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이호선 서대문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일상의 변화는 상당하다. 재택근무, 재택 회식, 온라인 개학 등 생활의 형태가 이전과 다르게 변화하였고, ‘사회적 거리두기’로 외출이 줄어들게 되었다.

일상의 형태가 변화하면서 가족 간 집에 함께 있는 시간도 늘어났다. 영국의 한 연구에 의하면 평상시 부부가 함께 보내는 시간이 하루 평균 90분 정도였으나, 코로나19 사태 이후에는 하루 평균 15시간 이상으로 증가했다고 한다. 이렇듯 부부간의 접촉 증가로 인해 갈등이 증가하여 이혼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많아졌고, ‘코로나 이혼(Covidivorce)’이라는 단어도 생겨났다. 

변화한 것은 부부관계뿐만이 아니다. 과거 여성가족부에서 실시한 청소년 종합 실태조사에 따르면 부모님과 매일 저녁 식사를 함께한다고 보고한 청소년은 27%였으며, 주중 부모님과 함께 대화하는 시간이 30분을 넘는 경우는 44.4%뿐이었다. 그러나 현재 개학 연장과 온라인 개학으로 인하여 아이들이 집에 머무는 시간이 현저하게 늘어나게 되었다. 이로 인하여 자녀를 돌보아야 하는 부모님의 양육 스트레스와 피로감도 상당히 증가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더하여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가계 수입 감소 및 경기침체로 인한 스트레스와 ‘코로나 블루’로 인한 심리적 어려움은 가족 간의 갈등을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 프랑스의 경우 가정폭력 신고 건수가 전년 대비 32% 증가, 영국 또한 20%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우리나라에서도 아동학대 신고 건수가 지난해에 비해 올해 10.7% 증가하였다고 한다.

 

가정폭력이나 학대와 같이 심각한 수준은 아니더라도 가족은 서로에게 애정을 주는 동시에 상처를 줄 수 있는 존재로, 가족 간에 사소한 갈등이 생기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이러한 갈등을 어떻게 잘 해결하고 관리하느냐는 중요한 문제다.

가족 내에서 발생하는 갈등을 원만하게 해결하지 못한다면 가족 해체, 가정폭력 등 심각한 사회문제로 나타날 수 있으므로 가족갈등을 해소하는 것은 상당히 중요하다. 가족갈등을 잘 대처하면 서로를 더 잘 이해하게 되고 서로에 대한 고마운 마음이 생기는 등 이전보다 더 건강한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

코로나로 인한 가족 간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가장 빠르고 쉬운 방안은 코로나19 사태가 빠르게 해결되는 것이나 이는 단기간에 해결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코로나로 인한 가족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 있을까. 
 

사진_픽셀


중요한 것은 생활 패턴을 변경하여 변화된 환경에 적응하는 것이다. 이전에는 밖에 나가서 사람들과 상호작용하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했다면 이제는 집에서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찾아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집에서 할 수 있는 간단한 운동을 통해 에너지를 건강하게 발산할 수도 있고, 식습관의 변화를 주며 일상의 단조로움에서 벗어날 수도 있다. 가족들이 집에서 함께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찾아 건강하게 시간을 보내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이렇듯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건전한 방법을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가족 간 심리적 거리가 가까운 것이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다. 가족 구성원 간의 친밀성과 자율성의 균형으로 정의되는 가족분화는 그 수준이 높을수록 가족 구성원 간의 대인 간 분리와 연결성이 균형을 이루었음을 의미한다. 가족분화 수준이 높을수록 가족은 더 효율적으로 기능하며 역기능적 스트레스나 위기상황에서 적응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Anderson & Sabatelli, 1992).

따라서 세 끼 식사를 가족과 모두 같이 하는 것보다 한 끼 정도는 혼자서 식사를 하는 것도 좋다. 또한 어느 정도의 공간 분리를 통해 집 안에서도 혼자 있는 시간을 만드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증가한 것을 기회로 삼아 가족 간 의사소통 유형이 어떤지 확인해보는 것은 어떨까.

Satir에 따르면 가족 간 의사소통 유형은 5가지로 나눌 수 있다. 기능적 의사소통 유형인 ‘일치형’은 자신, 타인, 상황을 모두 고려한 매우 진솔한 의사소통 유형이다. 

역기능적 의사소통 유형에는 ‘비난형’, ‘회유형’, ‘초이성형’, ‘산만형’이 있다. ‘비난형’은 자신과 상황은 존중하고 타인은 무시하는 형태로 타인의 말이나 행동을 비난하고 통제하며 명령하려고 한다.

‘회유형’은 자신은 무시하고 타인과 상황만을 존중하는 것으로 자신의 내적 감정과 생각을 무시하고 타인의 기대에 맞추려는 대화 성향이다.

‘초이성형’은 자신과 타인은 무시하고 상황만을 존중하는 것으로 지나치게 이성적이고 규칙과 옳은 것만을 중시하는 극단적인 객관성을 보인다.

‘혼란형’은 자신, 타인, 상황 모두를 무시하는 것으로 상황에 적절하게 반응하지 못하고 주제에 맞지 않은 말을 하며 산만하게 행동한다.

기능적 의사소통인 ‘일치형’ 대화법이 갈등 해결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결과는 많은 선행연구들에서 일관적이다.

 

환경이 변화하면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한 것이 당연하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너무 갑작스럽게 생활환경이 변화하여 어떻게 그 상황에 적응해야 할지, 어떻게 스트레스를 관리해야 할지에 대한 것들이 혼란스러울 수 있으나, 이때 서로에게 가장 큰 힘을 줄 수 있는 존재는 가족일 것이다. 가족 구성원 모두 각자의 역할에 충실하며 건강하고 편안함을 주는 관계로 변화하도록 노력하는 것이 갈등 해결의 첫걸음이다.

 

* 참고 

여성가족부 청소년 종합 실태조사. (2017)

Anderson, S. A., & Sabatelli, R. M. (1992). The differentiation in the family system scale (DIFS). American Journal of Family Therapy, 20(1), 77-89.

Satir, V, (1975), Self-esteem. CA: Celestial Arts.

 

이호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서대문봄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한양대학교 의과대학 학사, 석사
한양대병원 외래교수, 한양대구리병원 임상강사
(전)성안드레아병원 진료과장, 구리시 치매안심센터 자문의, 저서 <가족의 심리학>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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