부도 엄마들이 아이들을 시킬 때 ‘30분 공부해! 1시간 공부해!’라고 하고, 중간에 딴짓하면 원래 30분에 끝낼 것을 한 시간 두 시간 붙잡고 있는단 말이에요. 그래서 그런 아이들은 그렇게 놔둘 게 아니고, 시간도 짧게 끊어주는 거예요. 10분마다 한 번씩 확인한다거나, 15분마다 장소를 아이 공부방, 아니면 식탁, 그런 식으로 자극을 계속 바꿔주는 거예요.

또 하나는 아이들이 작업 기억력이 부족하다고 했잖아요. 아이들의 생활방식이 다양하진 않아요. 정해져 있거든요. 예를 들어 학교에서 해야 할 일, 하지 말아야 할 일, 집에 와서 처음에 해야 할 일, 이런 그것들을 메모해서 엄마가 얘기해주면 딴생각하고 있거든요. 그런데 눈으로 보면 애가 빨리 볼 수 있거든요. 훨씬 짧은 시간에 내용 파악이 가능하기 때문에, 그런 것들을 중간중간에 아이들에게 메모로 적어줘서 아이들에게 보조 메모리 역할을 엄마가 해줄 수 있어요. 
 

김수연 : 아까 최재원 선생님 말씀하신 것처럼, 자극을 좀 치워주는 것들이 필요해요. 아이가 공부를 할 때 주변에 아이가 만질만한 물건을 치우고 해야 할 과제만 근처에 둔다든지 하는 식으로요.

그리고 아이를 지도할 때 이 아이들이 일반 아이들보다 학습하는 속도가 아주 더디기 때문에, 어머님들한테 일관성에 대해서 좀 더 많이 강조하는 편이에요. 보통 양육을 할 때 일관된 기준을 가지고 양육을 하라는 이야기를 많이 해요. 이 아이들은 보상을 기대하거나, 학습하는 효율이 다른 아이들보다 많이 부족하기 때문에 어머니의 감정적인 상태에 따라서 기준이 달라지는 것보다는 좀 더 일관된 기준을 가지고 아이들을 지도하도록 말씀을 드리고 있어요.

 

Q. 심리치료가 도움이 많이 된다고 일반적으로 생각하고 계시잖아요. 정말 그런가요?

최재원 : 부모님들이 병원에 왔다가 병원의 치료방법을 수긍을 못 하시고 심리치료나 놀이치료, 음악치료, 미술치료를 많이 시키시는데, 그렇게 하는 게 부모님의 마음이 되게 편하거든요. 아이들을 정서적으로 안정시켜줄 것 같고.

그런데 그 치료들이 효과가 있냐는 대답에는, 효과가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해요. 이 말이 무슨 말이냐면, 심리치료, 음악치료, 놀이치료, 미술치료 이런 것들은 아이의 주의력을 향상하는 데는 도움이 된다고 보고 있지 않아요.

대신에 예를 들면 산만한 아이가 빠르면 3~4살부터 어린이집을 가잖아요. 그리고 초등학교에 들어가는데, 초등학교 3학년이면 사회생활을 5년 정도 하고 온 거거든요. 그럼 그렇게 산만하고 자기 생활을 잘 챙기지 못하는 아이가, 어린이집이나 학교에서, 선생님이나 친구들에게 좋은 경험이 많을지 나쁜 경험이 많을지 생각을 한번 해봐야 해요.

선생님께 지적받는 경우도 많을 거고, 친구들에게 눈치 없다고 하고 따돌림당하는 예도 있고, 이런 부주의하고 산만한 것 때문에 아이가 일상생활에서 겪는 스트레스 때문에 아이가 자존감이 낮아지고 우울해지고 불안해지는 때도 있거든요. 그래서 산만한 것 때문에 생기는 정서적인 문제들에 대해서는 심리치료가 도움이 됩니다.

 

정리하면, 약물치료가 가장 중요하고, 그다음으로 중요한 건 바로 '부모 교육'입니다. 아이가 ‘주의력 결핍 과잉 행동 장애’를 가지고 있다면 이 병에 대해서 자세히 알아야 한다는 것을 기억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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