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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ctor's Mail] 주체할 수 없는 분노가 가족들을 힘들게 해요
염태성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승인 2020.06.25 04:41

[정신의학신문 : 광화문 숲 정신과, 염태성 전문의] 

 

사연) 

안녕하세요. 오래 다녔던 직장을 얼마 전 퇴사하고 지금은 아이를 키우며 지내고 있습니다. 남편은 아주 성실하고 조용한 평범한 직장입니다.

문제는 저입니다. 때때로 분노와 짜증이 제어할 수 없을 만큼 일어나, 그 감정을 남편과 아들에게 쏟아냅니다. 남편은 이런 저를 아무 말 없이 받아주며 바라보기만 합니다. 그게 더 저를 힘들게 합니다. 그 순간 정말 입을 닫아버리는 남편이. 저를 더 화나게 하지요.. 이혼하고 싶을 만큼.... 이혼하자고 해도 남편은 무슨 이혼이냐며 더 이상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아이에게도 아주 따뜻하게 받아주다가도 저의 감정을 못 이기고 아주 무섭게 차갑게 매몰차게 밀어내거든요.. 아이는 그런 저에게 더 매달리고.. 그럼 저는 더 매몰차게 밀어내죠.

 

저의 어린 시절은 행복하지 않았습니다. 부모님은 항상 불화에 가정폭력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부모님과의 유대감도 좋지 않습니다. 동생과도 사이가 좋은 건 아니고.. 결혼이 저의 도피처였습니다. 지금은 결혼을 후회 중입니다.

저는 외부적으로는 아주 건강하고 밝고 성실한 사람입니다. 직장을 다니던 동안은 좋은 사람이라는 이야기를 들으며 지내왔습니다. 하지만 집에서는 예민하고 강박증도 있어서 정리에 집착합니다. 반복적으로 닦고 정리하고 그게 흐트러지면 견디지 못하고 결국 남편과 아이에게 분노를 표출합니다. 집에서만..

가끔 내가 이 세상에 없으면 이 모든 상황이 편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주체할 수 없는 이 감정 때문에 가장 옆에서 피해받는 건 결국 저의 아이입니다. 분노를 표출하고 나면 너무 미안하고 안 그래야지 하면서도 저도 모르게 나오는 저의 모습에 너무 괴롭습니다. 이러다 내가 아이를 나의 부모처럼 키우게 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에 미쳐버릴 것 같습니다. 저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지금도 옆에 있는 아이를 보면 눈물이 납니다.
 

사진_픽셀


답변)

안녕하세요? 광화문 숲 정신과 염태성입니다.

정신과에서 다루는 문제는 크게 보았을 때 외부 스트레스로 인한 것과, 스스로가 가진 소인 때문에 생기는 것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과거에는 개인이 받는 스트레스에 대해 충분히 주목하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도 정신과 교과서에는 스트레스로 인해 유발되는 정신질환에 대한 내용이 많지 않지만, 앞으로는 점차 비중이 늘어나고 중요해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써주신 내용만으로는 현재 문제들의 원인을 파악하는 데에 한계가 있습니다.

지금 가지고 계신 괴로움이 외적인 스트레스 때문에 발생한 것인가요? 아니면 나 스스로도 이해할 수 없는 내 내면의 문제 때문인가요? 만약 외적인 요인 때문이라면 그 부분을 해결할 방법이 있을까요?

남편분과 지속적으로 갈등이 생기는 것이 누구에게 원인이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글쓴이분의 문제가 큰지, 남편분의 문제가 큰지, 아니면 둘 중 한 명이 문제라기보다는 둘 사이의 의사소통이 원인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이런 여러 가지 요소들을 고려해 보아야 현재 가진 정신 병리를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어떤 치료가 효과적일지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말씀하신 증상들의 종류와 강도를 보았을 때는 임상적으로 치료가 필요한 우울증일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강박 증상 역시 우울증에서 흔하게 동반되는 증상 중 하나입니다.

추측건대 현재의 증상들을 유발한 원인은 크게 3가지로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첫째는 어린 시절부터 행복하지 못했던 가정생활이 현재 글쓴이분의 성향이나 무의식에 악영향을 주었을 가능성이고, 두 번째는 남편분이나 자녀분과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어 서로에 대한 감정 소모가 반복되는 악순환에 빠져있을 가능성입니다. 세 번째는 생물학적 의미에서의 우울증 가능성으로, 외부 요인과 상관없이 감정들이 조절되지 않고 있을 수 있습니다. 

첫 번째와 두 번째 문제들에 대해서는 꾸준한 상담치료가 필요합니다. 특히 의사소통이 주 문제인 경우에는 남편분이나 자녀분과 함께 상담을 받는 부부치료 혹은 가족치료의 세팅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세 번째 가능성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약물치료가 가장 필요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병원에 방문하시거나 치료를 받는 것을 너무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치료가 필요 없는 사람에게 투약 등 처방을 남용하는 일부 의사도 있지만, 대부분의 정신과 의사들은 의미 없는 치료를 권하지는 않습니다.

치료라는 것은 결국 득과 실을 따지는 것입니다. 아무리 몸에 나쁜 치료라도 지금 당장 목숨이 달린 상황이라면 실행해야 합니다. 현재 가족의 문제로 인해 아이가 지속적인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이라면 앞으로의 아이의 성격 형성이나 정신건강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문제의 원인을 찾을 수 없거나 찾더라도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면, 되도록 빠른 시일 내에 정신과나 상담 센터 등 전문기관을 방문하여 평가를 받아보시기를 권해 드립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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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태성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info.psy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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