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민]
- 이화심리상담센터 원장
- 네이버 지식in eXpert 마음상담 전문가


코로나-19라는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가고 있다. 이제 우리는 전쟁도 아닌 아주 작은 바이러스의 공격으로 우리의 생활이 곳곳에서 무너지고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도 점점 환경으로 오염되고 오랫동안 사람들이 살아오면서 남긴 흔적들로 인해 더 이상 안전한 지구가 아닌 것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만 아니면 우리는 늘 그랬듯이 직장에 나가서 안전하게 일하고 사람들을 만나 즐겁게 대화하고 즐기고 휴식을 취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사람들이 마음놓고 모임을 할 수도 없고 어쩌다 서로 대화를 해도 2미터의 적당한 거리가 필요하다. 그리고 가는 곳곳마다 손 세정제가 비치되어있고 마스크는 심지어 줄을 서면서 사야만 하는 상황이 되었다. 

일터에서는 상대방이 코로나-19 바이러스를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마음속에 갖고 있으면서 최소한의 일을 해낸다. 어쩌다 가까이에 있는 어떤 사람이 옆에서 기침을 한다든지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웬 지 마음속에 불편함이 생기고 짜증이 나고 화가 나기도 한다. 이제 우리는 마음이 너무 좁아져있다. 그리고 그 화는 어느새 슬픔이 된다. 아주 작은 바이러스로 인해 죽을까봐 두려워하는 인간임이 분명해졌다. 


우리는 평소에 어떤 끔찍한 일이 일어나지 않으면 병에 걸려 죽을까봐 걱정하거나 두려워하지는 않는다. 그저 오늘은 이런 저런 일을 해야 하는데 시간이 없어서 큰 일이다고 하면서 아침부터 서두르고 어느새 피곤한 몸으로 집으로 돌아와 하루를 열심히 살았다는 생각을 한다. 

아주 가끔 막연하게 인간의 유한한 죽음에 대해 생각도 해보지만 우리의 존재 그 자체에 대해 깊게 생각해보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우리도 아래와 같은 상황에 처하면 정말 이 세상에 조금이라도 진정으로 존재하고 싶어질 것이다.

러시아의 28세 된 젊은 사형수가 있었다. 
그는 죽기 전에 5분을 어떻게 써야할지 생각했다. 
자신을 알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작별 기도를 하는데 2분. 
곁에 있는 다른 사형수들에게 한 마디씩 작별 인사를 나누는데 2분, 
나머지 1분은 눈에 보이는 자연의 아름다움과 
지금 최후의 순간까지 서있게 해준 땅에 감사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눈에서는 눈물이 흐르고 가족들과 친구들을 잠깐 생각하며 작별인사와 기도를 하는데 벌써 2분이 지나 버렸다. 
그리고 자신에 대하여 돌이켜 보려는 순간, 
"아! 이제 3분 후면 내 인생도 끝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자 눈앞이 캄캄해졌다. 
지나가 버린 28년이란 세월을 금 쪽처럼 아껴 쓰지 못한 것이 정말 후회되었다.  
‘아! 다시 한 번 인생을 더 살 수만 있다면’, 하고 회한의 눈물을 흘리는 순간, 
기적적으로 사형집행 중지명령이 내려와 간신히 목숨을 건지게 되었다. 

 
이 일화의 주인공은 러시아의 대문호 ‘도스토예프스키’ 이다. 죽음의 바로 직전에 가서야 남아있는 5분을 절실하게 느낄 만큼 우리는 살아있다는 것, 존재한다는 것에 대해 그렇게 의식적으로 깊게 생각하고 느끼지는 않는 것 같다. 

우리가 지금과 같이 삶에서 위기를 느낄 때 그저 편안하게 숨쉬고, 가족과 동료와 대화하고,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끼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해 우리는 일상이 무너졌다고 생각한다. 하던 일들이 제대로 돌아가질 않고 경제가 무너질 것 같은 두려움에 휩싸인다. 늘 바쁘게 일하던 대로 해야 하고 뭔가 목적을 향해 계속 움직여야 될 것 같은 데 그렇게 행동하지 못하니 너무 불안하고 초조하다. 우리는 어쩌면 그동안 너무 목표를 향해 행동하는 것에 매여 있었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지금 존재하는 것을 연습하기에 적절한 시기에 있다. 잠시 우리에게 주어진 공포와 두려움과 멈춤의 시기에 가장 기본적인 것들에 집중해보자. 

늘 바빴을 때처럼 숨을 가쁘게 쉬지 말고 숨을 깊게 천천히 들이 마시고 내쉬고 살아있음에 감사하고 따뜻한 햇살이 내릴 때는 그저 햇살을 받으면서 천천히 오랫동안 걸어 가보는 것이다. 

마음 속 한 구석은 약간은 불편하고 두렵지만 그래도 이렇게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내쉬면서 미소를 지으면서 평화롭게 땅을 디뎌보자. 그리고 주변의 사람들에게도 친절하고 따뜻한 미소를 건네고 바쁜 일 때문에 하고는 싶었지만 못했던 정말로 해보고 싶은 일에 몰입도 해보자!

무엇에 집중해야할지 도저히 생각나지 않는다면 지금부터라도 어떻게 살고 싶은지 혹은 어떤 것을 해야 행복할지 근본적인 질문을 스스로에게 해보자!
  
분명히 따뜻한 봄은 어김없이 올 것이고 코로나-19도 없어질 것이다. 우리는 분명히 알고 있다. 아마도 바이러스를 이겨내고 존재하는 것에 감사하는 연습을 하면 앞으로 다가오는 우리의 삶은 조금 더 의연하고 깊어질 것이다.
 

저작권자 © 정신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