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지연]
- 심설심리상담센터 대표 임상심리전문가
- 마음연구소 [네이버 지식iN eXpert] 
  
  "지능지수가 두 자리인데 평균이라고요?"


 내담자와 만나 심리평가를 실시하고, 그 내용들을 분석하고 통합하여 심리평가 보고서를 작성한 뒤 해석상담을 진행합니다. 

해석상담이란 심리평가 결과에 대해 내담자(심리평가를 받은 당사자) 또는 내담자의 보호자 분께 설명을 해 주고, 그것의 의미를 일상생활에서 반복적으로 경험하는 상황이나 어려움 등과 연관 지어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해석상담을 진행하다 보면, 심리평가에서 나타난 정서 상태나 성격에 대해 설명할 땐 고개를 끄덕이다가도, 유독 지능검사 결과를 설명할 땐 그 수치를 듣고는 깜짝 놀라고 당혹스러워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예상했던 것에 비해 자신의 지능 지수(지능검사로 측정된)가 높지 않다고 느껴 당황하는 것이죠. 
  
그렇게 당황하는 첫 번째 이유는 돌고래 지능 수치가 두 자리로 알려져 있어, IQ가 두 자리라면 돌고래만큼 낮은 게 아닌가 생각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두 번째 이유는 초등학교 시절 학교에서 단체로 받았던 지능검사에서는 매우 높은 점수를 받았던 기억이 있기 때문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학교에서 실시한 지능검사 결과, IQ가 130이상에 해당되었던 기억이 있는데, 이번 심리평가에서는 그보다 낮게 나왔다고 얘기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러나 아래에서 다시 얘기하겠지만 사실IQ 130은 흔치 않은 수치입니다.
  
위의 두 가지에 대해 먼저 설명하자면, 일단 동물의 지능은 사람의 그것과는 측정하는 방법이 다르므로, 사람의 IQ와 직접적인 비교가 불가능합니다. 더불어 학교에서 단체로 실시하는 지능검사는 지능 중 일부 능력만을 평가합니다. 

초등학교에서 단체로 실시하는 지능검사인 레이븐 지능검사(Raven intelligence test)는 시공간적 지각력과 시각 자극에 대한 추론 능력만을 평가합니다. 그러니 지능 중 일부분만을 알아볼 수 있다는 한계가 있죠. 그러나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고 신뢰도가 높은 웩슬러 지능검사는 단체로 실시가 불가능합니다. 

다시 말해 자기보고식 검사처럼 문제를 풀어 답을 적는 검사가 아니라, 평가자의 질문에 답을 하거나 직접 과제를 수행하는 등 1:1로 실시해야 하는 검사입니다. 웩슬러 지능검사는 레이븐 지능검사와는 달리, 언어 이해 및 표현 능력, 언어적 개념 형성능력, 시각 자극을 구성하고 조직화 하는 능력, 시각적 추론 능력, 주의력 및 단기기억력, 집행기능, 처리속도 등 다양한 인지기능에 대해 종합적으로 알아볼 수 있습니다. 
  
웩슬러 지능검사에서 지능은 정규 분포 곡선을 따릅니다. 그 말은 평균을 중심으로 가장 많은 사람이 모여 있고, 평균값에서 멀어질수록 그 범위에 해당되는 사람의 수가 적다는 뜻입니다. 

지능의 평균 수치는 100입니다. 그러니까 IQ가 100이면 낮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은 틀리다는 얘기가 되죠. IQ 100이면 평균값이니까요.

지능의 정규분포

 

위 그림에도 표현되어 있지만, 전체 인구 중 68.2%에 해당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의 지능 수치는 85~115 사이입니다. 우리가 말하는 IQ 130은 100명 중 대략 상위 2등에 해당할 정도로 흔치도 않고, 매우 갖기 어려운 수치입니다. 
  
지능과 관련된 오해들 때문에 저의 경우엔 지능 수치를 얘기하기 전, 위 그래프를 그린 뒤 지능의 평균 범위를 먼저 설명합니다. 그러면 지능 수치를 먼저 들었을 때의 당혹감을 좀 더 줄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 그렇다면 웩슬러 지능검사란?
  
지능검사 중 국내외에서 가장 많이 쓰이고 신뢰할 수 있는 검사는 웩슬러 지능검사라고 위에서 말씀드렸습니다. 유아(만 2세 6개월~7세 7개월)는 K-WPPSI(Korean Wechsler Preschool and Primary Scale for Intelligence)로, 아동(만 6세~16세11개월)은 K-WISC(Korean Wechsler Intelligence Scale for Children)로, 성인(만 16세 이상~69세 11개월)은 K-WAIS(Korean Wechsler Adult Intelligence Scale)로 지능을 평가하게 됩니다. 모두 웩슬러 지능검사인데 연령 별로 종류가 다른 거죠. 
  
Wechsler(1944)는 지능을 ‘개인이 합목적적으로 행동하고 합리적으로 사고하며 환경을 효과적으로 다루는 능력’이라고 정의했습니다. 지능과 공부하는 능력(학습능력)이 같다고 생각하는 분도 많은데, 학습능력과 지능은 약간 다릅니다. 

지능이 높으면 공부하는데 유리할 순 있겠죠. 그렇지만 지능이 높다고 무조건 공부를 잘하는 것도 아니고, 지능이 낮다고 무조건 공부를 못하는 것도 아닙니다.
  
Wechsler는 지능을 총체적인 개념으로 생각했을 뿐 아니라 특수한 능력의 집합체라고도 생각했습니다. 그렇기에 웩슬러 지능검사에서는 전체 IQ 수치가 산출되어 개인의 전반적인 인지능력을 알아볼 수도 있고(총체적인 개념), 각 지표 별(ex. 언어이해, 지각추론, 작업기억, 처리속도), 소검사 별로 수치가 산출되어 특수한 능력 각각의 수준을 알아볼 수 있습니다. 개인의 전반적인 능력 수준을 알아볼 뿐 아니라, 개인의 인지적인 강약점을 파악하고 그러한 개별적인 능력들이 어떻게 조화되어 일상생활에 발휘되는지 알아보는 것도 중요합니다. 
  
웩슬러 지능검사에서 얻어진 결과들은 개인의 인지능력과 관련된 중요한 정보를 제공하지만, 결코 단독으로 해석해서는 안 됩니다. 각종 기록과 면담을 통해 확인된 병력과 심리 사회적 개인사, 직접적인 행동관찰, 양적인 검사 점수, 그리고 검사 수행의 질적인 측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해석되어야 합니다. 

그렇기에 웩슬러 지능검사를 실시하고 해석하는 데에는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지식과 수 년 간의 임상경험이 필요합니다. 국내에서는 한국임상심리학회에서 부여하는 임상심리전문가 자격을 갖춘 임상심리학자가 가장 심리검사의 권위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임상심리전문가 자격은 대학원에 석사 이상의 학력을 갖추고 3년(3000시간 이상)의 수련을 받아야만 취득할 수 있는 자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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