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이상수 원장, 서면 통통샤인정신건강의학과의원] 

 

코로나19로 부부가 함께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진료실에서 남편이 더 꼴 보기 싫어졌다는 호소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코로나 스트레스로 잠재된 부부갈등이 표면화되면서 사소한 말다툼이 갇힌 상태에서 끝장으로 치닫다 보니 중국에서는 코로나 사태 이후 이혼율도 급증했다고 합니다. 프랑스에서는 전 국민 이동제한령을 선포한 직후부터 가정폭력 건수가 전년 대비 32%, 파리에서만 36% 증가했다고 합니다. 이런 전 세계적인 추세를 반영하듯 미국에서는 코로나이혼(Covidivorce)이란 신조어가 등장했다고 하네요.(뉴욕타임즈 3월20일자보도)

 

행복한 부부라도 작은 문제로 인해 부부갈등이 생길 수 있습니다. 건강한 부부는 그 문제를 고민하면서 어떻게든 이겨내려고 합니다. 문제는 무엇이 문제인지 모를 때입니다. 상대방을 비난하는 대화가 반복되면, 결국에는 서로 상처를 주는 부정적인 상호작용을 하게 되어 파국으로 치달을 수 있습니다. 본 칼럼은 <“남편을 보면 울화가 치밀어요.”라는 사연을 주신 아내에게 다가가지 못하는 남편을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요?>에 관한 상담글입니다. 파국으로 치닫는 부부 불화를 예방하기 위해 평상시 남편에게 도움이 되는 마음가짐을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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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가정의 우선순위 정하기

결혼이 성립되면 연인은 남편과 아내가 되어 가정을 같이 이뤄갑니다. 가정의 우선순위를 정하지 못하고, 남자에서 남편으로서의 정체성을 받아들이지 못할 때, 남편은 결혼 전의 상태를 지속하려는 욕구 때문에 갈등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결혼 전의 자유분방함에서 벗어나서 부부가 원하는 가정을 일구는 동등한 파트너로서의 역할분담과 책임에 소홀히 할 때, 남편은 아내의 혹독한 잔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예상할 수 있어야 합니다. 가정을 지키기 위해 버려야 할 행동이나 취미가 무엇인지 생각해보고 유연하면서도 책임감 있는 태도를 보여주는 것이 불필요한 부부 불화의 싹이 잉태되지 않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2. 콜센터 고객센터 직원처럼, 아내의 민원을 접수하기

문제가 제기되었다면, 아내의 고충과 민원을 접수해야 합니다. "또 뭔데?" "왜, 또?"라고 짜증스럽게 반응하지 않기 위해서, 밖에서 잘하듯이 가정에서도 콜센터 고객센터 직원처럼 응대하겠다고 생각하시는 것이 필요합니다. 소중한 고객처럼 아내의 불만을 잘 듣고서, "아내님! 이런 부분에서 많이 힘드셨군요."라고 아내의 고충을 먼저 말해주고, 신속하게 처리하겠다는 태도가 부정적인 감정이 악화되지 않는 데 도움이 됩니다.

아내의 민원은 남편인 내가 나서지 않으면 풀리지 않는 그런 중요한 문제입니다. 처리할 때 내 방식대로가 아니라 아내의 방식을 존중하고 아내의 요구를 반영해야 합니다. 아내가 원하는 것을 파악하고, 아내가 원하는 사랑을 주는 일처리 방식이 가정에서도 필요하겠습니다.

 

3. 여전히 남아있는 좋은 것을 볼 수 있는 안목 기르기

아내가 아무리 잔소리를 쏟아내도, 아내는 여전히 자신이 선택한 사랑스러운 아내라고 바라볼 수 있어야 합니다. 결혼 프러포즈하실 때 어떤 마음이셨는지요? 뭐든지 다 해 줄 수 있겠다던 그 약속은 아마도 진심이셨을 겁니다. 그때의 약속으로 인해 아내는 약속을 지켜달라는 권리 요구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그런 잔소리는 나를 나쁜 사람이라고 비난하고 야단치는 것이 아니라 나와 관계를 개선하고 싶고, 여전히 나를 필요로 하는 절박한 신호로 해석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 믿음을 유지하기 위해서 살면서 고마웠던 점, 연애했을 때의 설레는 감정을 기억의 보물창고에서 꺼내서, ‘그래도 이 여자와 결혼하길 잘했다’라고 음미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필요합니다. 아내는 여전히 나에게 관심이 있는 좋은 사람임을 기억하고, 비난의 화살을 견디며 부부관계에서 여전히 좋은 것을 볼 수 있는 안목이 필요합니다. 

 

4. 평상시 육아와 가사분담으로 부부관계의 긍정포인트를 적립하기

바라만 보고 있어도, 옆에 있어만 줘도 충분히 사랑스러운 존재로 모든 것이 용서되는 혜택은 유효기간이 6개월뿐입니다. 그 기간이 지나면, 슬슬 설거지부터 배우시고, 쓰레기 분리수거, 빨래 널고 개기, 청소하고 정리하기 등의 집안일이 당연히 자신이 할 일이라는 현실인식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육아도 가끔 도울 일이 아니라 내 일이라고 생각해야 잘할 수 있습니다. 당연히 아빠가 해야 할 몫이 있습니다. 함께 고생한다는 마음으로 하는 이런 수고들은 아내를 사랑하는 증거이자 부부 사이에 소소하고 고마운 추억이 되어 부부 불화로 인한 파경을 예방할 수 있는 예비자산이 될 수 있습니다.

 

5. 부부는 끝이 나는 시한부 운명임을 받아들이기

작년 이혼 건수는 11만 800건으로 해마다 늘어나고 있으며, 20년 이상 황혼부부의 이혼도 1만 8400건으로 전년보다 5.8% 증가하고 있는 냉엄한 현실을 직시해야 합니다. 그런 시대적 변화의 도도한 흐름을 감지하셨다면, 대출연장심사를 받듯이, 매년 결혼유효기간을 연장받는다는 생각으로 자신과 살아주는 아내의 수고를 당연하게 여기지 않으면서 고마움을 수시로 말로 표현하며 아내를 소중히 대해주는 섬김의 태도가 필요합니다. 그렇게 사랑만 해줘도 부부의 시간은 부족합니다.

아내를 먼저 배려해 줄 때, 사랑은 다시 나에게 되돌아옵니다. 상대방의 희생을 당연시 여기지 않을 때 결국 마지막 눈을 감을 때, 끝까지 내 곁을 지켜주며, 나의 죽음을 가장 슬퍼해줄 수 있는 고마운 사람이 내 아내가 될 수 있습니다. 

 

6. 따뜻한 말 한마디를 택배기사처럼 총알배송시켜주기 

아내가 듣고 싶은 말을 해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아내는 남편에게 어떤 말을 듣고 싶어 할까요? 

1번. 사랑해. - 당신 나 사랑해? 아내가 다그치듯 확인하기 전에, 사랑의 마음이 변치 않았다는 것을 알려주세요.
2번. 고마워. - 아내가 자신에게 정말 소중한 사람임을 알려주세요.
3번. 나 때문에 힘들지. - 아내의 노고를 인정해주세요.
4번. 내가 잘못했어. - 빠른 인정이 사태 수습에 도움이 됩니다.
5번. 그래도 당신이 최고야. - 아내를 소중히 여기는 모습을 보여주고 다가가세요. 

남편에게 듣고 싶은 말은 용기가 필요한 말들이기에 다 아는 말이지만 말하기가 결코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아내가 힘들어할 때나 기념일에는 반드시 따뜻한 말 한마디를 묶음으로 총알배송시켜주셔야 합니다. 평상시에 수시로 하면 더욱 좋겠지요.

아내를 행복하게 해 주기 위해 모든 것을 다할 수 있을 것 같았던 신혼 초의 마음을 기억하시고, 가화만사성의 행복을 누리시는 주인공이 되시길 응원드립니다. 어려운 시기 힘내십시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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