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김정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COVID-19로 인한 격리 형태는 다양하다. 확진자는 음압병실에 격리되어 치료를 받으며, 확진자의 밀접접촉자들도 격리를 하고 있고, 최근에는 해외에서 입국한 사람도 격리를 하고 있다. 

이들의 격리 기간은 모두 다르다. 확진자는 음성 판정이 나오고, 입원해 있을 만한 다른 의학적 문제가 없다면 퇴원한다. 그렇기 때문에 기간이 정해져 있지 않다. 확진자를 제외한 거의 대부분의 사람은 2주 동안 집이나 특정 시설에서 격리를 하고, 확진이 되지 않는 이상 격리를 종료한다. 확진자는 자신이 병에 걸려있기 때문에 힘들지만 격리 입원을 견디는 편이고, 그 밖에 격리하고 있는 사람도 2주만 지나면 밖으로 나갈 수 있기 때문에 비교적 스트레스를 덜 받는다. 

 

하지만 코호트 격리 중인 시설에 있는 분들은 얘기가 다르다. 

코호트 격리란, 대구 등 몇몇 병원에서 시행하고 있는 격리로, 해당 병원에서 감염이 광범위하게 일어났을 때 시행한다. 병원 안에 있는 모든 사람, 환자, 의사, 간호사, 행정직원 등 모든 이를 병원 밖에 나오지 못하게 하고, 생필품이나 의료물자를 외부에서 공급해주면서 관리하는 것이다. 이렇게 병원의 모든 사람을 외부로 나오지 못하게 해서 지역 사회로 코로나가 퍼지는 것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즉, 지역 사회를 위해서 일부 사람의 권리를 희생시키는 것이다.  

문제는 코호트 격리를 시행하고 있는 병원에서는 확진자가 계속 나오게 되며, 확진자가 나올 때마다 격리 기간이 계속 길어지게 된다는 점이다. 격리 기간이 기약 없이 길어지고, 주변 사람들이 하나둘 확진자로 분류되어 사라지면서, 코호트 격리 중인 분들의 정신적인 고통이 점점 심해지고 있다. 
 

사진_픽셀


지난달부터 대한신경정신의학회에서는 격리 대상자에 한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의 전화 진료 및 처방을 지원하고 있으며, 이미 격리 대상자 상당수가 연계되어 도움을 받고 있다. 

하지만 코호트 격리 기간이 더 길어지면, 더 많은 분들이 정신적 도움이 필요해질 것이며, 그중 일부는 정신적 한계에 도달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현재 방 한 칸에서 50일 이상 장기간 격리되어 있는 분들이 있는데, 이런 형태의 격리는 사법기관이나 폐쇄병동 등 어떤 시설에서도 하지 않는 정도의 격리이다. 개인마다 다르겠지만, 한계에 도달한 이들 일부는 충동적인 행동을 할 가능성도 있으며, 이런 행동이 지역사회에도 큰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 

그뿐만이 아니라 코호트 병원 직원들은 환자들이 느끼는 고통에 더해 진료 및 행정 업무 등 원래 업무의 스트레스, 방역당국 및 지자체에서 내려오는 업무까지 삼중고를 겪고 있다. 이들이 무너지면 코호트 병원 관리 자체는 불가능할 것이 뻔하다. 

따라서 장기전으로 접어든 코호트 병원에 대한 추가적인 외부 인력 지원이 필요하다. 코호트 격리 중인 대상자들이 각각 정해진 시간에 병원 옥상이나 주차장을 산책할 수 있게라도 해주려고 해도 인력과 안전장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사법기관이나 폐쇄병동에서도 규칙적인 운동시간 및 산책시간은 보장해주고 있기에 시도해 볼 만한 방법이지만, 현재까지는 인력 및 관리 문제로 인해 공식적으로 시도하지 못하고 있다. 

 

코호트 격리 중인 분들의 최소한의 권리를 지켜주고, 지역 사회에 혼란을 일으킬 수 있는 상황을 방지하며, 코호트 격리에 대한 악명을 줄여 다른 감염병 상황에서 코호트 격리에 따르지 않는 것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는 것을 생각해본다면, 현재 지원을 할 다양한 상황 중 코호트 병원 지원은 최우선이 되어야 한다. 

억울함. 현재 격리된 분들이 호소하는 감정 중 하나이다. 하지만 이 억울함보다 지역사회를 위한 마음이 더 크기 때문에 이들은 격리를 견디고 있다. 격리기간이 길어져 억울함이 커지는 만큼, 지역사회도 이들을 위한 마음을 함께 키웠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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