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온안 정신건강의학과의원 김총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진 픽사베이

여러 아형의 치매들 중 가장 대표적으로 알려져 있는 ‘알츠하이머 병’은 점진적인 뇌세포의 기능 저하와 파괴가 지속되며 인지기능과 지각, 감정에 이르기 까지 뇌의 고위 피질 기능이 점차 와해되는 퇴행성 질환이다. 최종단계에 이르게 될 경우 환자의 기억과 인격의 말살을 초래할 정도로 무서운 질환이지만 안타깝게도 현재 치매에 대한 뚜렷한 치료법은 제시되고 있는 바가 없다. 물론 치매 치료에 여러 가지 약물적, 비약물적 치료들이 다양하게 시도되고는 있으나 치매의 진행을 늦추는 데에 그칠 뿐, 실질적인 기능의 회복이나 완치를 기대하기에는 아직 현대의학의 능력이 그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치매 뿐 아니라 대부분의 퇴행성 뇌질환, 뇌졸중 후유증 등에 대한 완치가 어려운 이유는, 뇌의 신경세포들은 대부분 손상이 비가역적이기 때문이다. 뇌세포가 아닌 말초신경세포들은 새로운 신경세포가 다시 발생되고 손상 받은 신경다발이 회복되는 신경재생(neurogenesis)이 활발하게 이루어질 수 있다. 그러나 뇌, 척수와 같은 중추신경계의 신경세포들은 신경재생이 잘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퇴행성 질환이나 외상에 의한 신경 손상으로부터의 회복이 어려운 것이다.

 

최근 미국 플로리다의 한 연구팀이 Cell Transplantation에 게재한 연구에서는 쥐 모델을 활용한 실험을 통해 알츠하이머에서의 신경재생과 인지기능 회복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연구팀은 쥐의 뇌에 침을 놓듯, 기억을 담당하는 뇌의 해마(hippocampus) 부위를 작은 바늘로 잠시 찔렀다가 곧 바늘을 제거하는 방식의 시술을 시행했고, 이에 따른 유의미한 신경재생의 증가와 인지기능 호전을 보고했다.

사실, 애초 이들이 뇌에 바늘을 찌르는 행위를 통해 이러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었던 것은 뇌에 직접적으로 가하는 외부적 자극을 통해 일으킬 수 있는 염증 반응의 활성화 때문이었다. 파킨슨병이나 중추성 강직증과 같은 퇴행성 뇌 질환에 사용되고 있는 DBS(Deep brain stimulation)와 같은 시술을 통해 뇌에 작은 금속 전극을 설치하고 지내는 많은 환자들에게서 국소적인 뇌의 염증 반응 증가가 많이 보고 된 바 있었다. 물론 이러한 환자들과 같은 경우에는 염증반응에 의해 출혈이나 조직 손상등을 통한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플로리다 대학의 연구팀은 이러한 염증 반응 중에, 금속 전극이라는 외부 물질을 제거하기 위해 활성화되는 백혈구 반응과 신경재생 반응을 통한 치료 가능성에 주목한 것이다.

 

연구팀은 알츠하이머 유전자가 이식되어 치매에 걸린 쥐를 대상으로 해마에 작은 바늘을 15초간 찔러 넣었다. 해마는 알츠하이머병이 초기 발생하기 시작할 때 병리적 반응이 일어나는 주된 부위이자 기억을 담당하는 부위이다. 쥐에게 이 해마 부위를 자극한 결과, 해마가 자극된 쥐들은 그렇지 않은 쥐들에 비해 미로를 탈출하는 능력-작업기억과 인지 통합 기능이 향상된 모습을 보여주었다. 또한, 쥐들의 뇌를 해부한 결과 바늘로 찔리지 않고 가짜 수술만 받은 치매 쥐들에 비해 해마의 신경재생이 활성화 되어 있었다. 무엇보다 알츠하이머를 일으키는 가장 주된 원인으로 밝혀진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의 감소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음을 관찰하였다.

 

뇌의 비가역적 퇴행성 변화를 가져오는 알츠하이머를 치료하기 위해 오히려 뇌에 손상과 염증을 일으키는 방식으로 기존에 없던 신경의 재생을 도모한다는 이러한 실험 결과는 무척이나 괄목할 만하다. 물론 아직 동물 실험 수준에 그치고 있고, 현실적으로 환자에 적용하기엔 어려운 방식의 접근이기도 하다. 그러나 뇌에 직접적인 자극을 주어 치매의 진행을 막고 인지기능의 회복을 꾀하는 방식의 치료는 이미 실제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실험에서 유의한 결과를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

불치의 영역으로만 여겨졌던 비극의 병, 치매의 극복을 향한 미래 의학의 지평에 이러한 비약물적 생물학적 치료의 영역에서 새로운 희망을 발견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김총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온안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한양대학교 의과대학 학사, 석사, 전공의
한양대학교병원 외래교수
저서 <나도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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