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정희주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사연) 

안녕하세요 저는 20대 초반 대학생입니다.

부유한 가정은 아니지만 여전히 부모님의 도움을 받으며 살아가고 있어요. 오늘 엄마와 싸웠는데 제가 선을 넘는 말을 했어요. 그 과정에서 엄마는 저를 때리셨어요. 저는 제 잘못보다 맞은 것이 억울해 아무리 잘못해도 때리는 것이 어느 나라 법이냐고 했고, 엄마는 내 법이라며 법 따질 거면 나가서 살라며 제 말을 무시하셨어요.

저는 사실 평소에도 엄마와 다툼이 잦은 편인데요. 저는 혼나거나 부모님이 제 사고나 고지식한 말을 하시면 듣지 않고 반박하는 사람입니다. 그럴 때마다 말대꾸하지 말라며 엄마는 제 말을 들으려고 하지 않으세요. 저는 엄마에게 제 이야기도 들어달라며 엄마 이야기를 다 듣고 요청합니다. 하지만 엄마는 듣기 싫어하고 자신은 대화가 안 되는 사람이니 입 다물라고 하시죠.

그리고 언니와 다툴 때, 혹은 언니가 약 올릴 때 저는 약올리는 것을 참지 못하고 하지 말라고 하거나 아니면 따지거나 반박합니다. 이때 엄마는 항상 저에게 참으라고 하시죠. 이번에도 저에게 너의 성격은 문제 있고 고치라고 하고, 네가 기분 나빠도 참으면 넘어가는 일인데 좀 참으라고 항상 말한다고, 참으라고, 너는 동생이고 딸이니 참으라고 하십니다.

저도 욱하고 대꾸하는 사람인 것을 인정합니다. 하지만 참아야 하는 걸까요? 정말 참으면 해결되나요? 가끔 참으면 제 마음이 찢어질 거 같은데 참아야 하나요? 그리고 선 넘는 말을 하는 내가 밉고 고치고 싶어요. 이 와중에도 저는 경제적 지원이 사라지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는 자신이 밉고 정말 내 성격에 문제가 있는지 두려워요.
 

사진_픽사베이


답변)

안녕하세요 정신의학신문 정희주입니다.

인간관계의 갈등은 우리를 괴롭히는 가장 큰 요인입니다. 그중에서도 글쓴이 분과 같이 가족과의 갈등으로 인한 스트레스, 절망감을 호소하는 분들이 유독 많이 있는 것 같습니다.

가족과 적절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어려운 일입니다. 그 이유 중의 하나는 우리가 선택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친구, 연인과의 관계는 적어도 그 관계의 시작에 있어서 마음에 맞는 사람을 선택하게 됩니다. 취미나 취향이 되었든 성격 혹은 외모가 되었든 어느 정도의 호감과 동질감이 있기 때문에 관계를 유지하는데 한결 수월한 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가족은 자신이 전혀 선택한 것이 아니게 때문에, 유지하고 싶은 관계가 아니라 좋든 싫든 유지해야 하는 관계가 되어버리곤 합니다. 같은 가족이라도 성격이나 성향이 정반대일 수도 있는데 말이지요.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런 가족관계의 한계를 인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가족이라는 특수한 관계가 아니라 일반적인 인간관계의 관점으로 접근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는 보통 가족을 대할 때는 남들을 대할 때에 비해 예의나 배려를 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직장 상사였으면 그냥 지나쳤을 상황도 상대가 가족이 되면 그냥 넘어가지 못하고 화를 내거나 가슴에 비수가 박히는 말을 하게 됩니다. 의식적으로 가족을 가족이 아닌 것처럼, 부모, 형제자매가 아닌 하나의 독립된 인간으로 대하다 보면 좀 덜 감정적이게 되고 관계를 풀어간 합리적인 방법을 모색할 수 있게 됩니다.

 

다른 한편으로 스스로의 성격과 관련한 고민이 많이 있는 것 같습니다. 감정조절, 특히 화내는 것을 참지 못하고 있고, 선 넘는 말을 하는 것을 고치고 싶다고 하셨는데, 사실 한순간에 바뀌기에는 쉽지 않은 일입니다. 중요한 것은 감정이란 것은 참고 통제하는 것이 아니고, 그렇다고 여과 없이 뱉어내는 것도 아닌, 현명하게 이용하고 개발해야 하는 대상이라는 것입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자신의 화난 감정으로 상대방을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차분하게 말로써 표현하는 것입니다. 무작정 참는 것도, 여과 없이 표현하는 것도 아닌 그 중간을 찾는 것이지요. 이를 위해서는 화나는 상황에서 조금 물러나 나와 주변을 객관적으로 바라보아야 합니다. 마치 제삼자가 되어 TV 속 장면을 바라보고 있다고 이미지화하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시간적으로도 한발 물러서는 연습도 필요한데, 화가 날 때 바로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속으로 10초 정도를 세어 보고 나서 행동을 결정해보시기 바랍니다. 단순한 것 같아도 그 짧은 시간의 간격이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20대 초반에 경제적 지원을 걱정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며, 누구나 성격에 한두 가지 결점은 있습니다. 지금 스스로의 상황에 너무 절망하거나 자책하지 마시고 개선을 위해 조금씩 노력하면 분명 변하는 부분이 있을 것입니다.

 

정희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서울역 마음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건국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졸업
한양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의
(전)성동구 정신건강복지센터 상담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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