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봉건]
- 임상심리전문가
- 국립충북대 심리학과 명예교수
- 경인심리건강센터장
- 네이버 지식iN eXpert 마음상담 전문가

현대에서 치사율이 가장 높은 각종 성인병[암, 심장병, 뇌졸중(고혈압)]은 스트레스 및 자신의 심리건강과 밀접하게 관련되어있다고 한다. 과거에 Readers' Digest에서 읽은 기사 중에서 필자가 강의시간에 즐겨 인용하는 내용이 있어서 이를 소개한다. 미국의 흉부외과(심장병 수술전문) 전문의가 심장병에 걸려서 생사의 기로에서 투병하던 중 마음을 정리해서 회복된 체험기이다. 

그 기사에 의하면, 그 의사는 의학 교과서에 실린 대로 자신은 의학적으로 해당 사항이 없으므로 안심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러다가 불찰주야 열심히 일하면서 지내던 중 어느 날 문득 뜨끔하는 자각증상이 느껴져서 자기병원에 자기가 입원하였다. 

병상에 누워서 이 의사는 왜 심장병에 걸리게 되었을까를 많이 생각하였다. 그 결과 시간적 압박감에 쫓기면서 열심히 일하기만 했지 느긋하고 여유있는 마음은 갖지 못한 채 살아온 데 있었다고 판단했다(이와 같이 평소에 짜증을 잘 내고, 항시 마감시간에 임박해서 일을 쫓기듯 많이 하려 하는 행동거지를 심리학에서는 type A 행동유형이라고 부름). 그러다가 이런 식으로 계속 살수는 없겠다고 생각하고, 자기의 할 일을 세 가지로 우선 순위를 매겼다. 

즉 자기 인생 전체를 바쳐서 일하다가 죽어도 억울하지 않은 일을 첫 번째로 꼽고, 그 다음에는 일하는 것은 의미는 있지만 목숨과 바꾸기에는 억울한 일, 마지막 세 번째는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그런 일로 나누었다. 첫 번째에 속할 일이 얼마나 되겠는가? 결국 이 의사는 이런 식으로 자기 마음을 정리하고 행동방식을 수정해서 홀가분한 마음으로 심장병을 떨쳐버리고 일어설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동양 전통의 양생론(養生論)에 의하면, 지나친 정서는 우리 몸과 마음에 나쁜 영향을 준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 조상님들은 너무 기뻐하지도 말고 너무 슬퍼하지도 말라고 충고하였다. 중심을 잃지 않는 조화․중용의 마음을 강조하셨다. 

또한 원시사회에서 발견되는 급사현상(sudden death)은 멀쩡한 사람이 그 다음날 싸늘한 시체로 발견되는 것으로서, 이는 순박한 마음으로 자신이 재앙(예, 타부 위반시 신의 노여움)을 피할 길이 없다고 믿을 때 발생한다고 한다. 

위의 원시부족 사람은 처음에는 놀래고 두려운 마음으로 가득 찼을 것이다. 그러다가 도저히 모면할 수 없다는 생각에 깊은 절망감에 빠졌을 것이다. 이는 흥분으로 인한 심장수축이 그 정반대로 심장확대를 가져와 결국은 심장마비로 죽는 결과를 초래했을 것이다. 

생리적 흥분이 어느 한 방향으로 심하게 나타났다가, 팽팽해진 줄이 끊어지면 정반대 방향으로 튀어가서 그 방면에 피해를 주는 식이다(그래서 이런 현상을 반동효과rebound effect라고 부른다). 이는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도 입증되었다. 중용지심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워주는 현상이라고 하겠다.


고래(古來)의 건강비법은 두한족열(頭寒足熱), 즉 머리는 차고 다리는 따뜻하게 하는 데에 있다고 한다. 우리는 어릴 적부터 손발은 따뜻하게 이마는 시원하게 하라는 말을 많이 듣고 자라왔다. 감기몸살로 앓아 누우면 찬물에 적신 수건을 이마에 덮고 있었지 않았는가! 

지나친 근심걱정이나 노심초사(勞心焦思)도 상기(上氣)시켜서 즉 열이 위로 치솟게 해서 건강을 해친다. 우리는 흥분된 마음을 진정시켜서 아랫배 밑으로 끌어내리지 않으면 심신의 조화가 깨지게 된다. 즉 원래의 조화로운 상태로 돌아가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누구라도 마음이 편안해지면 이런 좋은 상태에 저절로 들어가게 된다. 

누구나 이런 편안한 마음가짐을 부지불식간에 경험했을 것이다. 이를테면, 야외에 나가서 시냇물이 졸졸 흘러가는 것을 보면서 마음이 평상시와는 다르게 착 가라앉는 것을 경험한 적이 없는가? 이런 마음상태를 동양의 전통에서는 수승화강(水昇火降)이라고 했다. 

즉 차가운 기운은 위로 올리고 뜨거운 마음의 기운은 밑으로 내려야 건강할 수 있다는 뜻이다(이는 마음․몸의 건강의 요체이다). H. Benson이라는 하버드 의대 교수는 이를 이완반응(relaxation response)이라고 불렀다. 

이런 마음상태에 들어가는 방법이 동양 전래의 각종 수행법(명상법, 단전호흡법, 참선법 등)이고, 서양의 학자들이 동양의 것을 토대로 발전시킨 자율훈련법, 긴장이완법 등이다. 누구라도 마음이 편해지면 호흡이 밑으로 내려가서 깊은 심호흡법을 하게 되는 것을 경험했을 것이다. 이런 모든 방법은 스트레스 대처법에도 사용된다.

어떻게 하면 우리 마음을 편안하게 할 수 있는가? 모든 것은 생각하기 나름이라고 한다. ‘모든 것은 다 필요한 존재!’라는 말이 있다. 예를 들면, 구더기도 이 자연에서 필요한 존재라고 한다. 

최근의 신문기사에 의하면, 미국에서 외과의사들이 전해 내려오는 비법을 실제로 실험을 통하여 그 효과를 입증하였다고 한다. 전쟁중 상처가 나면 그곳에 구데기가 생기는데, 이를 그냥 내버려두는 것이 상처가 빨리 아무는 데 좋다는 것이다. 

즉 구데기는 징그러워 보일 지 모르지만, 죽은 살조직만 파먹고, 새 살은 돋는 것을 촉진하고 상처가 다 아문 다음에는 파리가 되어 날라 가버린다는 것이다. 이를 ‘구데기 요법’이라고 할까. 또 구데기는 똥을 비료화하는 데에도 필수적이라고 한다. 

이와 같이 우리가 몰라서 그렇지, 모든 것이 다 쓸데가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열등감에 사로잡혔던 사람들도 삶의 의미가 새롭게 느껴지면서 힘이 솟아나지 않을까?

3천년에 쓰여진 詩經의 첫머리 글을 하나 더 소개한다. ‘요새 사람들이여! 자식에게 하는 것의 수십 분의 일만 부모에게 해드려도 효자소리 듣나니!’ 라고 한탄조로 읊고 있다. 이를 보면, 그 당시 사람들도 자기 자식은 끔찍이 아끼면서 부모에게는 소홀히 했었나 보다. 

오죽하면 자식에게 하는 것의 수십 분의 일만 부모에게 해드려도 효자소리 듣는다고 했을까! 사람 마음은 수 천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은 것이다. 또 한편으로 보면, 자식 사랑은 본능적인 것이어서 저절로 잘해주게 된다는 것이다. 

이런 본능적 마음 때문에 인류가 존속해올 수 있지 않았을까? 이런 것은 인지상정(人之常情)이라는 것이다. 사람 마음에서 자연스레 나타나는 것이지 억지로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래서 우리 조상들은 자연에 순응하는 것을 강조했으리라. 

어떻게 하면 자연스런 마음의 흐름을 찾아서 그에 따를 수 있을까? 자기자신을 조금이라도 벗어나서 자신을 다소 객관적으로 살펴보면, 전체적인 이런 심리적 구도를 다소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 느껴진 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면 조그만 아집으로부터 벗어나는 데 도움이 되리라고 여겨진다. 이런 정신수양을 촉진하는 것이 동양 전래의 명상수행법이다.

‘인생만사 새옹지마(人生萬事 塞翁之馬)’라는 옛말이 있다. 즉 모든 것은 생각하기 나름이라는 것이다. 이를 달리 말하면 위기가 닥쳤어도 ‘위기는 기회다!’라고 생각하면 도리어 이를 살릴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옛말에 ‘젊어서 고생은 나중에 돈주고 사서도 못한다’고 했다. 적절한 역경은 발전의 발판이다. 도전으로 받아들이면 삶에 활력을 불어 넣어줄 수 있다. 군대에 있을 때 들은 이야기인데, 우리나라 젊은이들은 공수부대에 차출되어 가게 되면 죽는 줄 알고 단식투쟁을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미국 젊은이는 공수훈련받기를 원해서 공수부대에 지원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들었다. 왜냐하면 스카이다이빙은 참 멋있는 스포츠인데(요새 인기를 끄는 번지점프나 이전의 바이킹 타기처럼), 민간에서 배우려면 돈이 많이 들기 때문이란다. 그래서 공수부대에 가면 하고 싶은 것도 배우고, 돈도 안 들고 얼마나 좋은가! 이와 같이 생각을 바꾸어서 해볼 만 하다고 생각하면 견디어낼 힘이 생기는 것이다(이를 필자는 개인상담을 받으러오는 내담자에게 강조하곤 한다).

요약하면, 우선 마음을 편안하게 해야, 마음을 편안하게 다스려야! 내외적인 현실에 직면하여 솔직하게 있는 그대로를 느끼고 받아들이면, 자신의 존재 가치를 느끼면서 감사하는 마음도 우러나고 마음도 편해지며 자신감이 생기고 견디어낼 힘이 느껴질 것이다. 

[출처 : 이봉건, 충북대 개신생활, 2001, 19(1),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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