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란]
- 임상심리전문가
- 네이버 지식iN eXpert 마음상담 전문가

『이른 일요일 아침, 1930』 Courtesy Whitney Museum of American Art, New York / 이미지 출처 : Naver)

미국의 화가, 에드워드 호퍼(Edward Hopper)의 작품 중, ‘이른 일요일 아침’이란 작품이 있다. 이전에 이 작품을 봤을 때는 이 그림을 실은 어느 책에서 ‘부동과 정적의 몽상적인 조화로 마술적인 순간’이라 표현했던 것처럼 늘어지게 잠을 자고 일어난 어느 주말의, 한가로움과 여유 그리고 평온함을 느꼈었다. 

그리고 얼마 전 다시 책을 뒤적이다 멈춘 이 작품의 페이지에서는 신기하게도 작가가 표현했던 그 거리가 요즘 우리의–어느 바이러스로 멈춘- 인근 시내이자 거리 같았다. 그래서 그림은 그저 적막해 보였고, 따뜻하게 느껴졌던 그림 속의 색채는 꽃이 피어나 봄을 코앞에 두었으나 미처 봄기운을 만끽할 여유가 없이 문을 걸어잠근 혹은 미처 열지 못하는 답답한 누군가의 마음을 대변하는 듯 했다. 생각하는 만큼 보이는 마음의 솔직한 여과작용, 필터링 때문인지도 모른다. 


심리검사 중에 ‘투사검사’라 일컬어지는 검사들이 있다. ‘모호한’, 보는 사람에 따라 달리 보일 수 있는 그러한 자극을 보고 내놓는 사람들의 여러 반응들을 통해서 그 사람의 성향, 태도, 특성, 사고 과정 등을 파악하는 검사이다. 또한 그러한 반응들은 그 사람의 현재 문제와 문제의 지속성에 따라 같은 사람에게 같은 검사를 하더라도 시일이 지나면 전혀 다른 반응을 도출하기도 한다. 

그처럼, 같은 미술작품을 보고서 ‘그 때의 나’와 ‘지금의 나’가 달리 반응하는 것은 나의 상태와 현실을 받아들이고 있는 양상이 꽤나 달라졌음을 의미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우리의 내적 상태는 상황에 따라 변화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떠한 재난 혹은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는 사건의 영향력이 클수록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러한 변화를 경험한다. 또한 그렇게 경험하는 일시적인 혹은 장기적일지 모를 불안정한 마음 상태는 충분히 이해 가능한 것임과 동시에 같은 것에 대해 달리 생각하고 이야기하게 하는 힘을 지니기도 한다.

우리는 지금 불안하다. 누군가는 조금, 누군가는 극심하게 불안해하고 있다. 불안하다는 것은 달리 말하면 ‘걱정이 된다’는 말이다. 안 좋은 일이 일어날까봐 걱정하고 있는 것. 지금 우리의 상태는 바로 그러한 것일지 모른다. 

모든 것이 걱정스러운 상태. TV를 틀고 스마트폰을 열면 쏟아지는 뉴스들을 보며 바로 저 일이 내게도 닥칠지도 모른다고 예상하게 되거나 혹은 이미 내게도 닥쳐서 현실적인 문제들(격리, 실업, 무급휴직 등)이 삶을 덮쳤을지도 모른다. 

내일의 상황은 더 좋아지거나 오늘과 비슷하거나 더 악화될 것이라는 경우의 수를 가지고 있지만 별다른 기대를 하지 못할 만큼 무력감을 느끼는 사람 또한 늘어나고 있다. 그런 우리가 이토록 불안해지기 이전의 ‘나’와 상대적인 비교를 해본다면, 꽤 많은 사람들이 적잖은 심리적 변화와 불안정을 경험하고 있을 것이다. 

필자도 마찬가지다. 한 가지 분명하고도 변치 않는 것은, 우리 한 개인이 현재 상황에서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은 우리의 마음 그 뿐이라는 것이다. 일어나는 일들은 우리가 이미 막을 수 없는 일들이다. 예방하거나 주의하는 정도, 그래서 작은 실천으로 더 이상의 확산을 막는데 보탬이 되는 것 외에는 문제의 본질에 우리가 기여할 수 있는 것은 그다지 많지 않다. 그렇다면 끊임없이 출렁이는 우리의 마음은 어떠한가? 그건 우리가 온전히 애를 써야 하는 부분이다. 

"뉴스와 오랜 시간을 보낼수록 몹시 익숙해지게 될 두 가지 감정은 두려움과 분노다. 
뉴스는 이 세상에 두려워할 것들이 아주아주 많다는 사실 속에 우리를 분명하게 놓아둔다. 외계 물체, 돌연변이 바이러스, 사무용 가구, 과학기술…… 이외 수많은 재난들과 관련해 뉴스는 우리로 하여금 소심함, 공포, 나약함 중 하나에 확실하게 빠지도록 한다. 인류가 직면한 난관을 극복하고 우리가 살아남을 수 있는 가능성은 극히 미미하게 여겨진다."

"뉴스란 본래 오랫동안 동요하고 겁먹고 괴로워하는 대중을 간절히 필요로 한다."

많은 국민이 함께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이전의 글에서 언급했듯이 지금의 상황을 스스로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의 문제는 꽤 중요한 부분이다. 나의 심리적 및 신체적 건강과 연결이 되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현실적인 상황만 놓고 봤을 때 어떠한 극적인 변화가 일어나길 기대하기보다는 현재의 상황이 지속될 경우 우리가 해야 하고 할 수 있는 몇몇 현실적 대안들을 각 개인의 상황에 맞게 준비하는 것이 훨씬 필요한 일일지도 모른다. 뉴스를 자주 보는 것은 그리 도움이 되지 않는다. 

쏟아지는 뉴스를 보면서 평정심을 어느 정도 유지한 채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평온한 시선을 유지한 채 허와 실을 가려낼 수 있는 혜안이 있으면 모르겠으나 불안한 마음으로 새로운 뉴스와 확인되지 않은 사실들에 동요되는 것은 자신의 마음에 자꾸만 조약돌과 큰 돌을 번갈아가며 던져 요동치게 만드는 결과만 가져올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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