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경]
- 정신보건임상심리사 1급
- 그로잉마인드 심리상담센터 센터장
- 네이버 지식iN eXpert 마음상담 전문가
 

어릴 적부터 서점에 가길 좋아했던 나는 심리학 전공을 시작하면서 심리학 코너를 제일 먼저 찾아갔다.
  
하지만 자기계발, 경제경영, 영어교육관련, 베스트셀러, 소설 등은 가자마자 떡하니 보이는 곳에 진열되어 있었지만, 심리학은 책꽂이 위에 붙어 있는 '심리학'이란 글자를 겨우 찾아서 보거나, 그마저 힘들면 직원에게 물어서 겨우 찾곤 했었다.
  
그러다 언젠가부터 자기계발에 심리학책이 조금씩 섞여서 진열이 되기 시작했고, 더 지나서는 심리학 코너를 따로 마련해 눈에 띄는 곳에 진열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심리학 책 내용의 질도 비전공자가 쓰는 책에서 정신과 전문의나 심리학 전공자가 쓴 책들이 꽤 많이 출판되었다. 덕분에 나도 좋은 책을 읽어 참고하고 있다.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는 기분부전장애 환자가 정신과 의사와 치료하는 과정을 써 내려간 이야기이며,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그 이후로 심리학 관련 책은 더 많이 출판되는 것 같다. 더불어 곰돌이 푸우나 미키마우스 등의 귀여운 그림이 그려져 있고 위로의 말들이 쓰인 제목과 내용의 책들도 많이 출판되었다. 

그만큼 현대인들의 삶에는 스트레스와 우울 등의 문제가 예전보다 더 두드러지고 있고, 그들을 위로할 책들이 관심을 받는 것이라 생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읽으면 찰나의 위로나 위안은 되지만, 여전히 우울감 등은 다시 올라오곤 한다. 분명 어떻게 대처해야하는지 자세히 나와 있음에도 말이다. 왜 그럴까?
  
아마 책은 불특정 다수에게 보편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문제들을 다루다보니 내 개인의 문제 근본을 세세히 찾고 완화시켜줄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옷으로 비유해본다면 S, M, L 치수로만 나와 있는 옷을 그나마 내가 입을 만한 사이즈에 고르다 보니 어깨품은 맞아도 팔 길이가 맞지 않거나, 다리 길이는 맞지만 허리는 맞지 않는 바지가 되는 것과 같은 이치인 것이다. 

하지만 맞춤형 정장은 비싸지만 나에게 딱 맞는 치수이다 보니 불편하지도 않고 옷매무새가 엉성하지도 않다. 이처럼 심리학책들은 기성품이다. 그러다보니 우울감의 원인이 '낮은 자존감'인 사람일지라도 어떤 사람은 '자존감 수업'의 책이 나에게 맞을 수 있고 어떤 사람은 맞지 않을 수 있다. 혹은 그 때만 고개를 끄덕일 뿐 일상은 달라짐이 없다. 
  
그런 의미에서 심리상담센터를 찾는 것은 맞춤형 양복을 운영하는 옷가게로 비유할 수 있다. 내가 자존감이 낮은 이유가 불안정 애착에서 유발되었는지, 지독한 가난으로 인해 형성된 것인지, 학교폭력을 당하면서 시작된 것인지 등 원인이 개개인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원인을 밝혔으면 치료방안도 달라진다. 어떤 사람은 심리교육을 통해서, 어떤 사람은 인지행동치료를 통해서, 어떤 사람은 트라우마 치료가 우선이거나 맞는 방안일 수 있다. 그걸 탐색하고 목표를 설정할 수 있는 것이 바로 한국심리학회 산하 자격을 갖춘 전문가가 운영하는 심리상담센터이다. 
  
아직도 여러 심리학책을 보면서 자기탐색과 자기위안을 하고 있는가? 그 안에서 내가 갖고 있는 어려움이 해결이 된다면 다행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과감하게 심리상담센터를 방문해보길 바란다. 내가 아무리 찾아도 찾아지지 않던 문제의 원인을 발견될 수 있고, 완화될 수 있다

**(치료 및 상담의 목표는 문제해결이라고 하기 보다는 '완화'라고 하는 것이 맞을 수 있겠다. 치료자는 문제해결사가 아니며 내담자의 어려움을 함께 찾아보고 도움을 주는 조력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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