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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이론탐구; 정신질환은 어디에서 오는가
정원철 기자 | 승인 2020.05.28 02:07

정신병리학에서 정신병리를 순수하게 생물학적인 측면에서 바라보는 입장도 있고, 사회문화적 구성과 관련을 지어서 바라보는 입장도 있습니다.

정신병리가 사회문화적 구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경우는 대표적으로 자신의 성기가 몸 안쪽으로 쪼그라들어 사라지는 것에 극도로 공포를 느끼는 동남아시아의 코로(KORO) 증후군, 현대사회 미디어의 영향으로 이상화된 신체상으로 인해 증가하는 섭식장애, 그리고 억눌린 분노로 인해 신체적인 증상을 겪는 대한민국의 화병이 있습니다.

정신병리가 객관적인 측면에서 서술되어야 하는 입장은 대표적으로 성격특질 중 신경성과 관련된 여러 정신장애, 뇌의 특정한 신경전달물질의 결핍 또는 과다로 인해 발병하는 조현병이 있습니다.

이처럼 정신질환의 원인을 바라보는 시각도 다양하고 나아가 정상과 비정상의 구분이 모호한 경우도 많습니다. DSM-5와 같이 잘 알려진 정신질환 진단체계는 특정 사람이 다수의 통계적 평균치로부터 얼마나 떨어져 있는가 판단해 이를 범주화해 정신질환을 정의하고 있습니다. 
 

사진_픽셀


미네소타 대학의 심리학자 DeYoung과 Krueger는 보다 통합적인 이론적 프레임 워크를 토대로 앞서 언급한 정신질환을 바라보는 두 입장을 모두 고려한 새로운 이론을 제시합니다.

이들이 소개하는 사이버네틱스 이론에 따르면 생명체는 생존을 위해 (생물학적으로 정해진 일을) 수행해야 하는 목표가 있고 여기에 여러 메커니즘이 유기적으로 조절되고 작동합니다. 예를 들어 산모의 몸은 분만이라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뇌하수체 후엽에서 자궁수축을 촉진하는 옥시토신 호르몬을 분비합니다. 만약 옥시토신이 더는 자궁수축의 기능을 수행하지 못한다면 이는 생물학적인 문제일 것입니다. 

같은 맥락에서 DeYoung과 Krueger는 5대 성격특질이론에 입각해 사람들은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성격특질을 갖고 태어나는데 이들 중 신경성(neuroticism)이 높은 사람들은 반추 및 자기 의심 등 대부분의 심리적인 경험을 부정적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때문에 신경성이 높은 사람들이 중요한 목표에 지속적으로 도달하지 못하고 문제 해결에 새로운 해석이나 전략을 도출하지 못하는 역기능적인 상태가 계속될 때 정신질환으로 이어진다고 보았습니다.

여기서 핵심은 “새로운 전략을 도출하지 못하는 역기능적인 상태가 계속될 때”입니다. 타고난 특질 그 자체보다도 주어진 사회문화적인 체계 안에서 본래의 목표한 기능을 지속해서 수행하지 못할 때 병으로 이어진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열역학에 대해서 잠시 언급하고자 합니다. 우주의 에너지의 총량은 일정하고 그중 쓸모 있는 에너지는 변환되고 소모되어 예측할 수 없는 쓸모없는 에너지로 바뀌어 갑니다. 여기서 쓸모없는 에너지는 엔트로피, 무질서도라고도 표현할 수 있습니다.

숯 덩어리가 불에 타면서 그 내부에 있는 에너지는 좀 더 무질서한 운동을 보이는 기체의 형태로 변하면서 우리는 그 부산물인 열을 이용해 고기를 구워 먹습니다. 이토록 자연현상에서 모든 에너지는 엔트로피(무질서도)가 증가하는 방향으로 흘러갑니다.

그러나 엔트로피가 줄어드는 것 같은 현상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생명의 잉태의 경우처럼 새로운 단백질이 합성되고 세포가 “질서”를 갖추는 현상은 엔트로피를 거슬러 올라간다고 볼 수 있습니다(물론 전체적인 우주의 입장에서는 결국 더 큰 무질서도를 향해 갑니다). 

 

그렇다면 앞서 언급한 일화가 정신질환과는 어떤 관계가 있는 것일까요?

열역학에서 등장하는 엔트로피의 법칙은 심리학을 포함에 여러 학문에도 적용할 수 있습니다. DeYoung과 Krueger에 따르면 심리학적 엔트로피는 불확실성 또는 예측 불가능한 에너지라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자연계가 그렇듯 우리가 사는 이 사회 또한 심리학적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방향으로 간다고 상상해 본다면, 심리학적 엔트로피의 증가로 인한 불확실성은 위협적이기 때문에 우리는 의식적 (또는 무의식적) 노력을 통해 심리학적 엔트로피를 낮추길 희망합니다. 가령 시험이 어느 범위에서 나올지 몰라 불안에 떨고 있다면 문제를 더 작은 부분으로 정의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정보를 요구하는 등 일련의 문제 해결 전략을 세움으로써 불안감을 통제할 수 있습니다. 

 

DeYoung과 Krueger는 결국 우리가 목표 달성에 있어서 역기능적인 사고나 행동을 대체할 만한 더 나은 사고나 전략을 도출해내지 못하면 부적응을 낳고, 이는 심리학적 엔트로피를 효과적으로 낮추지 못하는 상태이기 때문에 정신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저자들은 나아가 약물치료의 효과를 인정하면서도-세로토닌계 약물은 불안과 우울증 치료에 흔히 사용되고 같은 계열의 SSRI약물은 신경성 경향을 줄여주는 효과가 있습니다- 사람들이 그들의 삶에서 각자 겪고 있는 심리학적 엔트로피를 효과적으로 다루고 부적응을 극복하는 것의 중요성을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습니다. 

 

* 참고

DeYoung, C. G., & Krueger, R. F. (2018). A cybernetic theory of psychopathology. Psychological Inquiry, 29(3), 117-138.

 

정원철 기자  info.psy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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