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서대문 봄 정신과 이호선 전문의]

 

정부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5월 5일까지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 기간을 연장하기로 발표했다. 4월 30일 부처님 오신 날, 5월 1일 근로자의 날, 5월 5일 어린이날까지 최대 6일의 황금연휴가 다가오고 있으며, 이에 코로나19가 다시 확산될 것에 대한 우려로 당분간 ‘사회적 거리두기’를 유지하기로 밝혔다.

2월 말부터 강조된 ‘사회적 거리두기’가 지속되며 사람들은 피로와 스트레스를 느낄 것이다. 실제로 SNS에선 봄나들이와 꽃놀이 인증샷이 올라오고 있다. 인스타그램에 ‘#사회적거리두기실패’ 태그를 달아 봄나들이, 축제에 참여하는 인증샷이 올리기도 한다. 이런 현상을 보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지 않은 이들을 향한 비난의 목소리도 높다.

 

어떤 사람들이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고 있을까? 한국 리서치 여론조사에 따르면 ‘사회적 거리두기’ 참여율이 높은 집단은 여성(51%)과 60세 이상(51%) 집단이었으며, 반면에 남성(21%)과 20대(22.4%) 집단에서는 ‘사회적 거리두기’ 참여율이 낮았다.

이에 더하여 국내 코로나19 확진자를 연령별로 살펴보면 20대가 2천921명(27.40%)으로 가장 많이 나타나고 있고 자가격리 중 이탈하는 등 자가격리 지침을 지키지 않는 20대가 많은 것으로 나타난다. 이를 통해 20대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는 것을 어려워하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20대가 ‘사회적 거리두기’를 어려워하는 이유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사진_픽사베이


위와 같은 연령에 따른 인구의 심리적 특성을 ‘기질 및 성격 목록’이라는 평가를 통해 설명해 볼 수 있다. ‘기질 및 성격 목록’ (Temperament and Character Inventory, TCI)은 R. Cloninger 등이 개발한 성격 특성 목록 검사이다.

Cloninger(1994)는 개인의 기질을 자극추구(Novelty Seeking), 위험회피(Harm Avoidance), 사회적 민감성(Reward Dependence), 인내력(Persistence)의 4개로 구분하였다. 기질은 유전적으로 물려받은 특질에서 나오기 때문에, 조종하거나 바꾸기가 어렵다.

이중 사회적 거리두기와 관련되어 있는 요소는 ‘자극추구’와 ‘위험회피’ 항목이 있다. ‘자극추구’는 새롭고 신기한 것에 대해 끌리는 경향으로 자극추구 수준이 높은 경우 쉽게 흥분하며 탐색적이고 충동적이다. ‘위험회피’는 위험하거나 혐오적인 자극을 회피하는 것과 관련된 특성으로 수준이 높은 경우에는 조심성이 많고, 낮은 경우 걱정과 근심이 없으며 낙관적이고 위험을 무릅쓰는 특징을 보인다.

개인의 성격을 TCI로 분류해본다면 ‘자극추구’ 수준이 높고, ‘위험회피’ 수준이 낮을수록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는 데 더 큰 어려움을 경험할 수 있다. 늘 새로운 자극을 찾고 탐색해야 하는 특성을 가진 사람들은 집에만 있는 것을 더 따분하다고 느끼고, 외출과 모임을 자제해야 하는 지금의 상황에서 더 어려움을 느낄 수 있다.

또한 ‘자극추구’ 수준은 연령에 따라 달라지는데 같은 사람이더라도 20대 후반까지는 높은 수준의 ‘자극추구’(NS) 수준을 보이다가 30대 이후 서서히 낮아지는 경향을 보인다. 이에 따라 60대와 20대를 비교했을 때 20대 집단에서 ‘사회적 거리두기’에 어려움을 느낄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또한 30~40대가 되면서 ‘위험회피’(HA) 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위험한 상황에 대하여 더 불안감을 느끼고 조심하는 성향을 보인다.

따라서 ‘자극추구’(NS) 수준이 높은 성격 특성을 가진 사람들, 특히 20대가 에너지를 건강하게 발산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이 ‘사회적 거리두기’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지속하는 데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러나 성격과 연령에 따른 당연한 현상이라고 치부하며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지 않을 수는 없다.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을 개인의 특성과 선택으로 미룬다면 ‘사회적 거리두기’를 준수하는 사람들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 사이에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는 ‘사회적 거리두기’에 강제성을 부여해야 한다는 청원이 올라오고 있으며, 미국에서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준수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폭행을 행사하여 사망하는 사례까지 발생했다.

불편함을 감수하면서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는 많은 사람들이 있고, 이러한 성숙한 시민의식을 가진 사람들로 인해 국내의 코로나19 확진자가 줄어들 수 있었다. 국민 개개인의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이 코로나19 사태를 빠르게 종식시킬 수 있는 하나의 방안이 될 것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어려움을 느끼는 사람들은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 한국심리학회에서는 코로나19 특별대책 위원회와 함께 심리지원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또한 대한신경정신의학회에서 아래와 같이 마음건강지침을 소개하였다.

1. 불안은 정상적 감정이라고 생각하기
2. 정확한 정보를 필요한 만큼만 얻기
3. 혐오는 도움이 되지 않으므로 피하기
4. 나의 감정과 몸의 반응 살피기
5. 불확실함을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이기
6. 가족, 친구, 동료와 소통 지속하기
7. 가치 있고 긍정적인 활동 유지하기
8. 규칙적인 생활하기
9. 아프고 취약한 사람에게 관심 갖기
10. 서로를 응원하기

 

* 참고 

경인일보 (2020.3.8.) “한국심리학회 ‘코로나19’ 극복 무료 심리상담, 심리 안정 캠페인’

민병배, 오현숙, 이주영(2007). 기질 및 성격검사 매뉴얼. 서울: ㈜ 마음사랑, 6, 15-33.

연합뉴스 신선미 (2020.04.19.) 코로나19 어제 8명 증가·총 1만661명...61일 만에 하루 10명 아래로. 

연합뉴스 정윤섭 (2020.04.09.) 미국서 ‘사회적 거리두기’ 갈등 심화...폭행·살인으로 번져

한국일보 (2020.04.18.) “회사는 가고 마트는 줄이고” 우리들의 ‘거리두기’ 모습은

헬스조선 (2020.3.11.)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로 우울할 때… 효과적인 해소법)”

Cloninger, C. R. (1994). Temperament and personality. Current opinion in neurobiology, 4(2), 266-275.

 

이호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서대문봄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한양대학교 의과대학 학사, 석사
한양대병원 외래교수, 한양대구리병원 임상강사
(전)성안드레아병원 진료과장, 구리시 치매안심센터 자문의, 저서 <가족의 심리학>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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