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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상담실 상담전문가도 궁금해 하는 정신과 약물치료
정두영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 승인 2020.04.08 00:08

[정신의학신문 : 정두영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본 칼럼의 일부는 2020년 2월 20일 경상일보 ‘[정두영의 마음건강(2)]상담전문가도 궁금해하는 정신과 약물치료’라는 제목으로 실렸습니다.>

 

요즘 대학마다 학생상담실의 역할이 커지고 있습니다. 어릴 적 외국 드라마에서나 보았던 ‘상담’이 일상에 가까워졌습니다.

드라마의 배경이었던 미국, 영국에서도 대학생, 대학원생들의 정신적인 어려움이 예전 세대와 달리 더 많아지고 심각해진다는 보고들이 쏟아집니다. 관계 갈등, 진로 고민을 넘어 자살, 자해, 중독과 같은 무거운 문제들이 복잡하게 얽히는 경우가 많아진다는 보고입니다. 상담실을 찾아온 학생이 이미 약물치료를 받는 상황이 늘어나고, 상담을 원한다고 찾아온 학생에게 약물을 포함한 정신과 진료를 병행하도록 권해야 하는 일이 많아지는 것이죠.

막대한 등록금을 내는 학생과 부모의 요구에 맞춰 대학이 진료와 상담 서비스를 모두 제공할 수 있도록 변하고 있습니다.

 

국내도 상황이 비슷합니다. 유니스트에서는 기존의 학생상담에 심각한 상황에 대한 경험이 많은 임상심리사와 정신과 전문의가 함께 학생을 돕고 있습니다. 처음 상담실에 왔을 때부터 정신과 진료가 시작되기도 하고, 상담 진행 도중에 진료로 연계되기도 합니다.

함께 있다 보니 상담사들도 정신과 진료에 익숙해졌지만, 여전히 남아 있는 약물에 대한 궁금증에 대해 정보를 공유하기 위한 토론회를 열기도 합니다. 지난 번에는 인근 울산대의 요청으로 상담사와 상담수련생들이 가진 정신과 진료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보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비전문가보다 마음에 대해 익숙한 상담전문가들도 정신과 진료에 대해 낯설게 느끼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사진_픽사베이


가장 많은 질문은 ‘특정한 정신증상이 특정 정신질환을 의미하고 여기에 정확히 맞는 약이 존재하는가?’입니다. 그것을 알면 내담자에게 약물치료를 자신 있게 권할 수 있을 것 같으니까요.

안타깝게도 그렇지 않습니다. 동아리 친구, 연구실 동료, 지도교수님께 엄청난 피해를 보고 있어서 힘들다고 호소하는 내담자의 말이 조현병 증상 중의 하나인 피해사고일 수도 있습니다. 심하면 망상 수준일 수도 있고요. 그런데 피해사고나 망상이 있다고 다 조현병인 것도 아닙니다. 조울증, 우울증 등 다른 질환에서도 나타날 수 있습니다.

좋은 상담자라면 그 생각이 사실인가 아닌가를 조사하는 것에 집중하는 것보다 이로 인해 힘든 상황에 대해 공감해주면서 동시에 해결책을 함께 고민해줄 것입니다. 해결책 중에 약물이 포함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면 약물치료를 권하는 기준은 어떻게 될까요?

증상이 심하여 일상생활(직장, 사회생활, 가정)에 지장이 있다거나 그 증상으로 인해 상담에 방해가 될 때를 기준으로 삼으면 좋을 것입니다. 몸이 처져서 상담시간에 맞춰 오기 힘든 사람이라면 상담실에 찾아올 수 있도록 기운을 내주는 약물이 먼저 도움이 될 것입니다.

증상이 심하더라도 어릴 때부터 오래된 문제이고 급격한 변화를 보인 것이 아니라면 위험은 크지 않을 것입니다. 반대로 갑자기 나빠진 상태라면 미래를 예측하기 어려우니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약물치료가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상담사들도 약물의 종류에 대해 궁금합니다. 항정신병약(조현병약), 항우울제, 항불안제, 수면제... 이런 이름을 들으면 뭔가 딱딱 맞아떨어지는 느낌이 나니까요.

그런데 실제로 저 이름들은 편하게 그룹을 짓기 위해 만든 것이라 그렇게 간단하지 않습니다. 도파민, 세로토닌, 노르에피네프린 등 다양한 신경전달물질 수용체에 작용하는데 서로 겹치는 부분들도 있어 복잡합니다. 전문가에게 맡길 영역이죠. 실제로 항정신병약으로 분류되는 약이 우울증에 단독으로 사용되거나 어린아이의 틱 증상에 사용되기도 합니다.

좋은 의사는 환자가 인터넷에 처방받은 약 이름만 찾아보고 놀라지 않도록 미리 설명합니다. 항우울제의 경우 불안을 많이 느끼는 강박증에 오히려 우울증보다 고용량으로 쓸 정도로 약물의 기전은 복잡합니다.

 

그러면 복용하는 사람이 약에 대해 얼마나 알면 좋을까요? 답은 ‘그때그때 다르다’입니다. 뇌를 전공하는 학생에게 기전을 설명해주면 자신의 증상을 이해하고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

그런데 스스로 ‘쓸데없는 걱정이 너무 많아 힘들다’라는 환자에게 약품설명서에 적힌 모든 부작용을 설명해주는 것이 도움이 될까요? 타이레놀에 적힌 부작용만 읽어봐도 가슴이 콩닥거리는 분께 말이죠. 이런 경우 플라시보 효과의 반대인 노시보 효과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객관적인 수치로 나오는 부작용이 아닌 경우, 불안한 마음을 통해 그 부작용이 더 커질 수 있습니다. 이런 환자라면 그 불안한 마음을 돕기 위해 새로 약을 시작할 경우 짧은 간격으로 만나서 함께 대응하자고 하면 조금 마음이 편해질 것입니다. 

 

이렇게 개인에게 딱 맞는 설명이 필요하다면 자신의 약에 대해 질문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 일이 됩니다. 상담사 중에는 ‘약에 대해 직접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는 압박을 느끼는 분도 계셨습니다. 내담자에게 중요한 일이니까요.

그런데 상담 장면에서 다뤄야 하는 것은 ‘왜 주치의에게 물어보는 것이 힘들까?’입니다. 계속 약속을 어기는 친구에게 말은 하지 못하고 속만 상하는 원인을 상담을 통해 알아가는 것과 비슷합니다. 각자의 마음은 다르게 작동하니 원인도 다르겠죠.

나를 도우려는 주치의에게 치료비를 내면서도 묻지 못하는 것은 왜일까요? 만약 꼭 지켜야 할 ‘진료실 예절’ 같은 것이 있다면 우리나라 상황에서는 ‘진료 시간’을 지키면 될 것 같습니다. 자신의 부작용이나 궁금한 점들을 설명하는 데 헷갈려서 오래 걸린다면 키워드를 적어가도 됩니다. 오히려 주치의가 메모를 보고 그 상황에서 자주 들어온 질문들을 통해 속 시원하게 설명해줄 수도 있을 것입니다. 

 

어떤 상담사는 힘들 때는 상담에 잘 오던 학생이 약을 먹고 금방 좋아지니 상담에 대한 열정이 떨어지는데 이것이 문제가 되지 않는지 물어봅니다.

만약 내담자의 상담에 대한 욕구가 당장 힘든 것을 호소하고 싶었던 것이 아니라 ‘내면에 대한 성찰’이었다면 열정이 줄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어떤 사람은 고통을 경험한 후 성장하기도 하지만, 그것을 크게 필요로 하지 않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만약 내담자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치료자와 충분히 논의했다면 증상이 호전되고 일상이 바빠져서 빠르게 상담을 종료했다고 해서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것입니다.

반대로 ‘성찰’이 필요한 사람에게 약물로 일부 증상이 호전되었다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습니다. 대신 성장할 수 있도록, 상담실에서 자신을 들여다보는 대화가 더 잘 이루어질 수 있도록 약물치료가 도울 수 있습니다. 

 

의사에게 비보험 상담치료를 받으려면 비용이 상당합니다. 보험 진료는 대개 평가를 위해 초기에 긴 면담을 하는 경우가 많지만 저렴합니다. 상담심리사의 경우 의사보다 저렴한 경우가 많지만, 장기간의 상담은 학생에게 만만치 않은 경제적 부담입니다. 그래서 대학상담실을 이용하려는 학생들로 대기가 깁니다. 

정신과의사와 심리상담사가 다루는 문제 영역은 겹치기도 하고 다르기도 하지만 같은 영역의 치료들마저 각각 강점인 분야가 다릅니다. 오히려 내담자와 치료자가 서로 잘 어울리는지, 즉 ‘케미’도 중요합니다. 학생상담실의 무료상담과 건강보험의 정신과 진료를 경제적으로 이용해서 정신건강을 지키는 것이 청년기에 힘든 마음을 보듬고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입니다. 

 

* 정두영 UNIST 디자인 및 인간공학부 교수(헬스케어센터장)

필자는 과기원을 졸업한 정신과의사로서 학생들의 정신적 어려움을 공감하고, 진료와 더불어 인간을 직접 돕는 새로운 기술들을 정신의학에 적용하고자 인간공학과에서 연구합니다.

정두영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info.psy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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