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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는 자신감이 넘치지만, 회의만 다가오면 가슴이 콩닥콩닥[직장 남녀를 위한 오피스 119]
조장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승인 2020.07.01 07:42

[정신의학신문 : 시청역 민트 정신과, 조장원 전문의] 

 

사람마다 공포를 느끼는 상황이나 대상이 다양하다. 길거리에 비둘기가 보이면 다른 길로 돌아가야 하는 사람도 있고, 높은 곳이 두려워 고층 아파트에 사는 건 꿈도 못 꾸는 사람도 있다. 주변에서는 ‘그까짓 게 뭐가 무서우냐?’며 핀잔을 주지만 당사자의 고통은 어마어마하다. 

 

직장인 포비아 씨는 일요일 밤이 되면 걱정이 시작된다. 그리고 월요일 아침 출근길에는 가슴이 콩닥콩닥 뛰고 식은땀이 나기 시작한다. 출근 후 회의실로 들어가면서 손까지 떨리는 자신의 모습을 보고 눈물을 글썽인다. 

포비아 씨에 대한 진단명은 월요병이 아니다. 포비아 씨를 괴롭히는 건 월요일 아침마다 있는 회의 시간이다. 회의가 시작되고 자신의 차례가 다가올수록 공포감은 더해간다. 그리고 발언을 하려는 순간 호흡이 가빠져서 목소리도 제대로 나오지 않게 되고, 겨우겨우 목소리를 내면 덜덜 떨려서 하고 싶은 이야기를 끝까지 하지 못하게 된다.

 

포비아 씨는 학생 때만 해도 사람들 앞에서 이야기하고 노래 부르는 걸 좋아했다. 물론 지금은 과거의 모습을 잊고 지낸다. 태어날 때부터 많은 사람 앞에서 이야기하는 게 두려웠던 것으로 기억하지만, 곰곰이 어렸을 때를 떠올리면 분명 사람들 앞에서 무언가를 하는 게 즐거웠던 시기가 있었다.

그러던 포비아 씨는 입사 후 첫 회의를 경험하게 된다. 임원들도 참석하는 중요한 회의였기에 포비아 씨는 혹시라도 잘못 찍히지 않을까 불안해하며 회의에 참석했다. 포비아 씨는 회의 중간중간 누가 나한테 뭘 물어보면 어떡하지, 지금 내 태도가 문제 되지는 않을까, 걱정하며 회의가 끝나기만을 기다렸다.

마침내 회의가 거의 끝나갈 무렵 포비아 씨의 희망과는 다르게 누군가가 포비아 씨에게 첫 회의의 소감을 물었다. 회의실에서 누구도 자신의 존재를 알아차리기를 원치 않았던 포비아 씨는 순간 모든 사람이 자신을 쳐다보는 것을 알게 되었고, 떨리는 목소리로 간신히 소감을 이야기했다. 

이야기를 끝내고 나서 누가 내 떨리는 목소리를 알아차렸으면 어떡하지, 걱정하는 순간 회의실에 있던 어느 분이 말을 건넸다. 

“포비아 씨가 처음이라 긴장했나 보네요. 포비아 씨, 앞으로 편하게 이야기하세요. 우리 무서운 사람 아닙니다.”

 

그 뒤 포비아 씨는 씩씩한 사람으로 보이기 위해 모든 일에 적극적으로 나선다. 대다수 직원이 회피하는 위험한 일도 선뜻 자청하면서 불안과는 거리가 먼 사람처럼 매사 적극적으로 일했다.

하지만 그러다가도 월요일 회의 시간만 다가오면 다시 그날의 악몽이 재현될까 노심초사하고, 결국 매번 자신의 발표 때마다 긴장하는 모습이 반복되었다. 심지어 어느 순간부터는 소수의 인원 앞에서도 잔뜩 긴장하게 되었고, 종이에 있는 내용을 그냥 읽기만 하면 되는 것임에도 목소리가 떨리면서 들고 있는 종이까지 덜덜거렸다. 
 

사진_픽사베이


포비아 씨의 회의 공포증은 많은 회사원이 경험하는 공포증 가운데 하나다. 이런 사람들은 회의에서 뭔가를 발표할 때마다 다른 사람의 시선이 총알처럼 느껴진다. 누가 멍하니 다른 생각을 하면서 쳐다보면, ‘왜 이렇게 표정이 무표정이지? 내 발표가 별로인가? 혹시 내가 떨리는 게 신경 쓰이나?’ 이런 걱정을 하기도 한다. 그들의 우려와는 달리 실제로 사람들은 내 발표나 행동에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

회의 공포증의 원인은 모든 사람에게 그리고 모든 상황에서 완벽하게 보이고 싶어 하는 데 있다. 그들은 누구보다 열심히 회의 준비를 한다. 내가 더 열심히 준비해서 내용에 자신감이 생기면 떨지 않을 거라고 기대한다. 그러나 회의가 다가오면 회의 내용보다는 떨지 않는 모습을 보이는 데 더 신경이 쓰이기 시작한다. 

회의 공포증에 시달리는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 내가 어떻게 보이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자칫 잘못하면, 또다시 실수를 반복하면, 나에 대한 이미지가 안 좋아질까 봐 전전긍긍한다. 그들은 자신의 이미지에 대한 포기를 모른다.

 

‘떨면 어때? 남들이 내가 떠는 모습 좀 본다고 뭐가 어떻게 되겠어?’

이렇게 생각한다면, 긴장도 덜 되고 떨림도 줄어들 텐데, 그렇게 하지 못하니 공포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우황청심환을 먹기도 하고, 심호흡을 크게 하기도 하며, 각종 정보를 따라 이것저것 해보지만, 효과를 보기 어렵다.

다행히도 회의 공포증에 효과가 좋은 약들이 몇 가지 있다. ‘인데놀’이라는 약은 교감신경계의 작용을 억제해서 심장이 빨리 뛰고, 손발이 떨리며, 목소리가 떨리는 것을 감소시킨다. 발표에 대한 불안을 완전히 없애주지는 못하지만, 신체적인 불안을 줄여주면서 불안이 점점 커지는 것을 막아준다. 항불안제인 벤조디아제핀 계열 약물은 졸릴 수는 있으나 불안을 급격히 줄여주어 역시 큰 도움이 된다.

 

포비아 씨 경우에도 약물을 복용하며 발표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이 점차 줄어들게 되었다. 진작 병원에 방문하지 않았던 걸 아쉬워하기도 하지만, 이제라도 발표를 잘 해낼 수 있다는 데 큰 만족을 하게 된다. 점점 발표에 대한 자신감이 생기고 회의가 있는 월요일이 기다려지기 시작했다. 심지어 어느 날은 자신의 발표시간이 부족하다고 느껴져 더 이야기하고 싶어 진다. 

포비아 씨는 주치의와 상의해 약을 먹지 않고 발표하는 시간을 가져보기로 했다. 처음에는 5명 앞에서 발표를 해보고, 이후에는 10명, 다음에는 20명 이런 식으로 회의 참석 인원을 점차 늘려가기로 한 것이다. 

포비아 씨는 이제 발표 전에 긴장감이 느껴지면 자신을 다독거리며 이야기한다. 이전처럼 ‘떨면 안 돼!’라고 다그치는 목소리가 아닌 따뜻한 목소리로 스스로 위로하는 말이다.

‘네가 잘하고 싶어서 또 이렇게 떨리는구나. 이 정도는 떨려도 괜찮아.’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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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장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info.psy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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